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중학교 <집단 따돌림>, 얼룩지는 책임공방

누리꾼 "교직에서 물러나라" VS 해당교사 "편파보도한 방송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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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taktak18)등록 2008.01.28 10:56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 가족은 물론 지나가던 행인에게도 발길질을 서슴지 않는다. “울지 말고 강해져야해”라고 읊조리며 하루에 5시간이 넘도록 눈을 비비고 심지어 샴푸와 치약을 눈에 넣어 씻기까지 한다. 갑작스런 이상행동들로 결국 ‘학교 등교정지’까지 당한 아이. 중학생 최현민군(16)을 이렇게 만든 이유는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 때문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방영된 SBS <긴급출동SOS24> ‘왕따아이의 복수’편에서 방영된 중학생 최군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방송에 따르면 최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진단 따돌림을 받고 최근에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강제 옷벗기기’ 등의 폭력에 시달렸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이를 그대로 방치했고 담임선생님마저도 개인의 ‘가족력’으로 치부하고 해결을 꺼렸다는 것. 방송 후, 시청자들은 학교의 안일한 태도와 책임을 미루는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분노했고 해당 학교 홈페이지는 항의글로 빗발쳤다. 한 때 홈페이지 서버가 중단됐을 정도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 후 이 문제는 포털사이트에 기사로 올랐고 누리꾼들의 입과 입을 통해 해당학교와 담임선생님의 이름이 공개되기까지 했다. 시청자들은 해당 담임선생님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직에서 물러나라”는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고 이에 학교 측은 “PD가 선정적인 내용만을 편집해 보도했으며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반론을 폈다.
피해학생인 최군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애초의 방송 의도와는 달리 방송 후 사건은 “누가 잘못했나?”를 묻는 ‘책임공방’으로 흐르게 된 것이다.

“도와달라”는 최군 편지 받고도 묵인한 뻔뻔한 담임교사.
누리꾼들 “교사직 물러나라”


-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눈을 계속 휴지로 닦고 고통스러워하는 현민이의 상처가 너무 눈에 다 보여서 눈물이 납니다. 저도 같이 너무 아프네요. 가서 현민이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ID hgts)
- 아이 치료가 우선이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이 또 다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ID gnlqkz)


방송 직후, 누리꾼들은 해당 방송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그동안 힘들어했을 최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학교’라는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상처받고 고통받아온 중학생의 아픔과 그로 인해 마음고생 했을 부모를 십분 공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그대로 방치한 학교와 담임선생님에게 책임을 물었다. 특히 ‘담임선생님’을 향한 비난은 “교사자질이 있는가?”하는 ‘자질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방송인 걸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나온 그 선생님 정말 관둬야 합니다. 애들에게 뭘 가르치겠어요? (ID heakyoung80)
-뭐 그런 선생이 다 있어 진짜? 나 같아도 그런 선생님이 담임이었다면 치가 떨릴 듯... (ID: cyddd)

방송내용에 따르면, 최군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문제의 교사는 ‘강제 옷벗기기’등의 성추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군을 포함헤 피해학생은 모두 3명이었다고 한다.
교사는 이 일에 대해 “‘옷벗기기’는 한창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놀이였다”며 “최군의 가족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다른 두 학생은 그 일을 당하고도 1학기 기말고사 1등 했고 2학기 기말고사도 1등했다”며 “최군만 문제가 나타난 걸 보면 가족력에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며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당시 최군이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 도와달라”며 해당 교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밝혀지면서 의도적인 묵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교사는 담당 PD에게 욕설을 하고 피해 학부모에게 언성을 높이는 등 “맘대로 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방송으로 내보내졌다. 이러한 교사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은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사건의 앞뒤를 생략한 채 왜곡된 편집을 파렴치한 방송국.
담임교사 “난 노력할만큼 했다”


방송 직후, 해당 교사는 충격으로 쓰러졌고 현재 입원상태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방송 제작진이 앞뒤 상황은 생략하고 부정적 내용만 간추려 편집했다며 “SBS와 담당PD는 본인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 옷벗기기’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교사는, “가해학생 부모와 피해학생 부모를 한 자리에 불러 대책에 나섰지만 피해부모들이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아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군을 방치한 것으로 표현한 방송과 관련해 “성추행 전에도 최군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어 신경 쓰고 보살펴왔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노력했지만 최군도, 최군의 어머니도 꺼렸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말에 따르면 방송이 문제의 전과 후를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중간 중간 언성을 높였던 부분에 대해서만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가 목적이라면 복합적인 상황을 따져봐야 하는데 무조건 방송이 학교 잘못만을 부각했다”며 “방송이 최군 어머니와 자신을 이간질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사의 입장을 인터뷰한 보도가 나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또 다시 엇갈리고 있다. 사건발생 직후, 부모들 간의 자리를 마련하고 정신치료를 권유하는 등 방송에서 표현된 ‘철저한 무관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몇몇 누리꾼들은 해당교사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에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이 가해학생이 아닌 담임교사에게 집중됐다”며 방송 보도의 공평성을 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5일에는 J중학교 졸업생 3명이 제주도교육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의 공개사과를 촉구한다”며 “왜곡보도로 모교의 이름이 얼룩지는 데 따른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도내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탄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SBS에 정정보도문을 보낼 계획이다.

사건의 본질을 제쳐두고 ‘책임 공방’에 빠진 학교 측과 누리꾼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23일, 문제의 책임이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긴급출동SOS24>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물을 올렸다. 제작진은 게시물을 통해 “학교 측에 대한 후속조치는 도교육청과 논의의 과정을 거친 후 이뤄질 것”이라며 “담임 및 학교 측에 대한 신상공개는 또 다른 문제로,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가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자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글의 끝마무리에는 이 사건의 핵심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치유과정이 끝나는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 했다. 갖가지 추측과 책임공방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최군의 치유와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접한 학교 측과 누리꾼들의 반응은 매우 ‘감정적’이다. 물론 일각에서 지적하듯, 방송사 역시 “문제의 모든 원인을 학교에 있는 듯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피해학생의 문제 원인을 ‘학교의 무관심’ 뿐만 아니라 ‘가족의 무관심’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사과와 가족의 관심,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단 한명이 저지른 문제가 아닌 학교․가정․또래집단 등 사회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방송사가 학교측의 입장처럼 편파적 편집을 통해 방송을 내보냈는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송 이후 “우리에게만 잘못이 있는 거 마냥 편파방송을 했다”며 방송국을 상대로 공격적 자세를 유지하는 학교 측과 “교사 자질이 없다. 당장 교직에서 물러나라”며 공격성 발언을 하는 누리꾼들의 자세다. 실제로 해당 교사는 심한 고통을 받고 있고 이를 통해 피해학생이었던 ‘최군’은 또 다른 ‘가해학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장 마음 고생을 할 사람은 바로 최군의 부모다. 자녀의 문제로 방송에 연락까지 했을 정도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왜 아들이 난데없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지, 그 원인을 바로 알고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다. 최군 어머니의 말처럼 “착하고 여렸던 예전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말이다.

방송을 통해 어머니는 아들이 그동안 왜 그렇게 폭력적이었는지, 왜 그런 강박증세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도움으로 최군은 정신치료를 통해 “다시 학교에 나가고 싶다”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끄나풀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비난의 화살이 학교와 담임선생님으로 옮겨가면서 진짜 ‘가해자’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자질론’까지 언급되는 등 책임 이상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은 것이다. 이 속에서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논의와 학교가 더 이상 학교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학교 붕괴’의 문제 등은 가려지고 말았다.

'집단 따돌림' 그 원인은 ‘학교 붕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학교 부적응과 학교 이탈, 그리고 보복과 관련된 친구 살해 등 최근 일어나는 사회문제는 ‘학교 붕괴’, ‘학급 붕괴’로 인한 것이다. 이번에 방송된 최군의 ‘집단 따돌림’ 문제 역시 붕괴되어 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그리 낯선 주제는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을 방송한 <긴급출동SOS24> 지난 방송을 살펴보더라도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을 주제로 한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단 한 학교만의 문제, 한 선생님만의 문제, 한 아이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문제는 사회적인 큰 틀에서 이해되고 검토해봐야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넘어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청소년인 ‘최군’에게 초점을 맞춰 지금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응원하고 보듬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2의 최군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입시경쟁 부추기는 ‘큰학교’가 아닌
공동체 의식 심어주는 ‘작은학교’ 지향해야

  조한혜정 교수는 그의 책 <다시 마을이다(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를 통해 “학급붕괴 현상으로 휘청거리는 학교가 정서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청소년 문제의 모든 책임을 ‘학교’에 두기에는 학교 자체의 붕괴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휘청거리는 학교를 대신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이는 과연 누굴까? 답은 바로 ‘우리 모두’다. 사회, 학교, 가정, 친구 등, 우리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사회는 청소년들을 ‘타자’로 여겨 그들의 문제를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해결하도록 놔둔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건, 배고픔으로 굶주리는 아이건,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건, 그 개개인의 특성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닌 획일화된 공교육에 그들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청소년 문제의 모든 책임을 떠맡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경쟁’만을 부추긴다. 그렇기에 학교는 더 이상 따뜻한 곳이 아니다.

‘경쟁’을 배운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렇게 편하지 만은 않다.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기에 상처를 주는 일도 허다하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는 폭력을 낳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도 한다.
 ‘가정’ 역시 청소년들에게 무관심 하긴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자녀들에게 공부 말고 또 어떤 고민이 있는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끊임없이 외로워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있는 상황이기에 부정적 환경에 노출됐을 때 쉽게 망가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런 이들을 바로 잡아줄 사회, 학교, 가정에서의 어른들의 역할 역시 중요한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끔한 다그침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가 아닐까.

 조한혜정 교수는 “학교․교실이 학생과 교사들이 소통하는 장소가 되려면 ‘자기부정’이 아닌 ‘자기긍정’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작은 학교”를 강조한다. 시스템과 규율에 의해 통제되는 ‘큰 학교’가 아닌 교사의 말 한마디와 친구들의 응원에 의해 꾸려지는 ‘작은 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입시경쟁만을 부추기는 교육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대화를 중시한 교육,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가르치는 선생님, 전체 보다는 개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중시한 학교, 이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학교 말이다.

‘청소년 문제’는 사회, 학교, 가정이 모두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 역시 바로 그것이다. 성추행에 가까운 집단 따돌림을 받고 정신적 이상을 겪고 있는 최군 문제를 둘러싸고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책임론은 무의미하다. 굳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집단 따돌림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학교와 좀 더 적극적인 해결의사를 보이지 않은 담임교사와 부모 등 모두에게 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번 사건과 같은 “누가 잘못했다” 등의 ‘책임전가식’ 문제 논의가 아닌 “우리 안에서 문제를 찾아보자”는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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