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서운 귀신 이야기

KBS2 <전설의 고향 - 구미호 편>

검토 완료

김선주(k0784)등록 2008.08.07 14:55

  공포는 체험일 가능성이 높다. 엘리베이터나 자동차가 무서운 것은 그와 관련된 직, 간접적인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눈에 보이는 실체에서 더 큰 공포심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이 허상에 가까운(가깝다고 생각하는) 귀신에 대한 공포가 과거보다 덜한 것이 사실이다.  

 

  6일 방영된 KBS의 <전설의 고향 - 구미호 편>은 과거에 방영된 <전설의 고향>을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결집시키며 20%대의 시청률을 올렸다. 이 작품은 고전소설 <장화홍련>을 연상시키는 자매애,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위해 자녀를 희생하는 비뚤어진 효(孝) 정신 등을 담고 있다.

 

   <전설의 고향>의 핵심은 더운 여름날을 잠시나마 서늘하게 해 줄 공포가 핵심이다. 그런데 <전설의 고향 - 구미호 편>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부분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풀어헤친 머리와 흰 소복만으로 공포심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다.(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영상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공포심이 덜한 원인은 서사 전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귀신 이야기는 ‘사람이 죽는다 - 귀신이 나타난다 - 귀신의 억울한 사정이 밝혀진다’와 같이 결과에서 원인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각종 서스펜스를 유발시킨다. 반면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은 ‘(구미호를 찾기 위해/효도하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 억울한 희생양들이 생겨난다 - 이에 분노한 사람이 구미호로 변신해 복수를 한다’의 구조를 띤다. 따라서 귀신이 왜 나타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과거의 작품보다 덜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이 작품은 귀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가 더 강조된다. 시청자에게 명옥(박민영)은 공포스러운 구미호가 아니라 애처로운 희생양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청자는 구미호로 인한 공포보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집안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느낀다. 결국 이 작품은 귀신이 아닌 허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임을 지나치게 강조한 셈이다.

 

  또한 결말 부분, 언니의 복수를 위해 집안 어른들을 죽이던 명옥이 복수심을 거두고 사라지는 계기도 미약하다. 사촌 동생들을 잘 보살펴주던 장손 효문(김태호)의 부친에 대한 효성을 설명하기에는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이다. 더불어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무의미해 보인다.

2008.08.07 15:00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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