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듯 닮아 있는 우리네 이웃의 자화상

개밥먹는 아저씨와 북한 어린이들

검토 완료

권민희(cindy53)등록 2008.05.29 21:14
저는 평소 TV를 즐겨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지난 27일에 SBS에서 방영된 <긴급출동 SOS 24-개밥 먹는 남자>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나의 이웃일지도 모르는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동생에게 학대받고 사는 한 장애인 남성의 사연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폐가와도 같은 집에서 배설물과 쓰레기가 뒤섞인 방 안에 하루종일 방치돼, 굶주림을 겪으며 심지어 개밥(사료)를 먹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동생은 형 앞으로 지급되는 수급비를 가로채고 형인 주인공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도 합니다. 동생 내외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듯 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 역시 방치하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당 관청에서는 "우리는 동생이 형을 잘 돌볼줄 알았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의례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시청하는 내내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가슴에서 당혹감이 올라왔습니다.
그가 내 이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봅니다. 이웃이 뭔가요?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 경계가 서로 붙어있음을 의미합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도 있듯 핵가족 시대의 이웃은 어쩌면 가족일지도 모릅니다. TV에 방영되게 된 것도 바로 이웃 주민들의 제보 덕분이라더군요.

'긴급출동 SOS 24 -개밥먹는 남자' 편 화면캡쳐 ⓒ SBS


우리 사회의 각종 폭력은 은밀하게 행해지며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법적 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사이 폭력을 당하는 개인은 극단적인 고통에 내몰리게 된다. 설사 중간에 일시적인 해결이 이루어진다 해도,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아이와 여성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은 일상적인 반복적 폭력에 노출되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기획의도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에게 제작진이 직접 출동해 증거를 입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태해결 및 사후 관리를 하는 치유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5년부터 방영되어 다양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왔습니다.

프로그램은 관계 전문가들을 소집해 빠른 행동을 보여주며 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지요. 주인공인 형은 병원으로 옮겨져 웃음을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보육시설로 가해자인 동생은 형사입건되었습니다. 시청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회에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시청을 마치고 저의 마음속에서는 이러한 희망과 반대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네 이웃 '북한'이 떠올랐습니다.

정부의 직무유기는 '개밥먹는 아저씨'로 끝나야 할 것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북한주민들과 어린이들도 지금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습니다. 5월말에 이르러 굶어죽는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가 벌써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고, 미국도 50만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했다는군요. 하지만 미국에서 보내는 50만톤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식량을 배로 이용해야 하고, 많은 모니터링 요원들을 훈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아사를 막기는 힘든 상황이랍니다.  햇감자가 나오는 8월까지 북한은 현재 남은 식량이 거의 바닥이 나서 대량 아사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8월 전까지 2개월 동안 북한은 하루 1만톤씩 60만톤의 식량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굶어죽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양, 그저 죽물 한 그릇이라도 쑤어 먹으려면 그 1/3인 20만톤은 긴급지원이 되어야 아사를 면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연령별 사망률을 보면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사망률이 높은데, 아사 위험에 가장 많이 처해 있는 사람들은 바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과 노인들입니다. 민간단체가 20만톤을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개밥먹는 아저씨'가 살던 동사무소 직원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철길위에서 음식물을 주워먹는 북한 어린이들-(사)좋은 벗들 제공 ⓒ (사)좋은벗들


정부와 정보기관은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언론에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북한주민들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말이죠. 누구의 말처럼 모르고 있다면 직무유기이며, 알고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모른 척 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북한 정부도 아사(餓死)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식량난의 어려움을 공개하지도 않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있구요. 북한정부도 빨리 아사소식을 알리고 우리정부와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애꿎은 북한 아이들과 동포들만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장 죽어가고 있는데, 정치적 논리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당장 죽음의 위기에 처해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살려줘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비판 받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식량난의 근본 해결책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긴급출동 SOS 24>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을 빌리면 '환자는 먼저 살리고 보듯이 지금 당장 형을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이 죽어가는 북한 아이들과 주민들을 보는 이웃으로서 자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기사를 씁니다. 현재 민간단체와 종교계의 제보에도 우리 정부는 '소신껏' 지원을 검토만 하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방송처럼 속시원하게 우리 정부도 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위한 문화제 「미안하다 동포야」

국제구호단체 JTS(이사장 법륜스님)는 5월31일 저녁7시부터 9시까지 명동 외환은행앞 특설무대에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위한 문화제 「미안하다 동포야」를 연다 . 이 자리에 사회인사와 방송연예인, 가수, 일반시민 2,000 여명이 함께 할 예정이다.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위한 문화제 「미안하다 동포야」는 북한의 식량난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하며, 굶주리고 있는 북한사람들의 아픔을 시민들과 함께 느끼고 희망을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다.
1부에선 방송인 김병조, 김미진씨가, 2부에선 방송인 이영자씨가 사회를 보는 이 자리에서는 「동포의 밥상체험- 풀죽먹기」, 쌀한줌 나눔 퍼포먼스, 북한주민 돕기를 호소하는 한지민, 고현정, 배종옥, 김제동 등 연예인 30여명의 릴레이 동영상보기, 북한아사의 아픔을 표현한 비보이공연 등이 있을 예정이다. 동영상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해 북한주민 돕기를 호소 할 예정이며, 연예인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 때 : 2008년 5월 31일(토) 저녁 7시 ∼9시
- 장소 : 명동 외환은행 앞 특설무대

※ 후원 : 국민은행 484201-01-134875 (사)한국제이티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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