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관건은 '박자 맞추기'다.

오바마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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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yonghun21c)등록 2008.11.15 11:14
 관건은 ‘박자 맞추기’다. 미 대선의 승자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로 확정되면서 전 세계는 그가 부르짖는 ‘변화와 희망’의 노래에 환호로 응답하기 시작했다. 대선 기간 내내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기다리는 듯 했던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반미 국가를 자임하고 나섰던 남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마저 환영의 뜻을 표하고 나섰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쿵짝’을 맞춰온 일본 정부 역시 오바마의 당선을 희망적으로 추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고, 중국 역시 다르지 않다. 다들 ‘박자 맞추기’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바마 당선이 확실시 되자 이 대통령은 “나와 오바마의 정치 철학은 닮은 꼴”이라며 ‘박자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자 맞추기’는 우리의 템포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우리의 템포를 염두에 두게끔 보이지 않게 눈짓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바마 당선 이후 일 안하기로 유명한 우리 국회가 갑자기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대표적인 엇박자다. 오바마는 후보 당시 미 전역의 유세현장을 순회하며 한미 FTA는 반드시 재협상해야 하는 불공정 협약이라고 강조해왔다. 우리 국회의 ‘한미 FTA 선비준’이 오바마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순진하리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박자 맞추기’는 재협상 준비다. 오바마가 한미 FTA 가운데 자동차 시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면, 자동차 시장에서 양보하는 대신 농업 분야와 같이 우리가 손해보고 있는 부분에서 새롭게 얻을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 보이지 않게 상대를 우리 템포로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박자 맞추기’는 대북정책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 금강산 관광중단을 비롯해 최근 빚어진 남북 핫라인, 육로 통행 폐쇄 등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북한에 대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바마는 북한만 좋다면 북미 간 직접대화도 가능하다며 한 발 더 나가는 형국이다. 이른바 통미봉남이 더욱 곤고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이상 통미봉남은 위험하다. 한반도의 모든 결정권이 미국의 손아귀에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비핵개방 3000’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추방위기에 놓인 개성공단 살리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기다리는 것이 때론 전략”이라며 북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가는 ‘친북적인’ 오바마의 미국에게 북한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빼앗기는 것도 시간문제다.

전 세계가 오바마 당선에 환호하고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오바마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오바마가 주장하는 미국의 ‘변화와 희망’이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박자 맞추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를 잘 알아야 함은 당연하다. 오바마는 ‘트리클 다운’ 효과를 부정하며 성장보다는 분배에 주안점을 두는 공약을 내걸었다. 취임 이후 성장 중심의 ‘강부자’ 정책을 고수하는 이 대통령과는 딴판이다. 정치 철학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이 대통령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닮은 꼴’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오바마의 보폭에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적어도, 지금 한미 FTA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에서 새어나오는 ‘엇박자’만큼은 피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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