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소설: 제주도 자전거 여행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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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창(pdnote)등록 2008.11.13 16:24

3. 알뜨르 비행장 섯알오름

 

황당트리오가 섯알오름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오후였다.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에는 알뜨르비행장에 대한 얘기만 나와 있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찾아왔다. 제주도에도 이렇게 너른 벌판이 있다니. 곶자왈 깊은 숲과 오름들로 둘러싸인 선흘리의 촌놈들. 읍내에 있는 조천중학교로 갔지만 밭들이 조그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넓어? 이 넓은 알뜨르비행장에서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일단 나무그늘에서 좀 쉬자고 눈에 띄는 솔숲을 찾아 들었으니, 이들은 몰랐지만, 여기는 섯알오름이었다.

 

자전거에 실어 놓은 짐을 푸는 사이 만덕은 솔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삼광조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삼광조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죽은 자들의 넋이라고 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선흘리에도 전에는 잘 없던 것이, 마을이 43때 불에 타 없어진 자리에 동백나무 숲이 만들어진 후로는 삼광조가 날아온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 새가 고향을 못 잊고 찾아오는 넋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삼광조가 있다니. 만덕은 아이들에게 따라 오라 하고는 삼광조를 좇아갔다. 숲을 통과하여 건너편으로 갔더니 그곳에 거대한 구덩이가 보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만덕이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 떨어진 만덕은 구덩이 아래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듯 깨어나지 못했다. 남자 아이들 둘은 어찔할 바를 몰라 조심조심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만덕을 들쳐 엎고 구덩이 위로 겨우 올라와 반듯이 눕혀 놓고는 팔다리를 주물러 만덕을 깨웠다.

 

만덕은 의식을 잃고 영혼들의 꿈을 꾸었다. 영혼들은 자기들이 43때 학살당했으며, 그 뼈가이 곳에 묻혔기에 아직도 하늘로 못 올라가고 있노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만덕은 꿈 속에서 놀랐지만 침착하게 도와 주겠노라고 했다.

 

깨어난 만덕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응, 이 구덩이에 옛날 43때 사람들이 묻혔대.” “야, 죽은 줄 알고 걱정했잖아. 근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남준이 물었다. “꿈속에서 영혼들이 가르쳐줬어.” 만덕이 대답했다. “놀고 있네. 야 심방. 너 아무리 심방이라지만 좀 심한 거 아냐?” “어? 뻥이야. 놀랐지?” 만덕은 아이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용 없음을 깨닫고 슬쩍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여기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하자. 아까 구르면서 다쳤는지 몸이 좀 아프네.” 만덕이 제안했다.

 

2008.11.13 14:2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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