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특집-민심 현장을 가다 “딸기나 좀 사가지고 가지…”

후보자 따로·유권자 따로, ‘따로국밥’ 행보

검토 완료

강현숙(kang7891)등록 2008.04.01 15:54

딸기사세요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연신 허리를 숙이며 한 표를 당부하고 있다. ⓒ 강현숙


지각공천·정책실종으로 선거 무관심 팽배

 

4·9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후보 진영들이 사활을 걸고 선거운동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재래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름 알리느라 하루 종일 발품 팔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후보자 따로, 민심 따로, ‘따로국밥’으로 놀고 있는 이번 총선이 벌써부터 ‘실패작’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강동·송파구도 예외는 아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그들만의 잔치’로 무관심을 넘어 짜증 섞인 목소리까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조용히 미사 좀 보게…”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주말 강동지역 후보들은 궂은 날씨 속에 공원, 교회, 성당 등을 찾아 표심잡기에 지역을 샅샅이 훑었다.
30일 일요일 강동구 한 성당 입구, 미사를 보고 나오던 신도들은 입구에 줄선 총선 선거운동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조용히 성당을 찾은 신도들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한 표를 지지하는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 모습을 애써 외면한 채 빠져 나오기 바빴다. 한 신도는 “솔직히 아침 일찍 출근했다 저녁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우리 지역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매번 선거철만 되면 종교 집회 장소를 찾는 후보들이 나쁘다 할 수 없지만 가족들과 조용히 미사를 볼 수 있는 분위기는 최소한 존중해줬으면 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왜 맨날 재래시장이여”
선거철 때마다 후보자 방문 1순위는 바로 재래시장. 재래시장은 상인, 주민과 직접 부딪히며 서민들의 애환을 듣고 정치에 반영하거나 서민이미지 연출을 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총선 후보들의 재래시장 방문에 상인들은 마냥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진행된 한 후보자 연설을 지켜보던 생선가게 상인은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재래시장을 찾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다. 안 그래도 주차환경 열악한데 후보자, 선관위, 경찰 차량으로 장 보러 나온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시설 좋고 주차장 넓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찾아가면 편할텐데 굳이 없는 바쁜 시장상인 찾아오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비꼬아 말했다.


암사시장 초입에서 딸기를 팔던 주인은 “이왕 왔으면 딸기라도 사가지고 갈 것이지 몇 시간동안 장사도 못하게 음악 틀고 연설하다 그냥 가 오후 장사 다 망쳤다”며 “재래시장에서 딸기 한 박스, 고등어 한 마리 안 사가는 분들이 언제 또 방문할지 두고 볼 것”이라며 불퉁스럽게 말했다. 하루 종일 노상에서, 상가에서 생선·과일 팔며 고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선거 때만 되면 표심 찾아 방문하는 후보자들이 이미 ‘불청객’에 불과한 게 지금의 민심이다.

 

“좋은 공약있으면 왜 안 찍겠어”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 후 후보진영은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자원봉사자와 유세차량을 동원해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후보들은 유권자들과의 맨투맨 접촉을 위해 악수나 스킨십을 시도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가락동 한 상가에서 만난 주부는 “선거에 무관심한 주민들만 탓할 게 아니라 후보자들이 제대로 된 지역현안을 발굴하거나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해 지역을 발전시킨다면 누가 안 찍어 주겠어. 현수막에는 기호, 이름만 있지 눈에 띄는 공약 하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현숙 기자 khs@dongbunews.co.kr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동부신문(2008년 4월 2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01 15:5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서울동부신문(2008년 4월 2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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