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타산지석을 걱정한다

2009년 불황의 깊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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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hantanet)등록 2008.12.15 12:03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내년 3,4월이 되면 더 어려울 것”이며 “현 정부나 체제가 위협 받을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현재의 불황과 정치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조선일보의 김대중씨는 오늘 아침 “고용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사회불안과 분노가 어디까지 폭발할지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거기다 정부의 경제회생 방침의 우선순위가 실효적이지 못하고 야당과 좌파세력 등이 시위를 부추기거나 가세 할 경우” 현재 그리스 사태와 같은 폭동이 예상 된다는 것입니다.

정권 담당자와 극우파의 대표논객이 바라보는 진단이 정확히 일치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해법은 어떤 것일까?

 

감세와 SOC 예산 집행을 앞당겨 집행하고 한편으로는 빈곤층 지원확대를 외치면서 청년들에겐 도전 정신을 가족과 이웃의 사랑 등 두루두루 언급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김대중씨 자신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는 칼럼의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 모두들 전보다 조금 여유가 없어도, 조금 목소리를 낮추며 사는 한이 있어도 길거리를 방황하지 않고 직장에 남아서 경제침체의 겨울을 이겨내는 인내를 지녔으면 한다. 그것이 사회적 체온으로 서로를 덥히며 사는 지혜다.” 사회적 체온이라는 생경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직장에 남아서 방황하지 말고 인내하라고 합니다. 아마 그것이 “사회적 체온”이라는 용어의 의미인 모양입니다. 이쯤 되면 이 나라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의 속내가 얼마나 복잡한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한편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해법은 ‘마이웨이’ 그 자체입니다. 극우이념 회복과 철지난 토목경제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낡은 수레의 모습입니다. 이제는 세습화된 콤플렉스 “그들만의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 개정과 각종 공안 관계법 강화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연상케 합니다. 

 

어찌합니까? 이 현실을,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사회적 체온”으로 인내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현실이며 서민들의 고통은 “전보다 조금은 여유가 없어도” 정도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임을 어찌해야 합니까?

1929년의 공황이 석유문명의 성장통이라면 2009년의 불황은 석유문명이 가져온 성인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29년 대공황은 미국의 폭발적 생산력을 감당할 시장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적으로는 뉴딜에서 국제적으로는 2차 대전으로 그 해법이 만들어 집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한 미국은 석유문명의 ‘로마제국’이 되었고 패권국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세계는 미국만을 위한 시장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중국 인도 등 엄청난 생산력을 가진 국가들이 세계시장에 뛰어들면서 세계경제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였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시장에서부터 그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도 모기지론도 미국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그들의 패권적 지위를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환경이 이럴진대 우리의 해법은 한마디로 “어게인 1929”입니다. SOC 사업 중심의 ‘뉴딜’과 극우반공폐쇄 이념을 통한 사회통제를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이대목이 국민들이 걱정하는 바요 정정길 실장이나 김대중씨의 불안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크라이슬러 포드 GM의 시장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 미국의 위기와 국제경제의 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개척이나 1,2차 세계대전 그리고 월남전 같은 고전적인 시장개척의 방법이 더 이상 불가능 상황에서 마이크로 소프트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이 잠시의 패권을 연장하게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보편화되어 그 약효가 크지 않습니다.

 

낭비적 풍요와 위협적 빈곤이 공존하는 석유문명의 정신 상태를 이번 불황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았지 뭐” 그 말속엔 우리가 무언가 지나친 면이 있었다는 반성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1929년 방식으로는 될 수 없고 우월적 기술도 그 효용이 많이 떨어진 이때에 이 당황스러운 불황은 인류에게 정신혁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엄청난 정보를 기억하고 판단하고 있다 해도 사람의 생각을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석유문명이 인류를 물질적으로 비대하게 했지만 그 문명의 찌꺼기가 이제 문명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지구환경이고 나머지는 인류의 정신환경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우리는 “그들만의 대한민국”으로 “냉전”으로 “좌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 모두 2000여 년 전에 정립되었던 것을 보면 고매한 정신과 물질적 풍요는 전혀 별개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 불황과 고통의 끝에는 분명 인류의 대각성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성공’이라는 탐욕에 잠간 속았고 ‘부자 되세요’라는 달콤한 말에 허망한 기대를 걸었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부추김에 잠간 으스대어 보았지만 빵 반죽 같은 욕망의 헛됨을 다시 돌아 보아야 하는 이때를 훗날 우리는 “2009년의 대공황”의 때였다고 부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필자의 블로그 월요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2008.12.15 12:0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글은 필자의 블로그 월요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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