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땡 잡았다!

팝콘 앞에서의 굴욕

검토 완료

최종술(coneto)등록 2008.07.07 16:01
“엄마! 영화 보면서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사줄 거예요?”
“그게 뭔데?”
“있잖아! 자꾸 자꾸 손이가고, 바싹하고 고소한 것.”

아이들이 ‘쿵푸팬더’라는 영화가 보고 싶다고 일주일 전부터 졸라댔다. 주말을 맞아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러가는 중이다.
큰 딸아이가 팝콘이 먹고 싶다는 것을 돌려 이야기 한 것이다. 

“그래 사줄게”
“당신이 웬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아내와 딸이 의외라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언제는 안 사줬나?”
“당신은 생전 뭘 사준다는 소릴 안하는 사람이잖아.”
“맞다~아.”
“내가 언제 그랬다고.”
‘내가 그렇게 인색하게 굴었나?’

딸아이와 아내의 마음이 내심 서운하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사지 않았을 뿐인데 이런 곡해를 받아야 하다니.

“음료수도 하나씩 사줄게.”

“야! 우리 땡 잡았다.”
“야호!”

아이들이 환호성까지 지른다. 

이것저것 할인을 받았더니 아이들 영화표 두장을 만원 조금 안되게 구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면 좋겠지만 만화영화라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아내와 나는 그 시간에 눈요기 쇼핑을 하기로 했다.
앞 시간이 매진이 되어 다음 시간의 표를 구입하고, 점심도 먹고, 복합 상영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임박해서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팝콘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손엔 커다란 팝콘과 음료수들이 들려있었다.

“팝콘 하나에 얼마예요?”
“큰 것은 7천원이고, 작은 것은 4천원입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기껏해야 2천원 정도 할 줄 알았었는데 4천원이라니 큰 것은 7천원씩이나!
우리는 의기소침해져서 4천원짜리 하나를 주문했다. 음료수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아내와 나는 아래 매장으로 달려갔다. 매장의 음료수는 개당 580원이다. 팝콘도 있다. 팝콘은 1개당 980원. 4천원이면 4개를 사고도 돈이 남는다.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아이들에게 음료수와 팝콘을 들려 보내고 난 우리부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매장 이곳저곳을 배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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