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강을 만들고 다리를 놓겠습니다

정치가의 논리

검토 완료

김상순(quaynews)등록 2008.04.18 12:04

                           그럼 강을 만들고 다리를 놓겠습니다

  

 

                                                                                                        

 

 

  중알 박물관 소장품을 전시 공간도 마련하기도 전에 피난가듯 건물을 철거하는 것을 보고  기독교도의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대성당을 파괴나 훼손하지 않고 자기네 회교사원으로 사용했던 오스만 터키제국의  문화적 유연성이 놀라웠다. 왜 내 나라에는 그런 관대한 역량을 지닌 권력자가 없는가?

 인문고 출신인 나는 외화 송금이 불가능하고 이익 발생시 현지 재 투자나 상품으로만  반출이 가능한 북한 투자가 어떻게 남는 장사인지 알지 못한다.   

개인도 서울에서 충청도 이사는 일정기간 숙고가 필요한데 수도 이전 같은 국가 중대사를 급조된 공약으로 충청표를 얻어 좀 재미를 보는 배짱이 부럽기만 하다.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경부운하 건설이 용수, 갑문, 교각, 환경 같은 문제점으로  불가능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천문학적인 부담, 경제적인 낭비, 운항 위험과 비효율로 첫 삽도 떠서는 안된다는 것도 가장 잘 안다. 그런 사람이라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듯한 제스쳐를 쓰다가 “나는 약속을 지키고 싶은데 국민이 반대해서 지킬 수 없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

왜 이런 불필요한 국가 부담이나 국력 소비가 권력의 집착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는 것일까?  해법은 정치가의 논리라는 공식에 대입하면 쉽게 풀어진다. 표를 얻기 위해서나 권력의 집착을 위해선 국가나 국민의 부담을 무시하고 급조된 결정이라도 밀어붙여도 된다는 것이 정치가의 논리다. 그 논리엔  과열된 찬반 논란의 국력소비쯤은 통치 불평을 잠재운다는 터득한 속셈도 포함된다.

어디선가 읽었던 우스개 소리가 기억난다. 어느 출마자가 청중 앞에서 선거를 앞두고 유세를 했다. “ 제가 만약 당선되면 이 마을과 저 마을을 잇는 다리를 놓겠습니다.” 그러자 청중이 물었다. “ 두 마을 사이에는 강이 없는데요.” 출마자가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강을 만들고 다리를 놓겠습니다.”  

급조된 공약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함을 번번이 경험하고부터 이런 우스개 소리가 정치가 소질을 가늠하는 현문으로  들린다. 이북에 대한 투자가 남는 장사라거나 충청도 행정수도 건설, 경부운하, 747 공약을 들을 때면 꼭 휴거를 주장하며 신자들과 마지막 예배를 보았을 이장림 목사가 떠오른다.

휴거는 1992년 10월18일 예수가 공중 재림할 때 다미 선교회 신자들은 휴거(들림)돼 공중에서 7년을 지내다 지상의 모든 사람이 멸망한뒤 다시 내려와 천년 왕국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휴거가 된다며 강요한 수십개의 헌금 통장을 자신의 침대 안에 감추고 마지막 예배를 보는 목사의 심중은 어떠했을까. 좀 재미를 보기 위해 내걸었던 행정수도 건설이 위헌 판결이 나오고 경부운하 건설이 찬반으로 나뉘어  벌이는 국력 소비를 바라보는 심중은 어떠할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일삼아 청계천 복원 현장을 찾은 일이 있다. 동행한 친구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라. 청계천 물이 완전하게 맑아졌지?”

내려다 보니 아래에서 과연 맑은 물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의 도시 속의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흐르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대화에 여념이 없는 낭만적인 남여의 모습도 군데군데 뜨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수온을 즐기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비싼 수돗물 틀어놓고 신선 놀음 하고 있군.”

중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알고 있는 것은 청계천 복원공사 즉 덮개를 제거하니까 흐르는 오수가 햇빛을 보니 저절로 맑아진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하수 오수의 유기물로 범벅된 오염된 물을 클로라인을 넣고 펌프에 의한 정화과정을 거친 물이다. 여과와 염소로 살균과정만 거치면 음료수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인 것이다.  발을  담글 때는 잔류 클로라인과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피부병을 조심해야 한다. 옷에 적시면 탈색도 된다. 이런 정화과정에 필요한 하루 전기료가  1200만원나 된다는 사실을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로 알았다.

내가 놀란 것은 일년에 50억원에 이르는 전기료가 아니다. 당연히 그런 오수는 정화과정을 거쳐 한강으로 배출해야 한다. 맑은 한강을 위한 꼭 필요한 시설이다. 놀란 것은 콘크리트 더미가 이루는 청계천의 구조물이다. 복원한다며 파낸 멀쩡한 아스팔트는 어디에 버렸는가. 저 많은 구조물을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와 철근이 필요했을까. 그걸 생산하고 운반하기 위해 필요했던 화석 연료는 얼마나 공기를 오염시켰을까. 환경오염의 대표적 현장이었다. 친환경적 개발이라며 청계천에 맑은 물을 흘리려면 과연 이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서울의 찬가가 가사가 바뀌어 유행한 적이 있다. “강물엔 하이타이 떠 있고”.

사실 그랬다. 서해 수면이 높아지면 한남동과 옥수동에서 흐르는 하수에선 비누 거품이 솜을 깔아놓은 것처럼 한강 수면을 덮었다. 지척의 상류에는 잠실 수중보가 있고 상수도를 위한 취수장이 있다.

서울 시민을 위한 진정한 건설이라면 그 많은 돈과 콘크리트를 퍼붓는 인공 하천 시설을 할 것이  아니라 복개 구조물은 그대로 놔둔 체 정화조를 만들어 폐수 오수를 정화 후 한강으로 흘려보내야 했다. 정 도심 속의 청계천 운치를 낼 의도라면 정화수를 펌프로 올려 청계로에 중앙분리 수로를 만들어 흘려보내야 했다. 오수의 상승하강 과정도 정화의 일부분이다. 그 돈이면 이런 한강으로 흘러드는 폐수 오수 정화시설을 몇개는 충분히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가의 논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가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오수 정화 시설보다  당장 눈에 보여 치적으로 연결되는 시설이 최우선인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이 정화되지 않은 오수폐수를 바다로 직접 버리는 나라다.

청계천이 복개되었을 때도 넘치는 교통량으로 혼잡을 빚었는데 복원공사를 하고도 소통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 많은 차량은 어디로 우회하고 어디에서 주차할까. 언젠가 청계천 복개공사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가 당선될 날이 있을 것만 같다.

     

 

 

 

 

 

 

 

 

 

 

 

 

 

 

 

 

2008.04.18 12:0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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