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박스 채 쌓아둔 유명칼국수집

무전성시 업소에서 저급조미료라니....

검토 완료

김용철(ghsqnfok)등록 2008.10.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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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재래시장 한쪽에 칼국수집 하나가 문을 열었다. 시장인심이 그렇듯이 칼국수집 역시 양을 넉넉하게 해서 주었다. 배고픈 자에게는 성찬이 따로 없었다. 값도 싼데다 양까지 많이 주니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늘어나자 가게를 확장시켜 나갔고, 급기야는 서울 인근도시에서 가장 큰 칼국수집이 되었다. 현재 이집에서 평일 판매량은 천그릇, 주말에는 배 이상이다. 

여기서 잠깐!! 만약 여러분이 이 업소의 사장이라면 지금부터 어떻게 경영할 텐가? 시장에서 싸구려음식으로 팔던 그 방식을 고수할것인가, 아니면 식재와 식기 등 품질개선을 통해서 품격을 높이고 신뢰감을 심어줄 것인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동안 애용해준 고객에 대한 보답차원에서라도 식재의 질을 높혀야한다. 안전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매장을 넓히고 인테리어 수준을 높힌다고 해서 고객에 대한 보답은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리를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규모와 매출이 커지면 식자재 품질도 높혀야....

일주일여 전, 이 업소를 찾았다. 점심시간 전이라 영업준비로 분주했다. 아주머니 대여섯분이 달려들어 열심히 닭살을 찢고 있어, 이 집의 하루 판매량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닭은 몇개월짜리예요?”
“우리는 그런 거 몰라요. 저분에게 물어보세요.”

그래도 고참급으로 보이는 분에게 다시 물었으나 대답은 역시 대동소이다. 진짜 몰라서 모른다는 거야? 아님 이딴 것도 영업비밀이라고 숨기는 거야? 딱 보니 3개월짜리 닭이구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정도는 아니다. 아무리 종업원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닭이 어디에서 왔으며 몇개월짜리 닭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먹을거리 불신이 없던 예전에야 주면 주는 대로 먹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의 재료가 국산인지 외산인지. 냉동인지 생물인지 등 생산이력을 알고 먹을 권리는 있다. 뭐 넘어가자. 모를 수도 있지 뭐.

이 집의 메뉴는 닭칼국수 한가지이다. 바지락도 조금 들어가긴 하지만 닭고기를 싫어하는 분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김치를 맛봤다. 이건 당췌 뭔맛인지. 김치하면 천연의 양념맛으로 먹는 것 아닌가. 물론 대부분 업소에서는 감칠맛을 위해 조미료를 소량 첨가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혀가 난리부르스 칠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

이 집의 김치는 조미료가 아니라 기름을 부었나 싶을 정도로 느끼함 그 자체이다. 칼국수에서 김치는 느끼함을 달래주는 역할 아니냐고.

칼국수 나온다. 닭고기가 듬뿍 꾸미로 올라가고 양까지 많으니 한끼 식사로는 든든하겠다. 하지만 만족도는 거기까지다. 아, 조미료에 중독된 분들은 이집 칼국수 쵝오! 라고 부르짖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당췌 뭔맛인지. 육수가 진하고 풍부한맛인데 닭육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물육수도 아니고.... 먹는데 급급하면 많은 사람들이 깊은 맛으로 착각하며 속아 넘어갈 맛이다.

사장에게 물었다.

맛객: 손님들이 이 업소를 찾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사장: 글쎄...(잠시 생각) 주차장 확보가 잘되어있고....(또 생각) 아마 장사한지 오래되어서 손님들이 우리집 음식에 길들여진 것 같다.
맛객: 말 잘했다. 손님들이 이집 음식에 길들여졌다고 했는데 길들여진 이유가 조미료 때문은 아닌가?
사장: 조미료 넣지 않는다.
맛객: 무슨 말인가? 맛을 보니 조미료 들어갔다.
사장: (당혹하며)마..‘맛나’는 들어갔다.
맛객: 김치에도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다.
사장: 김치에는 조미료 들어간다.

칼국수에는 맛나가 들어가고 김치에는 조미료가 들어갔다니, 이 무슨 논리인가? 맛나는 조미료가 아니란 말인가? 맛나는 조미료보다 고급이라는 생각에 강조하고자 그랬을까.

주방을 살펴봤다. 눈에 띄는 게 있다. 흰색가루가 든 통과 갈색가루가 든 통이다. 또 하나의 흰색통도 보인다. 흰색가루와 갈색가루가 무엇인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문전성시 비결은 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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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부분에 있는 유리창으로 또 다시 뭔가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한식예찬’ 이란 조미료박스다. 조미료를 박스채로 떼놓고 사용하고 있었군. 그것도 2줄로 쌓을 정도면 그 양이 어마어마 할텐데...

그때까지 맛객은 시중에 한식예찬이란 조미료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 한식 조리사 친구에게 물어보고, 또 검색으로 어떤 조미료인지 알아봤다. 조리사 친구는 조미료도 여러 급이 있는데 한식예찬은 싸구려급이라고 한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비교를 해보니 내가 그토록 경멸하는 미원보다 가격이 세배나 싸구려였다. 그동안 식당에서 미원을 사용하면 싫어했는데 앞으로는 감사해야겠다. 그토록 고급 조미료를 사용해준데 대해서 말이다.

아, 한식예찬을 쌓아두었다고 해서 그게 칼국수에 들어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김치 넣는데 사용했을 수도 있잖은가. 해서 용도를 살펴보았다.

1.국이나 음식조리시 식성에 따라 적당량 사용하십시오.
2.권장사용량(4인분 기준) : 1티스푼은 5g기준입니다.
* 맑은국.찌개류 : 2.0g
* 매운탕류 : 4.2g
* 나물.무침.볶음류 : 1.7g

어디에도 김치에 넣으라는 내용은 없다. 그렇다고 김치에 넣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제품을 만든 회사에 문의 결과 김치에 넣어도 별 상관은 없다고 한다. 아무튼 그 많은 조미료를 김치에만 넣었는지는 의문이다. 참고로 이 집의 메뉴는 칼국수와 콩국수 뿐이고 반찬은 김치뿐이다. 아 양념다지기도 있다. 뭐 김치에 사용했든 칼국수에 사용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너무 과하게 사용하는 게 문제이다. 또 원가에서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미료조차도 저급을 사용하는데, 고춧가루나 마늘, 닭 등 다른 식재의 품질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만 하다.

오만복: 그 집 부천 원미구청 앞에 분점 생겼다가 3개월여 만에 문 닫았잖아.
맛객: 그러니까.... 듣기로 다른 곳의 분점도 오래 못 갔다는데.
오만복: 본점만 잘되는 이유가 뭐지? 그토록 잘되는 집의 분점이라면 적어도 몇개월만에 문 닫지는 않을텐데, 안그래?
맛객: 글쎄... 뭔가 본점만의 비법 한가지를 알려주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 뭐.
오만복: 비법? 그게 모야?
맛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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