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직무 부적합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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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kbosco)등록 2008.10.28 11:37
"사진 찍지 마…이씨, 찍지 마", "성질 뻗쳐서 정말~." "사진 찍지 마."

각종 변형문장이 등장한 가운데 이미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요즘 개그맨들이 유행어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가운데 모처럼 장관께서 모범을 보이셨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현장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장관도 공인도 다 사람인지라 흥분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과가 있다면 용서하지 못할 바도 아닐 수 있다.  조그만 실수를 트집삼아 국정의 중요한 수행자인 장관을 매번 바꿔치는 것이 능사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이라면 이건 문제가 다르다.  '문화' '체육' '관광' 이라는 세 가지 분야의 정체성이 딱히 하나로 묶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통틀어 ‘문화’라는 단어로 집약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문화’라는 말 자체가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문화’의 정의이다. 

적어도 나라에서 ‘문화’를 주관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면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통해 국가의 목적과 국민들의 생활 이상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일찍이 백범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문화’인 것이다.  국가적으로 이를 관장해야 하는 부서의 장관이 보여준 모습이 누구의 ‘행복’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주요 시책 중에는 ‘국어의 올바른 가치 확산 및 한국어를 문화외교 핵심요소로 활용’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적인 자리가 아닌 공개적인 자리에서 장관이 뱉어낸 언사가 올바른 국어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주무장관이 국회에서 쌈닭처럼 달려드는 나라에 ‘관광’하고 싶은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가 큰소리로 윽박질러댄 대상이 사진기자로 대표되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통제이든 지원이든 간에 언론과 관련된 국가의 사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현재의 국가조직 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이러한 부처의 장관이 전 국민이 지켜볼 수도 있는 국회 국정감사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댄 상황을 단지 한순간의 실수이거나, 감정이 격해서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임명권자로서는 행여나 언론에 대한 국가의 시각이 왜곡되는 것이 두려워서라도 즉각 조치를 해야 되는 사안이다.

다시금 주장하지만 그가 다른 부처의 장관이었다면, 진심어린 사과와 따끔한 충고로도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와 ‘언론’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그는 ‘직무적합성’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 보였다.  이를 그대로 넘어가는 것은 ‘문화 국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문화’와 ‘체육’과 ‘관광’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홈페이지에서 들여다 본 주요시책들은 ‘산업문화부’에나 어울리는 내용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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