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 그 첫날...두려움과 설렘

[첫 배낭여행 - 낯선 길에 대한 탐닉, 티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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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상(heangbok)등록 2008.07.29 13:29

2007, 05.22, 23일

 

어이어이 하여 게스트 하우스(원동호텔)에 지금 누워있다. 그러니까, 어제(22일) 오후 11시 30분에 배에 올랐는데, 난 이제야 몸을 누이고 글을 쓴다.

 

한 동안 머리가 무거웠다. 어찌 가야 하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먹는 것은…… 등등 모든 게 두려움 덩어리이다. 세상 밖으로 달려 가고픈 마음 만 있지, 어느 것 준비가 안된 내게 마음은 어쩌면 성급한 행위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면서 발을 땠다. 이렇게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영원히 제자리를 맴돌 듯 하여…… 난 이렇게라도 세상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는 자랑스런 모국어, 배에 올라서 멀리 생각하지 않고 텐진(天津)에 내려, 베이징(北京), 그리고 하룻밤을 먹는 것을 챙긴다. 낯선 길이기에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딛자며 나에게 주문과 암시를 건낸다. 배는 느리게, 느리게 나아간다.

 

세상으로 나오려 할 때, 두려움 가득 안고서 어떻게 헤쳐 나갈까 고민을 한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 모험을 어떻게 그려낼까 ’ 가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내 머리는 심히 변덕이 심한 듯 하다.

 

배가 느리게 간다. 아침부터 먼 하늘에서 달려온 구름이 바다를 따라와서, 기어코 배를 감싼다. 안개가 가득히 쌓이는 걸 보며……

 

며칠 앞서 용감하거나 무모한 미국 사람이 티벳(Tibet)의 자유를 부르짓었고, 풍문에는 그로 인해 들어가기가 더 엄격해졌다고 한다. 몇 몇 사람이 어찌할까 고민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길을 나선다. 지금 안개가 배를 감싸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큰 바다를 나오면서 알게 된다. 큰 바다. 먼 곳을 향해 할 때에는 순풍만 불어주는 게 아니라,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안개가 끼고, 파도가 친다는 걸. 하지만 비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파도가 친다고 큰 배는 주저 하지 않는다. 내가 가고자 하는, 내가 이루려는 꿈이 큰 수록 비와 바람이 악동처럼 간간히 나를 감쌀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안개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거나 뒤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큰 바다를 나가는 배에 파도와 바람이 그를 키운다면, 내 앞에 선 파도와 바람이 또한 나를 키울 것이다. 

 

자고 또 자고, 좁은 공간에 25시간 갇혀 있으려니…… 숨이 막혀온다. 하지만 배는 아직 입항조차 못하고, 바다에 멈춰 서 있다. 안개에 갇힌 배는 예정시각 보다 한참 지나 오후 5시에 나를 내려준다. 나는 앞사람 만 따라가서는 베이징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3시간을 가면 베이징 역에 닿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원동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일이 버스에서 내렸더니 손님마중 나온 듯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원동호텔을 아는 아저씨가 없다는 것이다. 종이에 한자-원동호텔-만 적고 몇 번이고 물어본다. 난 그렇게 30여분을 역 앞을 오고 가며 하다, 아주 우연찮게 택시를 잡았다.

 

바다를 건너와, 낯선 땅에 발을 디디니 피곤하다.

 

 

[2007년 5월22일 부터 9월 14일까지 홀로 배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티벳, 네팔, 북인도, 파키스탄을 돌아 다시 중국 신장으로 오는 110여일 간의 배낭 여행기가 하루에 한 편 씩 올라갑니다. 처음 길을 나서는 이가 있다면 같이 가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2008.07.29 13:29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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