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홈페이지’에서 오?탈자 찾기 놀이를 하다

운하에 대한 정보 담겠다면서 오탈자 신경은 안 쓰나

검토 완료

김정미(taktak18)등록 2008.02.11 09:14
이명박 당선인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말이 많다. 도대체 가능성은 있는 공약인지,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해 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후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한반도 대운하. 나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꼼꼼히 살피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한반도 대운하’ 홈페이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검색창에 ‘한반도 대운하’를 입력하다.

한반도대운하 검색창에 '한반도대운하' 여섯 글자를 입력하니 7개의 홈페이지가 검색됐다. ⓒ 김정미


무엇 때문에 ‘한반도 대운하’의 장밋빛 공약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며 도대체 어떤 점이 우리에게 이득이라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한 검색사이트 창에 ‘한반도 대운하’ 여섯 글자를 입력해 보았다. 그랬더니 관련 홈페이지 7개 검색되었다. 그 중 제일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http://www.woonha.org/)에 들어가 보았다.

하루 평균 500여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한나라당’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물길 알리기, 오해와 진실, 전문가 라운지, 운하광장, 커뮤니티, MIDI 총 6개의 게시판으로 구성돼 있다. 시원한 파란색이 돋보이는 창과 개성 있는 글씨체로 ‘한강의 기적에서 운하의 기적으로’라고 적힌 메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나비가 날아올랐다 사라지는 그래픽 효과며, 글자 옆에 박힌 무지개 그림이 대운하 공약의 청사진을 알리는 듯하다. 예쁘게 포장된 ‘웰 메이드’ 홈페이지만큼 그 속도 알차고 의미 있을까.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한나라당이 개설한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 김정미


한나라당 운영 ‘한반도대운하’ 사이트, 오탈자가 왜 이리 많은 거야?

홈페이지에 들어왔으니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왜 만들었는지”와 “어떤 사이트인지”에 관한 것일 거다. 대운하 관련 사이트라는 것은 접속하면서부터 알고 있었으니 ‘도대체 대운하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했다. 그래서 첫 게시판인 ‘물길 알리기’를 클릭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인사말’이다
.
“한반도 대운하, 물길을 열면 미래가 열립니다! 꿈꾸는 자에게 내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잃어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소 거창한 말로 글귀를 튼 인사말은 “더 깨끗한 자연과 더 풍요로운 경제를 위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말을 강조하며 “이곳에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개설 ‘의의’까지 담고 있었다.

“아하! 그렇담, 꼼꼼히 읽으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겠구나”
눈빛을 반짝거리며 인사말을 읽어 내려간 나는, 대운하에 대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 ‘개요’ 버튼을 클릭했다.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한나라당이 개설한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첫 게시판인 '물길 알리기'를 클릭하면 개요 글을 볼 수 있다. 게시글에서 발견된 오탈자를 빨간 줄로 표시했다. ⓒ 김정미


“한반도 대운하는 막혀 있는 물길을 다시 트고, 강변의 생활 경제권, 사람과 삼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글을 읽어 내려가자마자 첫째 줄에서 ‘사람’을 ‘살람’이라고 쓴 오타를 발견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너그럽게 생각을 하며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가던 나는 세 줄의 글을 마저 읽지도 않아 또 다시 오타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경제권’을 ‘결제권’으로 쓴 것이다.

얼마나 급하게 썼으면 그랬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맞춤법은 고사하고 ‘띄어쓰기’와 ‘문장 간 호응’도 순 엉터리다.

하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나 역시 한글을 바로 쓰지 못할 때가 많기에 어줍지 않은 지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 당선인이 중요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대운하’를 알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인데 맞춤법에 어긋나게 쓴 ‘오자’가 난무하니 글을 기재한 후 ‘틀린 게 없나’ 검토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대운하 홈페이지’에서 오‧탈자 찾기 놀이를 하다

대운하 공약의 ‘개요’가 적힌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으며 결국 나는 ‘오‧탈자 찾기 놀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맞춤법이 틀린 글자를 노트에 받아 적어보니 첫 페이지에서만 총 16개가 발견됐다. 중복되는 것은 제외한 것으로 정리한 오‧탈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은 오‧탈자, 오른쪽은 바르게 고친 것)

삼람 → 사람
생활 결재권 → 생활 경제권
단정되어 →  단절되어
물길로 이러가면서 →  이어가면서
도닥 → 도달
내룩항구 → 내륙항구
고속도록 → 고속도로
레져 →  레저
산업단직 →  산업단지
질질적인 →  실질적인 or 질적인
유동구조 →  유통구조
경쟝력 →  경쟁력
가로지는 →  가로지르는
삼성그룸 →  삼성그룹
함꼐 → 함께
형대 → 형태

단언하건데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사람은 ‘한글 2007’을 다운받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만약 ‘한글 2007’ 시스템을 이용했다면 정신없이 글을 쳐 내려갔다 해도 친절한 빨간 밑줄 기능으로 글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을 텐데 말이다.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 등의 음절을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외래어표기법’은 웬만한 어른도 숙지하기 어려우니 ‘레져’를 ‘레저’라 표기한 점은 너그러이 이해하겠다. 하지만 ‘함꼐’나 ‘고속도록’ 등의 오자는 너무하지 않은가. 아마 내 조카뻘인 초등학생도 저지르지 않는 실수일 거다. 얼마나 급하게 쳐 내려갔으면 그런 실수를 했을까. 그 ‘성급함’이 홈페이지 곳곳에 베어 나온다.

게시글 올린 후, 한번도 검토하지 않은걸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홈페이지를 만든 후, 관계자들은 한 번도 홈페이지를 검토해 보지 않은 걸까. 학과 학회지를 하나 만드는 데도 수십 번의 ‘탈고’를 거치는 마당에 국가 주요 정책이라는 공약을 설명하는 글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의 검토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16개의 오탈자라는 작은 실수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의심쩍게 한다.

대운하 공약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물길 알리기’ 게시판의 모든 글을 읽어보니 무려 14개의 오탈자가 발견된 ‘개요’ 페이지의 글과 같은 큰 실수는 없었다. 물론 문장 간의 호응이 어색하거나 띄어쓰기가 엉망이라는 점은 한결 같았다.   

한반도대운하 <왼쪽> 경인운하 건설계획, <오른쪽> 지금의 모습 ⓒ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한반도대운하 <왼쪽> 지금의 모습 <오른쪽> 호남운하를 건설 한 뒤 모습 ⓒ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


“어륀지...어륀지...” 하기에 앞서 한글 맞춤법 부터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얼마 전 이명박 당선인이 내세운 ‘영어 공교육 로드맵’과 관련된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일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 교육’을 내세웠다가 국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만에 철회한 일이나 “‘오렌지’를 ‘어륀지’라 발음해야 한다”고 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 그리고 오탈자가 난무하는 ‘한반도대운하’ 홈페이지까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망설이게 하는 이 모든 상황들이 다 ‘코믹 단막극’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영어 교육 강화하자”는 말 보다 앞서 한글의 기본기인 ‘맞춤법’을 바로 쓰는 게 기본이고 순리이지 않은가.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보름이 지나면 이 당선인은 사람들에게 ‘당선인’이란 호칭 없이 ‘대통령’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이 당선인을 지지한 지지자들도 저마다 대운하 공약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 반 이상이 대운하를 반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이 당선인과 찬성인단 측에서는 끊임없이 ‘찬성’을 외치고 있으니 청와대의 안방 주인이 바뀌고 나서도 이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보기 민망한 홈페이지의 오‧탈자만큼은 바로 잡고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공약을 검토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릴 터인데 오탈자 때문에 공약을 반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적어도 나만큼은 홈페이지 오탈자를 보고 ‘대운하 공약’을 더더욱 의심하게 됐다. 검토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공약이라는 것이 홈페이지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정미 기자는 <오마이 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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