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경관이 썰렁하지만 어쩔 수 없죠"

서울시 조명관련 '에너지 절감 대책' 확인취재기

검토 완료

정미소(jms85)등록 2008.08.25 10:31

 퇴근 길, 버스가 마포대교로 향했다. 창가에 기대 밖을 바라보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화려하게 강 위를 수놓고 있어야 할 한강교량의 불빛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시에서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강교량 경관 조명 점등시간 3시간 단축 ▲가로등 격등제 확대 ▲청계천 전기시설 일부 심야 가동중단 등의 조명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화려한 미관보다는 불필요한 불빛을 아껴 에너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한강교량의 불빛 사라져…

 

 서울시는 18일 '에너지절약종합대책' 사이트를 통해 한강교량 경관 조명의 경우, 점등은 평소보다 1시간 늦추고, 소등은 오전 1시에서 오후 11시로 2시간 앞당겨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는 실제로 한강교량 경관 조명 단축 실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7월 28일 오후 10시 50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찾아갔다. 관찰 장소는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

 

 50분을 꼭 맞춰 도착한 이유는 11시 점등 장면을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강교량은 이미 까맣게 어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겨우 점등되어있는 노란 불빛만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다리의 형체를 구별할 수 있게 해줬다. 훨씬 오래 전부터 꺼져 있던 것 같은 적막함마저 돌았다. 

 

지난 7월 28일 오후 10시 50분 마포대교의 경관조명이 소등되어 있다. ⓒ 정미소

 

 그렇다면, 한강 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강 근처에 살아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이은순(54)씨는 "경관조명등을 끄니까 썰렁하긴 해요"라며 이전의 화려했던 한강 경관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남편 이성규(56)씨는 "절약하는 차원에서는 조명 소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함께 바람 쐬러 나왔다는 유재은(37)씨는 "석유파동에 화물차연대파업까지 기름 때문에 들썩이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우리 모두 에너지 절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전날 11시 이전부터 이미 소등되어 있던 한강교량 사안과 관련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통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교량 경관 조명의 점등시간 3시간 단축'과는 달리, 점등시간 단축은 보류하고 7월 7일부터 아예 경관 조명을 점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휘황찬란한 불빛의 광화문 밤거리

 

 28일, 한강에서 발길을 돌려 광화문 청계천으로 향하는 버스 안. 오전 12시가 되어 가지만 버스 밖 서울 밤거리는 휘황찬란하기만 하다. 나란히 줄서 있어 점처럼 박히는 가로등 불빛과 눈부시게 번쩍이는 네온사인 간판들, 야근한다는 표시인지 고층건물마다 새어 나오는 불빛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더욱 환하게 빛난다.

 

지난 7월 29일 오전 12시 30분 종각역 부근, 네온사인 간판이 환하게 켜져 있다. ⓒ 정미소

 서울시청에서 발표한 '가로등 격등제 확대'에 따르면 가로등 격등제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일반도로와 보행등에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도 30Lux 이상인 가로등의 경우 격등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의 조도가 다르기 때문에 격등제 실시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인도에 설치된 보행등의 경우에도 우범지역, 학교, 학원, 횡단보도 등은 격등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구마다 실행하는 정도가 달라 격등제 실시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한편, 서울시청에서는 '민간부문 에너지 절감 참여 권고' 시책에 대하여 ▲주유소, LPG 충전소 등 옥외 조명시설 만 사용 권장 ▲대형점포, 자동차 판매업소 영업 외 시간 진열장 조명 사용 자제 ▲옥외 광고물 과도한 조명 사용을 자제토록 협조하고 있다.

 

 길어봤자 1m의 간격을 두고 즐비해 있는 네온사인 간판들. 이들에게 영업시간은 없다. 영업이 끝나고 문은 닫혔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켜져 있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권장, 사용 자제'라는 시책은 고유가 시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휘황찬란한 광화문 밤거리를 만드는 현실을 낳았을 뿐이다.

 

 

고유가에도 빛나는 청계천

 

 서울시는 청계천 조명시설에 대해 안전 및 보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총 9,199등 중 46%인 4,221등 까지 소등을 확대하여 (현재는 2,507등 소등) 연간 약 1억 5천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적인 내용 확인 결과 서울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자정부터 청계천의 벽 부착등은 격등하고 교량등, 수은등을 소등한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광화문 쪽 청계천의 경우에는 1시간 늦춰 소등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9일 오전 1시 6분 청계천 조명이 밝게 켜져 있다. ⓒ 정미소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 기자는 직접 광화문 쪽 청계천 확인 취재에 나섰다. 12시 15분 벽 부착등, 교량등은 물론 물속에서 빛을 발하는 수은등까지 모두 켜져 있었다. 이후 새벽내내 지켜본 결과 소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밤새 청계천을 관리하는 청계천 안전요원 박 반장을 찾았다. 박씨는 "물속에 설치되어 있는 수은등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점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벽 부착등과 교량등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지시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대책은 대책대로 실행은 실행되고 옮겨지고 있어,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들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밤에도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과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감 대책 사이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이셋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제 8기 인턴기자입니다.

2008.08.04 11:4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미소, 이셋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제 8기 인턴기자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