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신뢰 구축, 다른 쪽에선 사법 피해

법조비리와 법조윤리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검토 완료

이은희(emfrhc4518)등록 2008.07.22 12:27
대법원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국민참여재판 시행,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의 시행 등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사법 개혁을 이루기 위해 진일보한 제도를 시도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 성과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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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도 높은 '사법개혁' 의지를 담고 제헌 60돌을 맞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과 개정 형사소송법은 6개월을 경과하며 국민을 섬기는 재판, 인권을 중시하는 재판을 목표로 하여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6개월간 시행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를 보면 전국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1월 대구지법에서 첫 시행되어 배심원들의 적극 참여로 전국 법원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은 전국 114건이 접수돼 23건의 판결 선고가 있었다(6월 30일까지 기준). 이 제도의 시행으로 2007년 형사사건 평균처리기간(전체 3.3개월, 형사합의 3.4개월)보다 1개월 정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23건의 판결 선고에서 91.3%에 해당하는 21건이 배심원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이 일치했다.

배심원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이 공판절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84.0%의 배심원이 재판에 대한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장시간 이뤄지는 재판과 딱딱한 법률용어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점이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가장 활발하게 국민참여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은 인천과 수원. 반면 서울지역은 시행이 전무해 더욱 활발한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사법 모니터링 제도 활발, 법정 운용 신뢰 형성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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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의 바람직한 언행을 통한 재판 진행 개선을 위해 도입된 법정 모니터링 제도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제대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5월 30일, 올 3월부터 2달 동안 전체 30개 재판부(합의 6·단독 24)에 대해 법관의 시선 처리, 표정 관리, 앉는 자세, 말의 강약 및 속도, 법률용어 순화 여부, 법정 분위기 관리 등 재판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지법 역시 지난 6월 23일 '법정커뮤니케이션 개선위원회'를 열고 30개 재판부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실시한 상반기 법정 촬영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했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판사들의 불필요한 행동과 언행이 가장 많은 지적대상이었다.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재판 당사자들을 내리깔고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판사, 잠시 턱을 괴거나 펜을 돌리는 등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판사, 화난 듯한, 또는 짜증나고 피곤해 하는 판사, 무뚝뚝한 표정으로 법정의 분위기를 무겁게 한다거나 웅크리거나 비스듬히 앉는 등 똑바르지 못한 자세를 하는 판사들의 행동이 지적사항이었다. 또한 지나친 경어 사용이나 불분명하고 상대방을 다그치는 말투도 지적됐다.

7월 14일에는 대전지방법원도 올 상반기 32개 재판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법정모니터링 결과보고'를 통해 바람직한 법정언행 개선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날 스피치 강사는 KBS 김은성 아나운서. 김 아나운서는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사무적·권위적·단정적인 언어를 지양하고 판결 대상자를 고객으로 인식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면 법정에서 원활한 스피치 진행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경종 법원장은 법정에서 개선할 사항으로 ▲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이야기 할 것 ▲ 사건 내용과 관계없이 심각한 표정을 짓지 말 것 ▲ 겸손하고 당사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재판을 진행할 것 등을 당부했다.

선진 제도 시행 한편에선 구태적 파행 재판으로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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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법정 모니터링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것은 법정 중심의 재판이 정착되면서 법관의 언행과 법정 운영이 재판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 이는 과거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재판 진행으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하는 폐단을 없애고 인권 중심, 국민 중심의 선진 사법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양대 이념을 조화시켜 향후 형사사법을 선진화하는 전환점으로써 올 1월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법조 각계의 사법 선진화를 위한 노력 한편에는 아직도 고질병적 구태를 벗지 못한 사법부의 폐단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악성댓글을 달아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 중인 네티즌 김모(30, 휴학생)씨 재판의 피해자 정모(34)씨 사례 역시 그 중의 하나. 정씨는 지난 11일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일주일째 매일 아침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씨 주장의 요지는 판사가 재판정에서 편향적이고 파행적인 언행으로 증인과 사건의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등 재판 운용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을 일으켰다는 것.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정모 판사는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에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말투로 시종 고소취하를 종용했다. 또한 "이 법정의 주인은 나다, 법에 대해 무지하다, 내 재판이 싫으면 다른 재판부로 옮기도록 힘을 한 번 써보시든지, 모조리 감치재판에 처할 수 있다"는 등등의 모욕적인 발언까지 했다. 심지어 증인의 증언에 대해 "위증"이라고 표현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판 때마다 물의를 빚었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 정씨는 "판사가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비하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판사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직권남용이고 인권침해"라며 "문제의 발언은 법관으로서의 품위 유지와 재판 운영 능력에 미숙함을 드러낸 것으로,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상급 법원에 '법관윤리강령위반'으로 진정을 하거나 검찰에 고발조치해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판조서 허위작성이 '위법' 아닌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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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정씨는 "검사가 구형을 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을 벌금 50만원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진술'이라고 공판조서에 허위 기재했고, 담당판사가 검사에게 입증보완 하라고 요구해서 제출했음에도 이를 모두 불허해 놓고 공판조서에는 '별 의견 없으며, 신청할 증거도 없다'고 기재했다. 또 변호인과 피고인에 대한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이 없었음에도 공판조서에는 '피고인을 위하여 유리한 변론, 선처를 바란다고 진술'했다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주장하며 법원 측의 진실규명과 판사의 징계를 촉구했다.

또한 문제의 판사는 재판 도중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증인과 방청인 모두를 밖으로 내보내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지만, 이에 대한 작성과 사유 기재 의무를 무시하고 공판조서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해 공판에서 검사가 구형을 하지 않았는데 구형을 했다고 기록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남부지법 A공보판사는 피해자가 위법 사항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사항에 대해 '관행'으로 치부하고 "구형을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는 예민한 부분이기에 공판검사에게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담당 검사는 기자회견 전날 피해자들에게 "구형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현성훈 대변인은 "엄격히 해석하면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관용화되어 온 부분"이라면서도 "(개혁을 통해)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도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판조서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재판진행 방법이나 공판기록을 남기는 방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재판부가 이런 논란에 대해 공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정씨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위법성을 정당화하려고 한다면 이 사회에 불법이 될 요소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명백한 위법을 관행으로 치부해 불법을 스스로 용인하는 법조 문화는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을 초래하고 법조윤리를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관행화된 사법부의 고질병이라면 이번 기회에 분명히 뿌리 뽑고 가야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공판조서는 판사와 검사,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오간 모든 신문과 답변을 기록하는 공식적인 기록으로,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기록이 되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절대적 증명력이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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