KCC, KBI 2009 콘텐츠제작지원에서 독립방송제작사 완전배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2009년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 대한 소고

검토 완료

이인우(occult)등록 2009.03.12 20:07
매년 개나리가 노랗게 망울지며 봄을 재촉하는 3~4월이면 국내 독립영상제작사들은 온통 방송통신위원회(구 방송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등에서 시행하는 "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제출할 프로그램 콘텐츠 기획안을 작성하는데 열중한다.

이 두기관의 사업은 방송발전기금과 국민의 세금 등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지상파로부터 갓 생겨난 신생 독립제작사까지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었다. 따라서 회사의 규모나 과거의 제작경력 보다는 우수한 콘텐츠 《기획안》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이는 곧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획안만으로도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훌륭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구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되면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사업에 대한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2008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의 집행을 산하기관인 '전파진흥원'에서 수행하도록 업무를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7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KBI DMS인프라지원 사업에 선정된 콘텐츠 기획안이 전파진흥원이 수행하는 사업인 2008 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중복 선정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레인보우미디어 "한국베트남 수교 16주년 기념 특별기획 "베트남스토리" 비엣족, 남으로의 긴 여로)
* 콘텐츠제작지원, 파일럿제작지원 등의 사업은 국가 및 해당 정부기관으로부터 중복해서 사업지원을 받을 수 없음

매년 수십억 원의 콘텐츠제작 비용의 지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지난 2002년부터 "파일럿제작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8편 정도씩의 영상 콘텐츠제작을 지원해왔다. 지원 액수는 대략 10억원에서 15억원 수준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구 방송위원회)역시 매년 "콘텐츠제작지원사업"이라는 타이틀로 비슷한 시기에 국내 지상파 및 PP, SO, 독립제작사 등을 대상으로 우수한 콘텐츠의 발굴과 경쟁력강화를 위해 매회 100억 원이 훨씬 넘는 방송발전기금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같은 양 기관의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은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의 업무중복 문제로 자주 언론의 표적이 되어왔다. 또한 콘텐츠제작지원을 통한 PP 및 독립제작사의 경쟁력 강화 등 각 사업이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본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면서 관련 사업에 대한 잡음이 자주 발생해왔다.

그리고 지원규모와 조건 역시 매년 변화되었는데 최초 본 사업에 대한 콘텐츠제작지원은 콘텐츠 "기획안" 심사를 통한 제작비 전액지원에서 몇 년 전부터는 제작사의 대응투자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대응투자 비율에 따라 가산점이 주어지기도 했다.

 제작비용의 불투명한 처리로 인한 제재강화
그동안 KCC 및 KBI의 관련 사업은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지원비용에 대한 사용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서 전용통장을 이용하거나 총제작비용에 대한 항목별 사용불가내용을 지정함으로써 제작사는 제작비용을 유연하게 사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가이드비, 통역비, 코디네이터비를 합산하여 1개국당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금액은 총 제작비로 불인정하며, 4개 국가 이상일 경우에도 총액 1,000만원 이하에 대하여만 총 제작비로 인정 한다"(2008 KCC 사업수행지침 중에서) 는 등 주요 제작비용에 대한 항목별 사용범위도 제한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지원 사업비용에 대한 구체적이며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은 사실 이전까지 본 사업이 허술한 상태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제작비용을 지원받은 제작사들의 투명하지 못한 회계처리가 문제되어 각 사업집행주체에서는 더욱 강화된 내용을 명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같이 강화된 회계처리의 기준이 모든 콘텐츠제작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프로그램 내용 및 형식의 차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해외촬영의 기간과 필요한 사례취재를 줄일 수밖에 없거나 최초 의도했던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등의 고육지책이 발생하게 된다.

제작지원대비 대응투자 문제의 허점
KCC 및 KBI의 양 기관에서 시행했던 각 사업은 제작사의 대응투자가 요구된다. 즉 프로그램 제작지원 공모에 선정되면 예상 제작비용의 80% 수준에서 각 기관이 지원하며 기획안을 제출했던 제작사는 20% 이상의 대응투자를 해야 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대응투자에 대한 독립제작사의 입장이 사업주체 기관이 생각하는 개념과는 서로 다른데 문제가 있다. 사업집행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비용에 대해 일정수준 제작사가 대응투자를 함으로써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사업의 진행이 수월해 질것이라고 믿지만 필자가 조금은 위험하게 판단하건데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독립제작사 혹은 PP와 SO등에서 실제로 자신들이 대응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완료한 곳은 한곳도 없으리란 것이다.

결국 모두 사업보고정산 과정에서 두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제작비용만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오히려 그것보다 적은 수준에서 제작을 마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제작지원비를 남겼다는 이야기다.

열악한 독립제작사 경영환경 및 방송사의 외주 하청문제
그 첫 번째 근거는 바로 대다수 국내 독립제작사의 경영 상태를 들 수 있다. 즉 현존 독립제작사의 대다수가 편당 (1억 원에 해당하는 대응투자 20% 수준) 2천 만원을 상회하는 콘텐츠 제작비용을 직접 투자할 재정능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제작사들에게 해당 사업에 대응 투자할 자금이 있다면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두 번째 근거는 바로 재하청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지상파 혹은 케이블 PP 및 SO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아서 그것을 다시 독립제작사에 외주 하청을 준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최초 제작비용 및 대응투자에 대한 개념은 이미 사리지게 된다. 오히려 제작지원을 받은 금액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가 제작 될 가능성이 높으며 PP 등과 독립제작사의 갑을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2009 MB정부 방송콘텐츠 제작지원사업 독립제작사 배제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국내 방송영상시장 활성화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큰 타이틀 아래 시행된 "콘텐츠제작지원사업"은 결국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채 그 1막을 내리고 2009년 새로운 2막을 준비한다.

이명박 정부이후 새롭게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구 방송위원회)의 출범으로 그간의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의 운영주체가 '한국전파진흥원'으로 이관되고 그동안 수 없이 지적되어 온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의 업무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는 양 기관이 새로운 방법으로 방송발전기금의 운용을 시작했다.

즉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콘텐츠제작지원사업"은 2009년부터 독립제작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지상파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및 SO, 위성, DMB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 방통위는 2008년의 경우 지상파 20억원, 케이블ㆍ위성 70억원, DMB 25억원, 독립제작사 26억원을 지원해서 170여 편의 방송 콘텐츠를 제작지원 했었다.

방통위 독립제작사 지원액 25억원의 행방은?
그러나 2009년부터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의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해 독립제작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매년 25억 원 이상 지원되던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제작사에 대한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비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2009년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수탁 운영하는 한국전파진흥원의 해당 사업관계자 설명에 의하면 "독립제작사"에 대한 사업지원은 올해부터 문화관광체육부에서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구체적 사항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무중복의 문제로 2009년부터 독립제작사에 대한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으로 일원화 했다면 진흥원의 기존 사업비 10억원 수준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비용 25억원이 포함된 35억원 수준에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  공공기관의 홍보를 방송발전기금으로?
2009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로 독립제작사의 배제와 둘째 중앙정부기관 및 지역 공공기관 등에 대한 홍보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지원을 방송발전기금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올해 사업지원 규모는 방송사업자 제작지원에 90억 4천  만원과 공공분야 제작지원에 40억원 등 모두 130억 4천만원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공공분야 제작지원"이다. 이 분야는 대응투자가 없는 100% 제작지원이다.

중앙정부의 기관 및 산하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자신들이 필요한 방송홍보 수요 기획안을 제시하고 지상파 및 PP, SO 등에서 방송을 목적으로 해당 아이템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정부기관 및 공공단체의 홍보를 위한 사업에 '방송발전기금'으로 40억 원이나 투입된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정부부처 51건, 지자체 13건, 공공기관 42건 등 모두 106건의 정책홍보 기획안을 접수했다)

이 문제에 대해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방송사업자의 출연금으로 조성된 방송발전기금을 일방적인 정권홍보와 정책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방송영상진흥원(KBI) 드라마, TV영화 독립제작사 지원에 치중
KBI는 3월 12일 TV 프로그램 제작을 활성화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기획, 창작되는 방송콘텐츠에 대해 35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외형상의 제작지원 비용으로 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제작사 지원액수인 25억이 증액된 모양이다.

제작지원 분야는 HD 명품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인 '킬러콘텐츠 부문', 크로스 미디어 시대를 이끌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 'TV영화 부문',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발굴하기 위한 '우수 창작영상물 부문' 등 세 분야다. 그리고 각 부분별 2~3편을 선정해 최대 5억원까지 제작비를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역시 방송통신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일반 독립제작사는 철저하게 배제를 한 내용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중대형 드라마 및 TV영화 제작 독립제작사에게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  독립제작사 대형 다큐멘터리만을 기획하라!?
결국 일반 독립제작사가 제작지원을 바라볼 수 있는 분야는 '킬러콘텐츠 부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분야가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수행했던 형태의 다큐멘터리와는 그 개념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이 분야에 독립제작사가 도전해서 사업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측은 "지원 신청은 방송영상 독립제작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제작기획 단계의 프로그램뿐 아니라 제작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포함된다."고 독립제작사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진정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는 국내 독립제작사의 환경과 경영구조 그리고 사업규모를 어느 정도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심화되는 채널사용사업자와 독립제작사의 갑을관계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새로운 2009년형 콘텐츠제작지원사업은 결국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독립제작사 사이의 관계 즉 갑과 을의 관계를 더욱 심화 시키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원천적으로 독립제작사를 배제함으로써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방송채널 사용사업자들은 독립제작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제작권을 미끼(?)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제출용 <기획안>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제작사는 결국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눈물 머금고 "갑"에게 제공 할 수밖에 없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봄을 맞이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준비했던 독립제작사들의 방송 콘텐츠 기획안이 이제는 그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그리고 독립제작사의 아이디어가 그들의 몫으로 남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어둠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독립제작사들의 제작 지원 사업비의 안이한 운용과 그 결과물인 방송영상 콘텐츠의 경쟁력문제와 맞닿아 있다. 또한 매년 수 십억원을 투입하는 본 사업에 대한 수행기관에서의 철저한 관리감독의 부재는 물론 국내 독립제작사 및 미디어 콘텐츠 제작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관계기관 담당자들의 책상 위 밀어붙이기 식 사업수행에 따른 합작품이라 하겠다.

  이대로는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연간 국내에서 제작되는 방송영상 콘텐츠는 어림잡아 수천여 편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콘텐츠는 최소한의 제작비용조차 투입되지 못한 그야말로 방송시간 채우기 용도로 인건비도 안 되는 제작비용으로 창출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상파와 일부 케이블 PP를 중심으로 몇몇 콘텐츠의 경우는 충실한 제작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면서 어느 정도 채널유지를 위한 콘텐츠가 제작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많은 독립제작사들은 채널 사용업자들과의 사이에서 매우 불공정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인건비조차 계산되지 않는 가격으로 영상물을 공급하고 공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누구하나 그것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언론관련 기자들 역시 그 사실에 대해 공식화 하지 않는다. 그와 같은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 가슴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어야 할 불문율인 것이다.  그저 술자리의 푸념거리인 셈이다.

그렇게 방송채널 사업자와 독립제작사는 이전부터 갑과 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는 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라고 2009년 새로운 방송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독립제작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독립제작사 운영자나 관련단체 등 누구도 공론화 하지 못하고 그저 푸념 섞인 이야기만 할 뿐이다.

"회사 운영하기 정말 힘들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필자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와 운영 까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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