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보도 이대로 좋은가

진정한 휴머니즘과 자연주의 어우러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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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passgo)등록 2008.07.10 12:05
바야흐로 휴가철에 접어들었다. 주5일제 정착으로 여가인구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생활 패턴도 변했다. 방송 프라임타임 시간대가 바뀌고 신문에 레저여행 섹션이 등장했다. 심지어 종교계에서 주일예배 변화가 이는 등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 카드회사가 20대 젊은이를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을 ‘직원들 레저생활을 얼마나 잘 챙기느냐’에 두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 하나를 고를 때도 선진국처럼 근로자가 얼마나 쉬고 생산한 제품인가를 확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여가시장은 35조원, 레저시장은 19조원 규모이다. 일반적으로 여가는 엔터테인먼트나 휴식을 말한다. 레저는 생계 의무감 없이 스스로 만족을 얻기 위한 자유로운 활동을 말한다. 레저는 각지고 찌든 일상의 탈출구이자 해방구이다. 찌든 육신의 노폐물을 여과하는 통로이다. 우리네 삶의 실핏줄이다.

한마디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맞는 새로움의 발견이다. 그 새로움에서 창의성이 움트고 상상력이 확장된다. 그런 즐거운 과정이 몰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몰입의 순간을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의 다름과 어우러짐의 결과가 휴가의 참맛이다. 휴가는 나를 비우고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낯선 섬과 산촌, 강촌에서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체득하는 휴머니즘과 자연주의가 어우러져 내 육신에서 물결칠 때 진정한 여행의 성취감을 느낀다.

미디어 5대 기능 중 하나가 오락기능이다. 일상생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역할이다. 미디어가 휴가에 대한 의제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중문화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의 차이도 달라진다. 그 간격이 클수록 사회문제가 된다. 그래서 휴가보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디어는 여행 등 휴가보도에 대한 몰이해와 기업주 중심의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휴가철마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정체문제를 부각하거나, 비키니 차림과 선글라스로 상징되는 경포대와 해운대 인파 문제를 언급하면서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야단법석이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휴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전형이다. 휴가의 질적 다양성 발굴을 통한 건전하고 올바른 휴가보도에 대한 고민이 없다.

레저를 ‘생산성 저하’의 바이러스인 양 인식하는 보도행태도 여전하다. ‘경제도 어려운 데 무슨 레저?’, ‘실업난에 무슨 휴가타령?’식의 논조 전개는 기업광고를 독식하는 메이저신문일수록 정도가 더하다. 이러한 레저보도는 기업과 노동자, 고용자와 피고용자라는 대립구도를 만드는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s)보도로 미디어 역기능에 해당한다. 되레 휴가는 그 방식과 내용에 따라 생산성을 배가하는 국가 에너지의 원천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 국가의 생명력은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특히 여행기사는 발로 써야 한다. 여행사와 관련단체 자료를 받아쓰기 하다가는 잘못 인쇄된 전화번호, 사라진 시설물, 유인도로 변한 무인도, 새로 개통된 도로와 추가 교통정보, 변동된 요금과 숙박정보 등을 챙기지 못함으로써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 이제 주 5일제를 즐기는 독자 수준에 맞는 레저보도 준칙과 보도 프레임을 서둘러 마련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박상건 기자는 시인이고 언론학박사이며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 소장이자 게간 섬 발행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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