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해인사 원당암에서 철야용맹정진을 하다

검토 완료

김도리(cj0084)등록 2008.03.31 10:35

해인사 원당암 철야 용맹정진일 (매월 첫재, 세재 토요일 오후 7시~세벽 3시 반까지) ⓒ 김도리


절은 절하러 가는 곳인가. 나는 왠지 절보다는 절밥이 더 구미가 당긴다. 밥맛이 없을 때는 가끔씩 뷔페음식의 원조이며, 웰빙음식이자 고향의 맛에 가까운 절밥이 먹고 싶다.  
   

저녁공양 갖은 나물의 비빔밥과 국 ⓒ 김도리


참선도 식후경이라, 저녁 공양을 하고나서는 경내를 둘러 보았다. 마침 한 스님이 보살님과 법문을 나누고 있었다.

play

도행스님의 불법이란 세살짜리 어린 애가 아는 것도 여든 먹은 어른도 실천하지 못한다면 불법을 안다고 할 수 없다. ⓒ 김도리


부처님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인과라고 하였다. 금년 가난은 송곳 꽂을 틈조차 없다는 탄식이 있지 않는가. 적어도 내 마음 밭에는 송곳 꽂을 틈만은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야정진 원당암과 30년의 인연을 맺고 있는 처사님 ⓒ 김도리


눈으로 보아도 보는 상이 없으면 분별이 없고 귀로 듣고도

듣는 분별상 없으면 시비가 끊어진다.

시비 분별심을 한꺼번에 모두 놓아버리면 청산은 적적한데 밤달만 밝도다.

                                                                     -혜암대종사 법어 中에서-

끝없는 수행의 길 원당암 솔숲길 ⓒ 김도리


쓸쓸하여 눈감는다.

바람은 불자마자 바람아니며
사랑도 사랑하자마자 사랑아닌 것을.

활을 쏘지도 않았는데 배에 맞아 튕겨나가다니
얼굴만이 아닌 배때기에도 철판을 깔고 있다니

눈 번히 뜨면서 정한 목숨 하나 빵에서 떨고 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