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선택은?

현재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의 문제점과 그 미래

검토 완료

양기승(ksm913)등록 2008.10.27 13:37

풍성한 이야기와 다양한 장르 속에서 마법의 손과 돈을 들여가며 세계 사람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할리우드가 언젠가부터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는지 리메이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영화 판권이 할리우드로 팔려갔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여 만들어진다면 세계 곳곳에 원작이 소개될 수 있다는 생각, 더 나아가 원작이 더 사랑받고 알려질 수 있다는 생각(물론 그 속에서는 경제적인 개념까지 철저히 포함)으로 판권을 각 나라에서는 팔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링> 일본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링>의 한 장면 ⓒ Dreamworks SKG

 

활발한 할리우드 리메이크 무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현재 많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활발하게 리메이크가 시작된 장르는 일본 공포영화. <링> <주온> 등이 리메이크 되어 흥행에 성공하였고 각각 후속편을 내놓기까지 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성공으로 이어져 대박의 길을 갈 수 있는 길이 증명된 셈이었다.

 

그리고 리메이크를 하고자 하는 할리우드는 이번에는 한국을 돌아보게 되었다. 공포영화라는 특정 장르에 다소 몰려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장르 속에서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 또한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었고 이 영화들은 판권이 팔렸다.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 <거울 속으로> <장화,홍련> <중독> <추격자> <친절한 금자씨> 등이 그 예다.

 

부진한 흥행 성적을 보이기 시작한 할리우드 리메이크

 

그렇게 판권이 팔려나가고 한 동안은 리메이크에 대한 소식이 뜸했다가 드디어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으로 그 1호작이 나왔으니, 바로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의 주연 영화 <레이크 하우스>였다. 그러나 주연 배우의 이름값에도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쪽박은 아니었지만 대박도 아닌 영화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주장들을 되짚어 볼 수 없는 시기가 찾아왔다. 일본 공포영화에서도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그 예가 만들어진 것이다. <검은 물 밑에서>의 리메이크작인 <다크 워터>가 제니퍼 코넬리가 주연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성적을 보였고 공포 영화가 아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는 <매트릭스>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지만 흥행 참패의 길을 걸었다.

 

영화 <스피드 레이서>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스피드 레이서>의 충격 그리고 이어지는 부진의 길

 

<스피드 레이서>의 충격은 할리우드로써는 대단한 반전이었다. 내세울만한 스타 배우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작의 재미와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감독 그리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흥행을 보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개봉 전에 당연시 되었는데, 화려하고 스피디한 경기장을 그대로 가져온 극장 안은 관객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어서 한국영화로써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미러>가 개봉했다. 드라마 <24>의 주인공인 키퍼 서덜랜드를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할리우드 평론가들은 혹평을, 관객들은 쪽박을 내주었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엽기적인 그녀>를 리메이크한 <마이 쎄시 걸>은 리메이크 되기는 했지만 극장 개봉은 못하고 바로 DVD로 직행해 버렸다.

 

현재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문제점

 

무엇이 대박의 조짐을 보였던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쪽박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을까? 우선 할리우드는 각 문화와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영화에 녹여내지 못한 점이 그 요인이다. 리메이크는 말그대로 다시 만드는 일이지만 원작을 그대로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닌 각색하여 원작을 살리는데 그 맛이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점점 리메이크를 배경과 배우만 바뀐 영화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테스트 결과 그런 여성 캐릭터에 남성들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그런 여성 캐릭터는 실제로도 미국에는 많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리메이크 당시, 그녀의 캐릭터를 좀 더 할리우드 정서에 맞게 각색했어야 한다.

 

영화 <마이 쎄시걸>의 한 장면 ⓒ Gold Circle Films

 

각색은 원작에 대한 훼손이 아니다. 원작 그대로를 담아내되, 배경과 배우만 달라지는 리메이크라면 차라리 원작을 세계에 알리는 편이 낫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되고 판권이 팔렸다면 당연히 할리우드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리메이크를 했어야 했지만 원작을 따라가기 급급했다는 뜻이다.

 

원작의 리메이크에 대한 방관적인 태도

 

하지만 이를 역설적으로 바라보자면 리메이크작에 대한 원작의 힘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다.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대한 판권 때문에 판권을 사고파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원작들이 리메이크작에 대한 힘을 발휘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원작이 리메이크작을 휘두르라는 것이 아니다. 제작되는 환경과 그 과정을 원작이 알 필요가 있고 원작은 리메이크작이 곧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만큼 여러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할리우드에게 너무 모든 것을 떠넘기고 기대하는 경향이 심하다. 원작이 관심을 받길 위해서라도 리메이크작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한 때다.

 

가령, 미국에서 <레이크 하우스>의 원작이 <시월애>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할리우드가 만든 판타지적인 멜로영화이자, 그들이 호감을 느끼는 흥행을 보증하는 두 남녀배우가 나오는 영화인 것이다. <미러>의 경우는 영화 초반 원작에 대한 크레딧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엔딩 크레딧에서만 짤막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내년 1월 개봉예정인 <디 언인바이티드> ⓒ Dreamworks SKG

 

미국에서는 곧바로 DVD로 직행했지만 <마이 쎄시 걸>이 우리 나라에서는 극장 개봉한다는데,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곧 <중독>을 리메이크한 <포제션 Possession>이 사라 미셀 겔러 주연으로 재탄생되어 세상에 나오고 <장화,홍련>을 리메이크한 <디 언인바이티드 The Uninvited>도 개봉한다. 그 결과 모두가 미지수이지만 <디 언인바이티드>의 경우는 ‘가장 기대되는 공포영화 1위’에 뽑힌 만큼 부정적이진 않다.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리메이크는 곧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8.10.27 13:3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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