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께 묻습니다

1997년 그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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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용(zangiya)등록 2008.12.07 12:24

또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혹자는 내년 3월부터 위기가 본격 시작된다고 합니다.  정말 오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정부는 답합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기 때문에 수치상의 위기는 없다."

 

이같은 정부 발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10년 전 당시 주무장관이던 강경식씨도 지금의 강만수 장관과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경제 기초가 튼튼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설득하던 정부도 결국 1997년 11월 21일 밤 IMF구제금융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과연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대로 3월 위기는 기우에 그칠까요? 이에 대한 답은 강만수 장관께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그는 1997년 11월 당시 재경부 차관으로 서 IMF구제금융을 총괄하던 담당자였기 때문입니다.

 

강만수 장관님, 그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2008년 현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이상 징후를 1997년과 비교했을 때 앞뒤 순서만 바뀌었을 뿐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아래의 당시 일지를 보면 1997년 그때는 국내 기업들의 줄도산이 태국의 바트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홍콩의 증시 폭락보다 먼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지금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 등 국외적 사태에 이어 신성건설, C&그룹 등 국내기업들이 쓰러지자 언론들은 줄도산을 점치고 있습니다. 1997년과 달리 국외적 문제가 먼저 터지고 이어서 국내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외환 사정은 어떻습니까? 1997년 10월 말 당시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3백5억 달러로 발표하면서 시중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지만 실제는 273억 달러였습니다.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느라 달러를 마구 뿌려댔지요. 그 해 11월 10일과 11일 이틀간 무려 12억 달러를 퍼부었습니다. 더군다나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가 무려 100억 달러였습니다. 36.6%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그럼 현재는 어떤가요? 12월 3일 한국은행은 11월 말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2005억 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10월 들어 지금의 정부도 치솟는 달러를 잡겠다며 272억 달러나 쏟아 부었습니다.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는 어떤가요?

 

ⓒ 한국은행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2월 4일 전체 대외부채(4200억 달러) 중 단기부채는 1750억 달러 정도이나 외국지점 은행 등이 갚아야 할 부분을 제외하고 실제 국내 은행 및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단기 부채는 850억 달러(전체 단기부채의 48.6%)에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850억 달러라면 보유액 대비 42.3%입니다. 즉 1997년 당시의 단기외채 비율 36.6% 보다 훨씬 높습니다. 현재의 가용액이 200억 달러라고 했나요? 아래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08년 들어 외환보유액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그 당시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던가요? [표 2]

 

다음으로 수출을 비롯한 경상수지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94년부터 96년 까지 매년 43억 달러, 60억 달러, 23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초가 튼튼하다며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우겼습니다.

 

차라리 솔직히 이야기 하세요

 

지금은 어떤가요? 지난 10월의 흑자를 놓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10월에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속내 조짐은 불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상품수지 27억9천만 달러 흑자 전환 → 국제 원자재 가격하락 영향

자본수지 10월에 무려 255억3천만 달러 유출 → 차입금 연장 실패, 상환직면

 

1997년 당시 은행들은 부족한 외화를 채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오히려 상환압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미국과 체결한 통화 스와프가 도움이 되고 있나요? 결국 부족한 외화를 메우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지 않나요?

 

돈을 끌어오는 수단이 수월해 졌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부족한 외화를 차입으로 때우고, 힘들게 마련한 달러를 뿌려도 환율은 오르기만 하고, 무엇이 다른가요? 한국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고 삼성이 보유 외환을 푼다고 할 때 잠시 수그러들던 환율이 지금은 어떤가요? 기세가 꺾였나요?

 

물론 그때와 다른 측면도 있긴 합니다. 1997년 그 당시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만 팽배했습니다. 금융실명제를 비롯한 금융개혁입법 처리를 방치한 채 정치권은 표만 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습의 시기를 놓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 말기가 아니라 정권 초기입니다.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접근할 수 있지 않나요?

 

시중에 돌고 있는 3월 위기설을 잠재우고 싶다면 기초가 튼튼하기에, 수치상으로는 문제없다고 되풀이 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고백하십시오. 계속된 되풀이는 같은 결과만 가져올 뿐입니다. 위기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위기는 우리들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라고 말입니다. 루즈벨트가 했던 것처럼, 이순신 장군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들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위기라는 공포가 가장 큰 적입니다. 이같은 설득으로 국민을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갖가지 추측과 설에 대한 타개책을 발표해 보십시오.  

 

-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면, 무엇이 어떻게 튼튼하다는 건가요?

- 외환보유액과 가용액, 수급, 환율이 안정적인가요?

- 고용유지 등 산업구조가 튼튼하다는 말인가요?

- 가계의 수입과 저축 및 소비의 건전성이 든실한가요?

- 2005년부터 시작된 은행의 '묻지마 담보대출'에 따른 가계 부담 금융비용이 적정 수준이라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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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7 10:5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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