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감시·비판자 자격 없다

세미나·워크숍 꼭 제주도에서 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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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선(goyusun)등록 2008.12.15 17:44
 

비행기 꼭 제주도에서 해야할 이유가 있었나 ⓒ 한겨레신문사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 4부라 불리는 언론. 그만큼 한 나라에서 언론이 가지는 힘은 막강하며 그 중요성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언론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와 비판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정권 기자실 통폐합 때 모든 언론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서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이는 국민의 입장에 서서 사회의 비리와 잘못을 낱낱이 파헤쳐 건전한 세상을 만든다는 언론의 사명을 명쾌히 드러내준 발언이다.
 

언론의 역할 조세낭비성 행정을 감시하는 언론 ⓒ 한겨레신문사

이를 증명하듯 나라에 특별한 일이 터졌을 때나 선거기간 우리 언론은 정계를 유심히 관찰한다. 이런 때 자주 보도되는 소식은 ‘허울 좋은 해외시찰’‘외유성 견학’과 같은 조세낭비성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들이다. 국민들은 대게 이런 기사를 보면 분노하기 마련이다. 더불어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언론에 깊은 신뢰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언론. 과연 그 자신은 비판․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만한 정당성을 갖추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동안 언론 관련기관들이 가졌던 외유성이라 볼 수 있는 제주도 행사들을 분석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재단, 한국언론학회 등 대부분의 언론기관들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제주도에서 행사를 가진 적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된 곳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이하 신문방송협회)다. 이 협회는 2006년 2월부터 지금까지 총 9번의 세미나와 워크숍을 제주도에서 가졌다. 9번의 세미나 중 4번은 '언론인의 빛나는 인생 후반전 만들기'라는 워크숍이다. 2006년 한 해 동안에만 총 5번이 열린 이 워크숍은 제 3회 워크숍을 제외하고는 모두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치러졌다. 신문방송협회는 2007년에도 2차례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이번 해에도 ‘인터넷문화의 새로운 모색’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언론’등을 주제로 3차례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신문 방송 통신 자본 간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언론계의 5공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문광부 신재민 차관의 발언으로 지난 4월 언론계는 뜨거웠다.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처음으로 밝히는 정부의 언론 정책이기에 신 차관의 발언은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는 한국언론학회의 ‘2008 봄 정기학술대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대회는 4월 24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서 열렸다. 한국언론학회가 국고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지난 2005년에 제주에서 ‘한국의 언론자율감시기구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전국 일간신문·통신 편집국장급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과제와 세미나 장소가 이루는 아이러니가 인상 깊다.

 

2008 여기자 세미나 서귀포 칼 호텔에서 열린 2008 여기자 세미나 ⓒ 한국기자협회


 

지난 해 정부의 기자실 폐쇄에 맞서 성명을 냈던 기자협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자협회는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종교화합과 언론인의 역할’를 주제로 한 11월 달의 세미나는 온 나라가 미국발 경제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때에 열린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은 제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이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대변하여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임무를 가진 언론은 그 누구보다도 깨끗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이 진정 정부의 ‘외유성 출장’이나 ‘해외시찰’을 질타할 자격을 갖추려면 이와 같은 행사부터 서울에서 할 일이다.

2008.12.14 10:2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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