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조서 허위작성, 관행인가 범법인가

사법개혁 무색하게 만드는 공판조서 허위작성

검토 완료

이은희(emfrhc4518)등록 2008.07.24 13:37
대법원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국민참여재판 시행,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 법정 모니터링 시행 등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사법 개혁을 이루기 위해 진일보한 제도를 시도했다.

특히 강도 높은 ‘사법개혁’ 의지를 담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과 개정 형사소송법은 6개월을 경과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분석 자료도 내놓았다. 지난 1월 대구지법에서 첫 시행되어 배심원들의 적극 참여로 전국 법원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이 제도의 시행 이후 2007년 형사사건 평균처리기간(전체 3.3개월, 형사합의 3.4개월)보다 1개월 정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심원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이 공판절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84.0%의 배심원이 재판에 대한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시간 이뤄지는 재판과 딱딱한 법률용어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점이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또 판사들의 바람직한 언행을 통한 재판 진행 개선을 위해 도입된 법정 모니터링 제도 역시 광주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등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각 법원은 재판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법관의 시선 처리, 표정 관리, 앉는 자세, 말의 강약 및 속도, 법률용어 순화 여부, 법정 분위기 관리 등 바람직한 법정언행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모니터링 결과 화난 듯한, 또는 짜증나고 피곤해 하거나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재판 당사자들을 내리깔고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판사들의 불필요한 행동과 언행이 가장 많은 지적대상이었다.

사법부가 법정 모니터링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것은 법정 중심의 재판이 정착되면서 법관의 언행과 법정 운영이 재판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 이는 과거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재판 진행으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하는 폐단을 없애고 인권 중심, 국민 중심의 선진 사법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사법 선진화를 위한 노력 한편에는 아직도 고질병적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포털사이트에 악성댓글을 달아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 중인 누리꾼 김모(30, 휴학생)씨 재판의 고소인 정모(34)씨 사례 역시 그 중의 하나다.

정씨는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실정법을 어기면서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하고도 위법행위를 은폐하려고 무관한 법률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주장했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판사는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에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말투로 시종 고소취하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고소인 정씨에 따르면 누리꾼 김씨는 타교단과 소속 교인들을 일컬어 "정상적인 무리이겠냐, 그 무리들이 무슨 법도가 있겠나?"라고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정씨는 해당 포털사이트사와 누리꾼 김씨에게 이는 비판을 넘어 비방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임을 알리고, 악의적인 비방을 중단하고 게시물을 내릴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김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김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사건의 해당 판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에게 고소취하 할 의사가 없는지를 물었고, 정씨는 피고인 김씨가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계속 비방의사를 가지고 있는 상황임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증인선서 이후에도 판사는 수차례 고소취하를 종용해 심적으로 위압감을 갖게 됐다는 것,

이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고소인인 한모(48)씨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법관윤리강령'을 근거로 탄원서를 제출하고는 4월 7일 공판에 참석했으나 판사는 "엉뚱한 탄원서나 제출하고 그런 짓 하지 말라, 그게 불만스러우면 고소 자체를 취하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피해자 정씨의 법정 증언(교리부분)들 법정 모독으로 감치대상에 처할 수 있다, 내 재판이 싫으면 다른 재판부로 옮기도록 힘을 한 번 써보시든지’라는 등의 발언으로 피해자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피해자 한씨가 밝혔다. 피고인에 대한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피고인 김씨는 재판 진행 중임에도 멈추지 않고 수위를 높여 상대편 교회와 교인들을 비방하고 자신을 정당화 하는 게시물을 6월 14일에도 인터넷에 올렸다.

정씨가 이를 6월 16일 공판에 증거로 제출하자 판사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다. 또 7월 7일 재판에서는 입증보완을 촉구한 판사의 요구대로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과 증인신청을 통해 피고인의 죄를 밝히려 하자 이를 모두 불허하고 검사의 구형 없이 사흘 뒤 선고하겠다며 결심재판을 했다. 공판조서 허위작성이 ‘위법’ 아닌 ‘관행’? 이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공판조서는 판사와 검사,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오간 모든 신문과 답변을 기록하는 공식적인 기록으로,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기록이 되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절대적 증명력이 인정되고 있다.  

정씨는 “판사는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지만, 이에 대한 작성과 사유 기재 의무를 무시하고 공판조서에서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검사가 구형을 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을 벌금 50만원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진술’이라고 공판조서에 허위 기재했고, 담당판사가 검사에게 입증보완 하라고 요구해서 제출했음에도 이를 모두 불허해 놓고 공판조서에는 ‘별 의견 없으며, 신청할 증거도 없다’고 기재했다.”며 공판검사로부터 공판에서 구형하거나 의견을 말한 적이 없다고 확인받은 녹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형사소송법 제51조(공판조서의 기재요건) 5항에는 ‘공개의 여부와 공개를 금한 때에는 그 이유’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제302조(증거조사후의 검사의 의견진술)에는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한 때에는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공판조서에는 정씨의 주장대로 검사는 구형을 한 것으로, 비공개 재판에 대해서는 누락이 되어 있었다.   

이는 형법 제227조(허위공문서작성등) 위반으로 공무원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문서 또는 도화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검사의 변론재개 요청으로 7월 10일은 선고가 없었다. ㅈ판사는 공판조서 허위작성에 대해 불이익변경금지 조항을 들어 “약식명령에서 50만원을 구형했기 때문에 그 이상 선고할 수 없다.”며 “벌금액수를 선처해 달라고 안했으니까 선처해 달라고 조서에 적어서 기분 나쁘다는 것이냐”라고 피해자들이 벌금액수를 가지고 문제제기한 것처럼 해명에 나섰다.

판사는 “이의신청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피해자는 (공판조서 이의신청)자격 없다.”며 “공판기록 열람등사 신청자격을 배제시킨다.”고 공식발언을 해 또다시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공보판사는 “구형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어 공판검사에게 확인해 보겠다.”며 피해자들이 제기한 공판조서 허위작성 문제에 대해서는 ‘관행’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 정씨는 “판사가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비하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판사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위법성을 정당화하려고 한다면 이 사회에 불법이 될 요소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명백한 위법을 관행으로 치부해 불법을 스스로 용인하는 법조 문화는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을 초래하고 법조윤리를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관행화된 사법부의 고질병이라면 이번 기회에 분명히 뿌리 뽑고 가야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피해자들은 법원이 직접 나서서 사태의 진실 규명과 해당 판사 징계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해 피해자들이 입은 인격권 침해를 해결하고 파행적 재판 운용을 바로잡아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서울남부지법은 ㅈ판사의 위법행위를 묵인하며 감싸고 있다고 개탄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직권남용이고 인권침해”라며 “문제의 발언은 법관으로서의 품위 유지와 재판 운영 능력에 미숙함을 드러낸 것으로,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상급 법원에 ‘법관윤리강령위반’으로 진정을 하거나 검찰에 고발조치해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2006년 12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공판조서 허위작성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었다. 재판부가 공소장을 임의로 변경하고 공판조서는 실제와 다르게 정리해 법조계에서 공판조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당시 담당 부장판사는 “실제 법정에서 오가지 않은 말을 공판조서에 기재한 것은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고, 검찰 측은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적도 없었고,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은 공판조서의 정확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2007년 3월 전국 수석부장 판사 회의에서 ‘공판조서의 정확한 기재를 위한 방안’을 놓고 논의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근본적인 해결 없이 공판조서 허위작성에 대해 법조계에선 ‘관행’이라며 불법을 용납하고 있어 사법 불신에 커다란 불씨가 되고 있다. 이번 피해자 정씨의 기자회견으로 공판조서 허위작성 사건을 파악하고 있는 대법원이 어떤 대책을 세울지, 사법개혁에 어떤 파급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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