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공원같은 야구장을 원한다

외국 야구장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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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yangkl75)등록 2009.01.26 12:08
28년차가 된 프로야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스포츠.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중에 가장 낙후된 인프라 속에서 매년 60경기 이상을 치른다.

28년의 기간 동안 새로 신축된 구장은 82년의 서울 잠실구장, 85년의 부산 사직구장, 2002년의 인천 문학구장이 전부이다. 사직구장을 제외하곤 88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과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신축하는 분위기에 동반승차(?) 하듯이 지어진 것이다.

13년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한 2008년 시즌의 감동이 지속되기 위해선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인프라 개선이 필수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설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광주,대전 등의 지자체들은 좀처럼 신형 구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뜰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IMF이후 최대의 경제한파가 찾아온 요즘, 구장 신축을 위한 민간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 역시 여의치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막대한 공사비를 들인 돔구장보다 진정으로 야구팬들이 원하는 구장은 쾌적함이 물씬 풍기는 공원같은 야구장일 것이다.

외국의 야구장들을 보면서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리모델링 또는 효율적인 비용으로 쾌적한 야구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1. 시드니 올림픽 야구장
-. 현재는 호주 최대의 명절이라 할 수 있는 Easter Holiday기간 동안 펼쳐지는 Royal Easter Show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때로는 럭비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야구경기가 펼쳐졌던 경기장 ⓒ 구글어스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감격이 남아있는 홈부쉬 구장. 외야석은 전부 천연잔디를 깔아
마치 소풍에 온 것처럼 앉아서 야구를 관전할 수 있게끔 조성하였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드니 올림픽 야구장은 쾌적하게 조성된 공간이 호주 특유의 온화한 기후와
절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시드니 올림픽 야구장 시드니 올림픽 당시의 야구장 내야전경 ⓒ 양형진


내야에 앉으면 뜨거운 땡볕을 피할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복도 중간 중간에 관람석과 일체형으로 매점이 설치되어 있어 매점에서 구입하는 동안에도 경기 장면을 놓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로열 이스터쇼 축제 이전 올림픽 야구가 펼쳐졌던 자리에는 이스터쇼가 매년 열리고 있다. ⓒ 구글


이제는 야구 대신에 Royal Easter Show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2. 센다이 미야기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 클리넥스 스타디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의 홈구장 ⓒ 네이버


-. 기존의 우리나라 야구장들이 필히 벤치마킹 해야될 야구장.라쿠텐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리모델링, 그리고 네이밍 라이트 임대를 통한 스폰서 유치를 통해 일본 12개 구단의 홈구장 중 가장 개성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미야기 클리넥스 스타디움 전경 라쿠텐 골든 이글스의 홈구장 ⓒ 네이버


외야석은 라쿠텐 구단의 마스코트인 독수리의 날개를 형상화하여 개조하였다. 개성이 넘쳐나는 매력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클리넥스 스타디움 내야석 라쿠텐 골든 이글스 홈구장 ⓒ 네이버


구장의 전체적인 느낌이 마치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아래)를 연상하게 한다.

펜웨이 파크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 네이버


고급 카페테리아를 설치하여 색다른 환경에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클리넥스 스타디움의 카페 라쿠텐 골든 이글스 홈구장 ⓒ 네이버


리모델링을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미야기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무조건 신축구장 만이 능사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을 보여주는 구장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위해서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절대 명제이다.

3. 대만의 야구장들
-. 우리보다도 프로야구가 늦게 출범한 대만조차도 훨씬 아름답고 쾌적한 시설의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얼핏보면 조잡스러워 보이기도 한 예사롭지 않은 외벽의 청칭후 야구장은 밤이 되면 LED 조명의 도움을 받아 화려하게 변신한다. 이에 비해 잠실이나 문학, 그리고 사직구장의 외벽은 밤이 되면 스산할 느낌이 들 정도로 차가운 시멘트만이 우뚝 서 있을 뿐이다.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인 최대 25,000명 수용이 가능한 최신식 야구장인 청칭후 야구장의 내야석은 문학구장과 흡사한 느낌이다.

15,000명 수용이 가능한 원린현 야구장. 수용규모는 광주구장과 비슷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야에 차양이 조성되어 있어 땡볕을 직접 쐬며 야구를 보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디 우리나라의 모든 야구장에도 내야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차양이라도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원린현 구장의 외관
(대만 야구장 사진 출처 - http://chinesebaseballstory.tistory.com 챠이니스 베이스볼 스토리)

이미 우리 가정에는 LCD, PDP 등과 같은 HD급 고화질의 평판 TV들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그러한 추세에 맞춰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구장인 진구구장에는 HD급 고화질의 전광판이 설치되어 팬들에게 색다른 서비스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어느 덧 20살을 훌쩍 넘겨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프로야구의 야구장들은 여전히 성장을 못하고 있다. 80년대에서 멈춰버린 인프라 수준으로 인해 이미 90년대 후반 쓰디쓴 경험을 치룬바 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절정의 활약을 보이던 90년대 후반 전국에 생중계되던 메이저리그의 아름다운 최신식 구장들은 우리 야구팬들의 눈높이를 한껏 치솟게 하였고,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한 불쾌한 야구장들은 관중들에게 철저한 외면을 받고 말았다.

그나마 2002년 문학구장 개장. 사직구장의 위탁경영을 통한 관중 친화적인 변신, 잠실구장의 관중석 및 잔디 교체 등을 통해 관중들에게 좀 더 친화적으로 다가서는 노력이
진행되면서 야구장은 다시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하고 있다.

어렵게 되찾은 500만 관중들을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선 인프라 개선이 최우선이다. 돔구장보다 더 급한 것은 생활속에 공원같이 자리잡은 야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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