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사면으로 본 대한민국 법치주의 '현주소'

[주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광복절 사면을 보며...

검토 완료

박효정(camel20c)등록 2008.08.14 08:30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는 올 광복절.

 

청와대가  얘기했던 대로 '경제 살리기'차원에서 많은 재계인사가 사면됐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다른 인사와는 다르게 폭행으로 인한 형사상의 문제로 구속되었을 뿐 아니라 집행유예 3년 중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사면은 우리나라 사법의 현주소를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이 받은 판결과 사면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어디에 서 있나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승현 회장이 처음 형을 선고 받은 것은 2007년 6월 22일.

검찰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김철환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기업 회장이 재력과 지위를 바탕으로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무시한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평범한 종업원인 피해자들이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당한 고통과 후유증을 생각할 때 절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후 7월 2일 1심에서는 “피고인이 형사고소 등 상식과 법치주의에 따른 방법을 쓰지 않고 조직적인 사적 보복을 가한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내렸다.

 

그리고 9월 11일 최종적으로 판결이 나온 항고심에서 재판부는 “김 회장의 범행은 사적 보복을 금지하는 법질서를 부정한 것으로 그 사안이나 죄질이 가볍지 않다”“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했고 이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차남이 집단폭행을 당해 부정(父情)이 앞서 사건이 일어났고, 폭력배를 동원했으나 이들이 직접 폭력을 휘두르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이 처음부터 치밀히 계획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특수폭행인데도 형량은 고작 사회봉사 200시간?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최초 구형 판결문과, 항소심의 판결문의 차이다. 서울 중앙지검은 김 회장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력과 지위를 남용한 점,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무시한 점, 피해자가 당한 후유증을 들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항소심의 판결문에서도 법질서를 부정한 점, 피해자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 등 서울 중앙지검이 내린 판결문과 비슷한 맥락의 판결을 했다.

 

하지만 최초 심리와 1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은 항소심 판결문의 ‘그러나’ 이후의 내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앞선 점, 폭력배를 동원했으나 폭력배가 직접 폭력을 휘두르지 않은 점을 볼 때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1심의 1년 6개월 형을 뒤집고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했다.

 

이 항소심 판결문을 간단히 보면 우발적으로, 부정(父情)을 이유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보폭폭행을 해도 단순히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형법 제65조)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행을 해도 부정(父情)으로 인한 것과 우발적인 것이라면 비록 피해자가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을지라도, 사회봉사 200시간이라는 가벼운 죄 값을 치르게 되는 것이 된다.

 

또 폭력배가 직접 폭행하지 않았기에 우발적이라는 점을 들어 감경을 해주었는데 우발적이라는 상황에 앞서 이런 부정(父情)과 폭력배가 직접폭행을 하지 않은 점이 1년 6개월이라는 징역형을 뒤집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부정(父情), 아들을 사랑했기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물론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판사의 재량에 의한 참작 사유일 뿐이지, 이러한 감정적인 요인이 판결 효력을 크게 위축시킬만한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또한 폭력배가 직접 폭행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무시하는 판결이다.

 

형법 제261조를 보면 '특수폭행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행한 죄'라고 되어있다. 조직폭력배가 직접 폭행을 행하지 않았더라도,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이라고 볼 수 있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했기 때문에 특수폭행죄가 적용 되는 것이다. 이런 특수폭행 죄목을 감면사유로 언급 했다는 것은 현행법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김승연 회장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전방위 로비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되는가하면, 서울경찰청장이 옷을 벗고, 12명의 경찰이 직위해제를 당하는 등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김 회장은 수사과정에서 반성의 기미 없이 전방위 로비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부정(父情)과 계획되지 않은 범죄라는 점은 참작해 감경을 해주면서, 이렇게 큰 사회물의를 빚은 점에서는 왜 언급 초자 안 했는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광복절 특사로 집행유예마저 사면 받았다. 사면의 명분은 ‘경제 살리기'였다. 하지만 동종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집행유예를 사면해 주는 것이 과연 '경제 살리기'와 얼마나 큰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1988년 지강헌씨가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를 외친지 꼭 2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의 사법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14 08:0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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