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엇이더라도 사랑합니다.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보고

검토 완료

이현숙(freevn)등록 2008.04.07 12:08
                   "당신이 무엇이더라도 사랑합니다"
                  -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를 보고
                                                                    
“사랑이 죄입니까?”
마치 간통이나 불륜 현장을 들킨 이들의 입에서 튀어나올 법한 대사이다.
그러나 세상에 밉보인 사랑 때문에 죽음에 이른 새파란 청춘을 대신해 세상에 되묻고 싶은 나의 외침이다. 추악한 질시와 허접한 편견으로 끊어버린 생명과 꿈과 사랑에 절규하며..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 ‘브랜든’의 모호한 정체성은 그만의 정신적인 문제이고 한계인가? 남성과 여성으로 획을 긋는 순간 스스로 빠지는 반쪽짜리 한계와 결핍에 대해 단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인간은 과연 인간다운 인간이란 말인가? 무지가 편견과 손을 잡고 물리적인 힘을 등에 업으면 어떻게 폭력으로 재생산되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준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가 봄이라고 떠들어대는 잔인한 4월에 더욱 우리를 심란하게 한다.

‘브랜든’의 영혼을 가슴 속에 품고 ‘멤피스’로 향한 ‘라나’는 그곳에서 과연 유토피아를 만났을까?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인 영혼의 소유자 ‘라나’를 보면서 경계를 넘어서는 ‘지인(至人)’이 되라고 한 장자의 세계로 빠져든다. 시비를 가리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道’를 훼손시킨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네가 무엇이어도 상관없어. 난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 ‘라나’가 우리들 속에 가시 돋친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런 ‘라나’의 품속에서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었을 ‘브랜든’은 더 이상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랑을 실현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타인에게 가해를 하는 인간 대부분이 상처를 지닌 약한 존재들이고, 그들의 어리석은 악행의 정도가 극에 달할 때 우리들은 각자의 내면에서 키워오던 악의 씨를 들여다보게 된다. ‘브랜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존’과 ‘톰’처럼 살아온 우리들이 이제 ‘성소수자’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이들을 숱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죽여야 하는가, 함께 살아야 하는가?

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화를 함께 지켜봐주신 향린의 멋진 어르신들, 그분들이 가시는 걸음을 붙잡아 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성과 나이와 견해의 모든 차이를 넘어서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인권의 뛰어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세상 속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곳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