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구할 수밖에 없는 ‘돈 버는 시간’

내 친구 현정이의 아르바이트기, 뜀박질 1년은 등록금 1년 치 벌이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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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jms85)등록 2008.07.20 20:54

  현정(24)이는 오늘도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쏟아지는 잠과 발길을 옮기기 힘든 무거운 몸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그의 발길을 이끄는 힘은 즐거움도 아니요, 책임감도 아니요,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회는 또 그를 향해 ‘오라고’ 손짓한다.

 

  20살, 냉혹한 현실로 들어서다

 

점점 용돈이 떨어져 간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용돈을 더 달라고 말할 수 없다. 집안 사정을 뻔히 아는 그이기에. 일단 아르바이트를 비교적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하고 싶다는 의욕이 앞섰던 걸까? 아니, 아르바이트를 꼭 구해야 하는 의지가 그를 이끌었다. 점장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점장과 함께 아이스크림 박스 포장을 뜯고 진열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역시 현실은 냉혹했다. 점장은 판매 금액과 결산한 돈이 맞지 않으면, 그의 급여에서 마이너스가 난 돈을 제외하고 지급했다. 시급 2천 원 받으면서 일하는 학생에게 뺄 게 무엇이 있었기에. 그러나 그 돈이라도 받아야 했다. 그래야 밥도 사 먹을 수 있고 지하철도 탈 수 있고 책도 살 수 있고…. 그는 이렇게 냉혹한 현실을 적응해 간다.

 

 

꼭 하고 싶습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행정 업무 아르바이트 신청서를 작성하는 중입니다. ⓒ 김서경

 

  런닝머신 같은 아르바이트 인생

 

  계속 뛰어야 했다. 편의점들만 묶어 7~8개월, 인천공항 푸드코트 6개월, 신나라레코드 7개월, 베스킨라빈스 4개월, 백화점 가전매장 12개월, 핸드폰 공장 1~2개월, TM(텔레마게팅) 1개월, 전화 설문조사 1개월, 그 외 대형마트 행사까지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런닝머신 같았다. 런닝머신을 멈추지 않은 이상 계속 뛰어야 하는 것처럼 그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휴학하는 1년 동안 그의 달리기는 더 가속화 되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은 1천만 원이 넘었지만 모은 돈은 약 470만 원에 불과했다. 중간에 용돈 쓰고 집에 생활용품을 사는 등 모으는 돈보다 지출하는 돈이 많았다. 결국 한 학기 등록금과 학기 중에 쓸 용돈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런닝머신 위를 뛰듯 끊임없이 아르바이트 해도 충당되지 않는 등록금. 한 달도 쉬지 않고 일한 그이지만 학자금 대출을 3번이나 받았다. 꾸준히 일해도 빌려야 하는 돈에 그는 숨이 버거워 옴을 느낀다. 숨은 버거워 오지만 빠져 나갈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을 떼이다

 

  ‘돈’이라는 물질을 벌기 위해서 뛰어든 아르바이트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은 ‘돈’으로도 매길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돈’이라는 물질적인 가치로 인해 그의 시간과 노력은 너무도 허망하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편의점 LG25에서 급여 한 달치를 받지 못했고, 베스킨라빈스에서 첫 달 일한 급여 중 30시간을 받지 못한 것. 베스킨라빈스에서는 30시간치 급여를 후불로 지급해주겠다고 말하였으나, 자신의 매장 장부에 후불 지급한다는 기록을 해놓은 적이 없다면서 끝내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행태를 고발하고 바로잡고자 베스킨라빈스의 본사라고 할 수 있는 ‘비알코리아’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오랜 시간 끝에 전화 연결이 됐지만 가맹 담당이 없다는 대답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2차 시도 돌입. 다시 고객센터로 전화 연결이 되었지만 자신들은 직영이 아니기 때문에 점장한테 임금을 주라고 ‘권고’만 할 수 있다면서 나 몰라라 했다. 권고란 말이 어떤 의미이던가. 어떤 행위를 하도록 말하는 뜻이다. 즉, 강제 사항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대가 없이 받아 놓고서는, 이에 대한 대가 지급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한 현실인 것이다. 3차 시도 해봤지만 2차 시도와 같은 결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비알 코리아’ 회사 제품은 사먹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시간과 노력 뒤에 남겨진 ‘추억’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현실이 버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 속에 ‘추억’이란 두 글자도 공존한다. 6개월 동안 일한 인천공항 내 푸드코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났다. 공항 특성 상 오전 6시에 문을 여는데, 비몽사몽으로 오픈 준비를 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던 때였다. 그때 일본 아주머니 관광객들의 주문에 계속 실수를 하여 ‘스미마셍,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이라고 말하자 ‘카와이(귀엽다)’라고 말하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이외에도 당시 24살 유럽계 여자와 이야기도 나누고 도쿄와 우리나라를 오가는 비즈니스맨인 남자와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이제는 미소를 지으며 추억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쌓인 경험으로 사회의 여러 면을 볼 수 있게 됐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리고 약 한달 반 동안 핸드폰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고귀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공장 일이 처음에는 비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일이라고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제품이고 식품이던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가 느꼈던 비참함은 한낱 자존심에 불과함을 알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활과 생각을 이해한다는 일은 또 다른 배움임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 레이스가 되기를 바라며…

 

   4학년 현정이에게는 마지막인 여름방학. 현재 인턴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또 주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다.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하루 수당 6~7만원을 지급하는 마트 행사 아르바이트로.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그는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갖기보다 ‘돈 버는 시간’을 구하려 한다.

 

  그의 아르바이트 레이스가 여름방학으로 마무리되어 마지막 한 학기는 대학생다운, 대학생만의 한 학기를 보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아르바이트, 그 달콤 쌉싸래한 기억 응모

2008.07.20 20:0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르바이트, 그 달콤 쌉싸래한 기억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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