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이한열 시청앞에 숨쉬고 있다.

6월10일 민주시민항쟁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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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지(beora)등록 2008.06.07 11:58
유모차도 나왔다. 예비군도 나왔다. IMF세대, 386 아줌마 아저씨, 현 중고생의 트렌드 풍덩치마 짧은셔츠의 교복남녀들도 뛰쳐나왔다. 그냥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했다. 반미도 아니다. 친북도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어느나라 말인지도 모른다.

가족품을 떠나 이제는 근무기간 23개월이 되어버린 군대에서 아직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언젠가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겼을 전경들을 앞세워 철저하게 막혀버린 이순신 동상앞에 아주 많이 깨끗해진 시청앞 아스팔트위에 앉아 우리는 아침이슬을 알알히 맺힌 설움으로 부르고 있다.

짧은 한국 근현대사, 이른바 초고속 경제고속성장도 했고, 지독한 독재 시절도 겪었고, 끊임없는 투쟁으로 민주주의라는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닥쳐온 IMF 피눈물 훔쳐내며 견뎌내고 우리는 월드컵에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고타마싯다르타, 부처가 그랬는가? 인생은 질병이라고.

끈질기게 견뎌온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먹을거리로 위협하고, 자존심을 빼앗아버렸다면 이제 그들이 할수있는것은 무엇일까? 청와대로 가고 싶다. 대화라도 하고싶다. 왜그랬냐고 묻고 싶고 다른방법은 같이 생각해 보면 안되냐고 설득도 하고 싶다. 물대포로 날아가도 군화발에 짓밟혀도 우리는 돌도 던질수없다. 화염병은 박물관에서 그 언젠가 볼지 모르겠다. 모여서 외치고 노래부르고 밧줄을 묶어서 전경차 두어대 끌어내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새벽이 온다. 6월 10일이 다가온다.

6월 10일이 무척이나 가슴에 절절한 구절이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 박종철, 이한열열사의 아버지 어머니. 박정기씨(80)와 배은심씨(68).

1987년 1월 14일 지독한 고문에 그 유명한 “탁!치니 억!“이란 말을 남기고 사망하여 “종철아 잘가그래이 아버지는 할말이 없다..” 라고 말하게 만든 박종철은 유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어 그해 6월 9일 벌건 대낮에 모교인 연세대학교 정문앞에서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은 6월항쟁의 상징이 되었다.

박종철은 고문이라는 무서운 형벌을 대중에게 경각시켰고 이한열은 시민이 국가의 적이 되어 어떠한 총탄, 즉 최루탄이라는것을 맞아 죽음에 이를수있다는 분노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은 한 정부라는 것이 그 어떤 진실도 결국에는 은폐할수없다는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때까지' 라할때까지 국민들의 생존권을, 살권리를 살아야할 이유를 부정하는 권력은 결국 설곳이 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21년이 지난 이야기, 그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미래가 창창했던 올곧은 젊은이들 그들을 핏덩이부터 키워내고 가슴속에 묻어야했던 어머니 아버지는 왜 아직도 두 번다시 오기 싫을 고통스러운 시청앞에 계시는가. 아니, 왜 우리는 휘어진 허리에 아직도 눈밑에 자식의 그늘을 안고 사는 이들을 또 시청앞에서 제2의, 제3의 자식들을 걱정하게 만들어야하는가. 그것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시청정문앞 고요한 천막안에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또다른 어머니 아버지들과 함께.

“우리가 이제는 늙었잖아. 그래서 좀 쉬려고 천막으로 결정했어” 라고 웃으시는 박종철 아버지에게 한없는 눈물이 흐른다. “ 아버지 이제 좀 쉬세요. 좀 쉬세요. 이제는 우리가 할수있어요” 이한열어머니 말씀하신다. “ 이런곳에는 꼭 우리가 나와줘야지 나와서 지켜줘야지.” 흰머리가 어느새 검은머리를 덮어버린 어머니가 우리를 지키시겠다고 한다. 시위중의 과잉진압이나 폭력도 문제가 되지만 이 나라 앞날이 걱정 되신단다. 해도해도 너무한다하신다. 하지만 비단 걱정뿐은 아닌듯하다. 가슴에 쌓아놓은 눈물들 고이 접으시고 안타까운마음에 열일을 제쳐두고 나오셔서 천막을 치고 앉아계시는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묻는다. “저분 누구시죠? 낯이 익은데...”

촛불시위대들에게조차도 희미해져 버린 사람들. 이제는 행복할 권리있는 당신들의 개인사는 접은지 20년. 아직도 대한민국 자식들이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어쩌면 종철이 한열이 그리고 또다른 젊은 영혼들이 함께 숨쉬며 이어나갈 듯한 희망에 오늘도 밤새 그들은 앉아있다.

그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이 근현대사에서 다시 배우겠지. 먼옛날 대한민국국민들은 유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앞당겼으며 그리고 그 훗날 촛불로 시청을 밝혀서 자존심을 지켜 냈다고. 그리고 그 행간마다에 이 모든사람들의 아픔과 고통도 묻어나겠지.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분노하고 일어서고 이뤄내고 안도하는것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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