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후보님,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해 답변해주세요

민주노동당 김승교 후보, 신지호 후보에게 공개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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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cuttlynx)등록 2008.03.28 13:44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이하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도봉갑)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승교 후보가 지난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신지호 후보님,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해 토론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승교 홈피 신지호 후보에게 공개질의서를 올린 김승교 후보의 홈페이지 화면 ⓒ 문경환

 

 

신지호 후보는 뉴라이트 단체이자 교과서 포럼에도 참여한 자유주의연대의 대표로 애초에 교과서 포럼 운영위원으로 이름이 올라있었으나 최근에는 삭제되어 있다.

김승교 후보는 이 글에서 ▲ 일제의 식민통치가 근대 문명의 출발인가 ▲ 동학농민혁명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복고적 운동인가 ▲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인가 ▲ 해방 직후 사회 묘사가 지나치게 편협하지 않은가 ▲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이며 5.16은 군사쿠데타가 분명한데 왜 미화하려고 애를 쓰는가 ▲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는 아랑곳없고 경제 성장만 이루면 되는가 등 6가지 주제로 질문을 던지고 ‘언제 어디든 준비가 되어있으니’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지호 후보 측은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신지호 후보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대학원생’, ‘도봉구민’, ‘궁금’, ‘지나가는이’, ‘skek’ 등의 아이디로 많은 이들이 뉴라이트 교과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글을 올렸으나 아직까지 답변은 없다.

 

 

신지호 홈피 신지호 홈페이지에서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누리꾼들의 글 ⓒ 문경환

 
 
 

민주노동당 김승교 후보가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전문

 

최근 교과서 포럼이란 단체에서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이하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거셉니다.

교과서 포럼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자유주의연대 등 뉴라이트 단체들이 참여하여 만든 단체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온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23일 가편집한 책으로 뉴라이트 교과서를 언론에 배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해석,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해석 등에서 국민들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는 권용범, 도희윤, 박상헌, 서선호, 신지호, 신현기, 안석호, 윤지순, 이영수, 이태우, 장구락, 장재완, 정승윤, 채경근, 허명환, 허점도 등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인물들이 대거 출마하였는데 그들의 역사관도 이러한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자유주의연대 대표인 신지호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와 교과서 포럼 등 뉴라이트 단체에 6가지 질문으로 공개질의를 하고자 합니다.

 

1. 일제의 식민통치가 근대 문명의 출발인가요?

 

뉴라이트 교과서는 일제강점기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습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군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토지 재산에 대한 증명제도가 완비돼 토지거래가 활성화됐고, 근대적인 사유재산제도가 성립됐으며 조선총독부의 민사령을 통해 공식적인 신분제가 폐지됐다.”


이는 이영훈 교수의 ‘식민지근대화론’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식민지는 기본적으로 ‘근대 국가’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성격을 지니며, 이 때문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근대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뉴라이트 교과서대로 한다면 식민지 기간이 더 길었다면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성립합니다. 나아가 일제가 우리 민중들을 수탈하기 위해 부설한 철도도 우리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니 일본에 감사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동학농민혁명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복고적 운동인가요?


뉴라이트 교과서는 동학농민혁명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습니다.

“유교적인 근왕주의에 입각해 서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복고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동학농민혁명은 애국심에 불탄 농민들을 중심으로 근대화를 요구하고 일본의 침략을 반대한 의미가 큰 사실상 ‘전쟁’이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계급 문제, 토지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자치기관인 집강소를 창설하여 개혁정책을 실시하는 등 반봉건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본군과 맞서 싸워 반일의병투쟁의 초석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복고적 운동으로 폄하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논리가 ‘식민지근대화론’과 더해지면 자칫 ‘우리 민중은 스스로 근대화를 할 수 없었으므로 일본이 대신 해줘야 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3.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인가요?

 

뉴라이트 교과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기틀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올바로 잡는 데 동시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단독정부 수립을 강행하여 조국을 분단시킨 장본인으로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친일파와 친일잔재 청산을 좌절시켰으며 국가 주권을 미국에게 넘기고 경제를 파탄내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린 인물입니다.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극단적인 반공반북노선을 걸어 민주주의를 말살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의 매국행위를 참지 못한 민중들이 4.19 혁명을 통해 권좌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를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운 인물로 부각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민중들의 혁명이 ‘공훈’을 세운 위인을 반대한 잘못된 행위였단 말인가요.

 

4. 해방 직후 사회 묘사가 지나치게 편협하지 않은가요?

 

뉴라이트 교과서는 해방 직후 사회상을 그리면서 ‘제헌의회 의원들의 출신으로 볼 때, 대한민국 건국세력이 친일파 출신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4.3 항쟁은)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한 ‘반란’, ‘(농지개혁이) 신생 한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에는 많은 양을 할애한 반면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세력은 제헌의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국회와 행정부는 왜 보지 않습니까? 당시 행정부를 친일파가 장악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또한 4.3 항쟁이 ‘반란’이라면 ‘제주 4.3 특별법’을 폐지해야 합니까? 해방 직후 농지개혁이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실시되어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농민들에게 땅값 부담만 안겨주었으며 소작제도도 사라지지 않아 많은 농민들이 이에 저항했는데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또 김구 선생은 분단을 고착화할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쳤는데 ‘분단국가 수립에는 동참하지 않았다’고는 못할망정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김구 선생에 대한 모독 아닌가요?

 

5.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이며 5.16은 군사쿠데타가 분명한데 왜 미화하려고 애를 쓰는가요?

 

뉴라이트 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습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주역”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민족의 사대주의, 자주정신의 결여, 게으름, 명예심의 결여를 증오했고 민중의 고난과 가난에 근원적으로 분노했다.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소수 엘리트의 지도적 역할을 중시한 인물”
“5.16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은 한국인의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5.16 쿠데타는 근대화혁명의 출발점이며, 10월 유신체제는 절대 권력을 성립시킨 체제였지만 행정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 자주국방과 중화학공업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 올라선 독재자입니다. 뉴라이트 교과서도 인정하듯 그는 한국 국민들의 국민성을 ‘사대주의, 자주정신의 결여, 게으름, 명예심의 결여’ 등으로 무시하는 등 엘리트 의식에 가득 찬 인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군사독재정권 내내 반공법, 유신헌법, 긴급조치 등으로 민중들의 항거를 총칼로 짓밟았으며 매국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한 인물입니다. 그의 업적이라는 ‘경제성장’ 또한 미국의 잉여자본이 집중 투입된 결과물일 뿐 한국 경제의 토대는 여전히 부실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성장’의 혜택이 재벌과 자본가에게 집중되어 노동자, 농민 등 서민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뉴라이트는 2006년 대안교과서 시안을 발표할 때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사자 이번에는 ‘혁명’이란 단어는 뺏으나 ‘근대화혁명의 출발점’이라는 말로 결국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승격시켰습니다.


6.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는 아랑곳없고 경제 성장만 이루면 되는가요?

 

뉴라이트 교과서의 전반에는 민족적 자존심과 긍지를 훼손하고 사대주의를 설파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고종의 ‘광무개혁’ 정책이 실시된 ‘대한제국’을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만들어진 전제국가라 평가하면서 근대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사회 근대화’가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미화합니다. 왜 일제강점기는 미화하면서 우리 민족의 ‘대한제국’은 무시하는지요.
또 뉴라이트 교과서의 전반에는 경제 성장 제일주의가 가득합니다. 일제강점기는 식민지 통치를 하였지만 근대화를 이루었고, 이승만도 친미사대주의로 나라를 분단시켰지만 자유시장경제의 토대를 닦았으며, 박정희도 군사독재를 했으나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식입니다. 정말 경제 성장만 된다면 독재도, 식민지도 용인할 수 있습니까?

결국 이는 역사에 대한 보편적 시각이 결여된 결과인데 집필진 중에 한국사는 고사하고 역사학 전공자가 한 명도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요? 왜 집필진에 한국사 전공자가 없는지요.

 

지금 많은 국민들이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 출간 정지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 도봉갑 후보로 출마한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얼마 전까지 교과서 포럼 인터넷 사이트에서 운영위원으로 있었는데 최근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정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뉴라이트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신지호 후보께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가지고 공개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저는 언제 어디든 준비가 되어있으니 신지호 후보의 성의 있는 답변을 요청합니다.

2008.03.28 13:4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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