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앞 작은정부, 언론 앞 큰정부

노변정담인가, 괴벨스의 추억인가?

검토 완료

양상두(tkden1017)등록 2008.10.16 10:14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정체불명의 그 한마디가 많은 이들을 걱정 속에 빠트리고 있는 듯하다. 괴벨스의 재탄생부터 광우병의 재현까지.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1897년 출생해 독일 나치스 정권의 당 선전부장, 선전장관을 지내며 획기적인 선전수단을 구사해 나치스 정권을 견고히 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전 국민에게 라디오를 보급해 여론을 장악하고 나치스당의 이념을 주입시킨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인들은 라디오를 '괴벨스의 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괴벨스의 입을 생전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가 괴벨스의 내면세계를 가장 깊숙한 지점까지 파헤쳐 들어간 탁월한 나치 심리의 해부서인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 YES24

 

지난 17일 밤 KBS 이병순 사장은 사원 95명에 대한 인사 발령을 냈다. 인사 대상자 95명 중 47명이 이병순 사장 취임에 반대한 '사원행동' 소속 직원이라는 점에 보복인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이병순 사장 측은 사실무근이라지만 핵심 시사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양승동, 김용진 PD 등을 한직으로 발령한 것은 사실유근이라 불릴 만하다. 거기에 인사이동이 없었던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 17일 YTN 노조원 50여 명이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를 위해 YTN 본사 17층 사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박상규

 

어디 KBS 뿐이겠는가? 이미 쑤실 데로 쑤신 벌집 'YTN'은 구본혼 사장의 취임에 반대한 노조원 6명의 해고와 33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직원들의 투쟁으로 연일 안 밖의 관심을 받고 있다. 거기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언론계에 친정부 인사의 임명은 정부의 언론장악으로 오해살 만하다.

 

물론 정부의 언론장악은 필요하다. 아니 방송장악은 정부의 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국회의석을 과반수나 차지하고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의 등에 업은 그야말로 다 된 밥과 같은 형국에 어찌 재를 뿌릴 수 있겠는가? 그들 입장에서는 다 된 밥에 작은 프로그램 하나가 헛소문을 퍼트려 밥을 못 먹게 했으니 화가 날만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괴벨스를 통해 그들의 기반을 확장한 나치스정권은 자멸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그들마저 자멸에 빠졌는데 지지율 두 자리 대의 이 정부 앞에서는 한숨만 가득하다.

 

우리가 괴벨스의 입에 주목할 것은 괴벨스는 일방적인 여론을 만들어 많은 국민에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시키고 이를 전쟁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PD수첩이 광우병이라는 헛소문을 만들어 국민들을 이상한 곳으로 이끌었다고 하지만 촛불집회는 국민의 절반도 참여하지 못한 실패한 작품이다. 괴벨스의 입이 독일 국민 모두를 이상한 길로 이끌었다는 점을 볼 때 PD수첩의 작품은 실패인 셈이다. 이는 괴벨스의 입이 라디오라는 단일 매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마치 언론을 단일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의 단일화? 아니다. 언론을 아군으로 단일화하는 속셈이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 힘들다. 소수 언론매체의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맥락이 우리를 '역사는 반복된다' 말에 흥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얼마 전 보복성 인사이동을 당한 EBS 김진혁 PD가 연출한 지식채널e의 '17년 후'를 보면 국민들의 심정을 알만하다. 광우병 문제를 다룬 이 프로그램을 보며 광우병 문제가 우리나라에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심정.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진행 중인 '노변정담' 식의 라디오 방송이 괴벨스의 라디오 방송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바램은 비단 혼자만의 바램일까?

덧붙이는 글 | 본 사설은 대구대신문에 게재 된 뒤 오마이뉴스에도 약간의 수정 이후 중복 게재됩니다.

2008.10.16 10:1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본 사설은 대구대신문에 게재 된 뒤 오마이뉴스에도 약간의 수정 이후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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