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 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의 쌍곡선

검토 완료

백성태(bizwe)등록 2008.07.28 21:30

강녕탈춤공연중 한장면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슴 ⓒ 백성태


인터넷을 통해 '한겨레'가 주관하는'매그넘'코리아 사진공모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6월 17일~ 7월 20일 까지 3000 여장의 응모작이 출품되었으니,명실공히 '사진공모전' 으로는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없어 응모자들의 호응도가 좋았다고 할 수 있고,수상작들은 7월 29 일 부터 '예술의 전당' 에서 전시된다고 한다.

그런데, 7월 24~25 일 양일간 심사결과를 본 응모자들로 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대상을 포함해, 수상작들에 대한 심사평에 대해 응모자들의 공감대가 그리 호의적이진 않은 것 같다.

디지털의 발전과 함께, 동호인도 늘었지만 엄청난 숫자의 사진들이 온라인에 올라 사진의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편리함과 접근성으로 인해 수많은 사진 정보가 홍수를 이루며 이론과 테크닉도 한층 섬세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특정 마니아층과 직업사진사로 양분되던 과거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사진의 '르네상스' 라 할 만큼 양과 질 모두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사진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동호인들의 작품의 질 또한 과거 특정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시절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테크닉이나 사진학적 이론에 충실한 작품을 접하기가 쉬워졌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구분이 무색하게 되었다.

한겨레가 주관한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 에 3000 여점의 작품이 오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수상작 발표가 있은 후 약간의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고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그러기에 작품을 심사하는 전문가 그룹의 관점과 출품한 사람들의 관점이, 같을 수 는 없고 작품자체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 아날로그 시절처럼, 정보와 가치를 독점해 명쾌한 작품선정에 대한 기준을 밝히지 않고 도식적인 기준으로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평가 방식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번 '매그넘코리아 사진공모전' 측이 주제로 제시한 8개 '테마'는 (종교,문화,서울&도시,자연 그리고 삶,즐겨라 코리아, 입신양명, 사랑과 결혼,사회상) 이다. 주최 측이 주제에 맞는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수상작들 중에는 주제를 떠올리기엔 다소 의미가 난해한 작품이 보이고, 주제에 충실한 우월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객관성도 다소 회의적이다.

태안 기름유츌 사건과,촛불집회등 굵직한 사안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들이 출품되어 호응도가 높았지만, 정작 심사결과 유독 사회전반의 이슈로 떠오른 태안 기름유출 사건현장과 '촛불집회' 사진들은 수상에서 거의 배제되어 응모자들의 불만을 유발해 심사단에 대한 불신의 동기가 되었다.

주최 측은 "특정 사안별로 심사하지 않았고,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사건과 연관된 사진이 꼭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합니다" 라고 해명한것이,오히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한발 물러난 듯한 늬앙스를 주어 많은 네티즌들이 주최측에게 저의가 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태안 기름유출사건과' 진행형인 '촛불집회'는, 2008 년 대한민국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사회적 파장이 강렬한 사안이며, 어떤 주제보다 출품작이 많았지만 한 점도 입상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엔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작품의 질적 수준에 의해 배제된 것이라면, 심사위원단의 판정에 승복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작품들이 소재나 주제에 그리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와 수상작들의 사진학적 완성도나 미학적 가치가 독자들이 수긍할 만큼 뛰어난 작품인가 하는 점에서 응모자들의 불신이 증폭되어 스스로, 입상을 취소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사위원들의 자질에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대상으로 선정된 당사자의 '당선소감'이 오해를 불러온 계기가 된 것은, 비가 그치고 난 오후에 동네전경을 별 생각 없이 촬영한 사진이 대상으로 선정되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은, 작가조차 알지 못한 모호한 가치를 임의로 부여해 인물의 모션과 동선까지 예단하며 해설을 늘어 놓아,사진에 담긴 팩트를 지나치게 과장 부연함으로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 이 테마를 정한 것은, 작품 주제에 대한 본질에 충실한 팩트를 도출하기 위한 전제로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테마에 충실한 사진 중,사실성은 작품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될 것이며, 기록성은 시공간적 한계를 앵글 속에 어떻게 시각적으로 도출해 내었는가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종군기자가 찍은 보도사진은 전장(戰場) 의 상황을 시공간을 어떻게 결정해 어떻게 앵글 속에 피사체를 배치했는가 하는 것이지만, 작가의 의도적 메시지나 주관적 가치는 보도 사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할 것이며, 예술적 가치를 전제한 사진은 피사체를 통해 주관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해도,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없다면, 작품성을 담보하기엔 무리가 있을것이다.

그러기에 팩트가 그대로 담겨진 사진은, 비구상 작품처럼 달리 주석을 달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의 주제나 제목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관람자의 몫이라 할 것이다.

상업사진처럼, 독자의 의식을 마비시켜 미학적 감각만 추구하는 사진은 기능적으로 일정한 목적을 전제로 각색되어진 것이기에 사실성이나 기록성이 전무한 것이니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스냅사진은, 작품 자체가 가지는 사실성과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함축되는 것이라 해도, 작가의 의도를 예단해 단정한뒤 3자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것은 사진의 본질적 가치를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 에 수상작 발표를 본 동호인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관점에 대한 오해와 '미리 제시된 '주제' (8개의 테마) 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작품이 선정된 것이 발단이 아닌가 싶고, 다소 매끄럽지 못한 운영상의 문제도 한몫을 한 것 같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닌 듯싶다.

심사결과가 발표된 후, 수상작에 대한 응모자들의 목소리는 심사주체가 제시하는 기준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근거가 모호한데서 비롯된 것이며, 주최 측이 내건 '미래의 매그넘 작가를 위한'다는 부제가 이미'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 은 '매그넘 작가'를 염두에 둔 작가주의를 표방하기에 사진학적 이론이 배제될 수 없다는 전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응모자들의 불만과 의구심에 대해, 대상에 대한 일방적 심사평에 대해,객관적인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심사위원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것은 온라인의 속성상 응모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아니며, 주최 측과 심사위원단의 권위적 사고방식에 기인함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조심스런 마음으로 한 자락 글을 올렸으나, 심사와는 전혀 관련 없다는 게시판 운영자에게 '달을 가르친 손에 묻은 검댕이만' 지적당하고 말았다.

비평은,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든 사람은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맛을 보고 음미하며 평가하며 공감하는 사람은 비전문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볼때,한겨레가 주관한 '매그넘코리아 사진공모전' 은 오답이 나올만한 문제를 내놓고, 수험생의 이유 있는 항의를 외면하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진은 하나부터 열까지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 가는 전수기능 예술이 아니다. 그림처럼 어떤 화풍으로, 어떤 물감을 어떻게 혼합해 밑그림을 만들고 어떤 표현을 전제로 완성해서 어떤 가치가 있다는 의미의 해설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도식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사진은, 보는 사람이 느낀 감정 그대로가 작가의 의도이며 본질일 수 밖에 없다.

작가조차 몰랐던 의미를 각색 이입시켜, 다소 과장되고 추상적인 모호한 해설을 붙임으로, 수상 작품의 본질만 호도되어 사실과 논리사이에 괴리감만 키운것이 아닌가 싶다.

사진은,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보이는 그대로가 실체이며 본질이다. 내면의 의미나 가치는 보는 사람의 관점과 이해를 전제로 감상자의 몫이니 정형화된 획일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기에 설명하거나 주석을 달아 지나친 도식적 가치를 규정하는 것은 사진의 특성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사진이란,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함축적이고 난해한 내재가치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미학적 관점에서 잘 다듬어진 조각품을 설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체에 대한 인식의 방편일 뿐이다.

좋은 사진은, 보아서 좋으면 되고, 많은 사람이 좋은 것이라 공감해 여기면 그것이 좋은 사진이 되는 것이다. 사진은, 학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가치를 개념적으로 사실화 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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