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아쉬운 은메달?

대한민국이 ‘2위’를 보는 시각

검토 완료

정희윤(siminkija)등록 2008.12.15 17:50
  12월13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2008-2009 SBS․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대회가 열렸다. 경제위기의 한파를 ‘국민희망’ 김연아(여, 18, 군포 수리고) 선수의 프리스케이팅을 보는 것으로 대한민국은 이겨냈다.
 
과연 ‘아쉬운’ 은메달인가?
 

▲ 13일 ISU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끝나고 인터뷰 중인 김연아 선수. <사진 = 화면캡처> ⓒ 정희윤

 

  김연아 선수는 일본의 동갑내기 선수 아사다 마오(주교대 부속고)선수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을 독점 중계하게 된 SBS TV가 김연아선수의 경기가 끝나고 곧 인터뷰를 시도했다. 2분이 채 안되는 그 인터뷰에서 필자는 SBS기자의 ‘김연아선수의 은메달획득’에 대한 축하인사를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김연아 선수에게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 것 같다’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김연아 선수는 ‘1등은 못했지만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좀 더 실수없이 깔끔한 경기 보이겠다.’는 성숙한 대답으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순간 필자는 무안해졌다. 이 메달이 왜 ‘아쉬운’ 은메달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다른 많은 언론기자들도 ‘아쉽게도 은메달’, ‘3연패 좌절’등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에 관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피겨스케이팅의 황무지 대한민국, 그리고 ‘김연아’

 

은메달 수상 후 관객에게 답례하는 김연아 선수.<사진 = 화면캡처> ⓒ 정희윤

  피겨스케이팅의 황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의 피겨 역사는 초라하다. 지금이야 김연아선수 덕택에 인기 종목이 되었지만 예전부터 비인기종목이었고, 그로인해 지원이 덜 될 수밖에 없는 실정, 얇은 선수층, 설상가상 하드웨어인 대회장마저 수용인원이 2500여명밖에 되지 않는 등 그야말로 ‘스포츠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아같은 선수가 나온다는 것은 기적인 것이다. 하물며 피겨대회에서 메달의 색이 무엇이든간에, ‘메달 확보’라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김연아 선수의 이번 은메달을 ‘아쉬운 은메달’이 아닌 ‘값진 은메달’이라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1등 지상주의를 배격한다

 

비단 이번 피겨대회뿐 아니라 각종 스포츠대회마다 ‘금메달’이 아니면 ‘아쉽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1등 지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모든 스포츠는 ‘1등’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선수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거를 후회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내다보는 김연아 선수에게 진심어린 찬사를 보낸다.

 

 

 

2008.12.15 10: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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