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영화 읽기/이명세의 영화 M을 보다

검토 완료

공순덕(sdkong)등록 2008.03.01 10:56
    M[엠], 2007, 미스터리/멜로/애정/로맨스/스릴러/2007.10.25/109분/한국/15세 관람가
   감독 이명세, 출연: 강동원, 공효진, 이연희, 전무송, 송영창

이 영화 무쟈~~~게 불친절 하군.
초반 30분.
잘 생긴 배우 강동원의 준수함을 이렇게도 볼 꼴 사나운 꼬락서니로 만들 수도 있구나.
중얼중얼 투덜투덜......

멋진 조각 얼굴 감상하는 맛이라도 즐기려는 기대에 부푼, 마음만 청춘인 중년 아낙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는 감독 이명세의 심술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으로 가득한 단어들의 투척에 열중했던, 모던 시인 이상을 연상시키는 혼돈의 모습과, 19세기 초반 작가들의 촌스런 인상까지를 잘생긴 강동원의 얼굴에 덧칠해 놓다니. 쩌비!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운 작가의 상징일 듯한 검은 뿔태 안경에 가려진 강동원의 그 멋진 콧날이라니, 아쉬워라.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로테스크 한 도시의 골목길, 불 꺼지고 인간의 그림자가 사라진 때의 지하 세계의 삭막함, 직행로를 열어 우리네 삶의 속도를 높여주었던 터널 길의 을씨년스러움. 거기에 섞여든 도시의 잡음과 환청, 혼돈에 빠진 주인공들이 들이대는 중얼거림까지.....

이어지는 자각.
그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딱, 저렇게 혼란스럽고, 을씨년스럽고, 어둡고, 삭막하지.

나쁜 놈, 이런 참혹한 자각에 몰아넣다니. 난 영화를 보면서 즐기고 싶다고.
잘생긴 배우의 모습을 즐기고, 세련된 의상과 인테리어, 로맨스의 설레임에 취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주말 저녁이고 싶다구.

머리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고 싶도록 짜증나게 만드는 시간. 이 영화 계속 봐야되나!!!!

영화관에서였다면, 영화관 찾아가느라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그냥 주질러 앉아 참고 볼 터이지만, 내 집안 서재에서 컴퓨터로 보면서 이런 불친절함을 감수해야 하는 건가.

그래도 조금 후면 강동원의 멋진 모습이 나오겠지. 한가닥 희망으로 버티기 30분.
영화에 대한 정보 제로, 감독에 대한 정보도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원진 채 포털 뉴스로 접했던, 영화 M의 타이틀 한 줄짜리 기억으로 계속 볼까 말까를 망설이다, 벌써 극 초반이 한참 흐르고, 뒤죽박죽, 미로를 헤매는 것 같던 스토리에도 하나하나 가닥이 잡혀가더니 어느 순간.

아하! 첫사랑 풋내 나는 연인이구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보고 싶으나 바로 바라봐지지 못하는 수줍음, 그래도 주춤주춤 다가가는 서투름에, '자전거 태워줄까?‘ 촌스런 프로포즈까지.

슬금슬금 상대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다가가 취한 조심조심 손끝으로 손가락으로 그렇게 다가가 마주잡은 손잡기.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서 나오는 몸짓과 연인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뒤돌아서지 못하고, 주변에서 맴도는 미련의 찌꺼기까지.

우와!. 맞다. 무지~~~~~~ 예쁘다.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도 저렇게 서걱서걱 덜 무른 싱싱함으로 예쁠 수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지.

하나하나,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려나가고, 잃어버린 서로를 찾으나 끝내 만나지지 않는, 만날 수 없는, 그래서 끝없이 상대를 쫒는 그렇게나 단순하고 진부한 스토리로 이렇게 뽀대 나는 영화도 만들어지는구나.

초반부의 투덜거림은 감탄으로 바뀌고......

계속되는 빛과 어둠, 비와 바람의 교차와 잡음 속에 드러나는 스릴러물과 같은 공포감.
속물스런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과 대비되는 최고급 인테리어의 화려함.
상대에게 건조한 인간관계의 무시무시함과 어느 순간 지나치게 순수하고 예쁜 여자 배우들과의 불협화음이 안겨주는 기괴함.
완전히 보여주지 않아 더 감질나게 만듬으로써 화면을 향하게 하는 흡입력.

기억인지, 환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나오는 루팡 빠의 세련되나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초월적인 분위기,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또 백뮤직으로 흐르는 정훈희의 노래 ‘안개’가 가져다주는 시간여행까지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포기하게 만들고, 장면 장면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끝없이 이어가게 만드는 영화.

생각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그렇게 한껏 자유롭게 주인공의 머릿속을 더듬어 간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들 이야기, 쓰고 싶어지는 욕망, 묻어두었던 어떤 꿈과 맞닥들이면서 느끼는 당혹스러움. 그래서 여운은 계속, 쭉~~~~~.

그래도, 강동원 안경은 좀 벗겨주지. 끝내 포기 안 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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