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점령군?

이명박 당선인은 법을 지켜야 한다.

검토 완료

배희철(gladduck)등록 2008.01.04 10:01

인수위, 점령군?
이명박 당선인은 법을 지켜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은 어제도 “법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을 대신하여 정권 인수를 위해 공무를 집행하는 인수위원회 활동을 두고 언론이 점령군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명박 당선인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마저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업무)에는 인수위원회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인수위 활동과 관련하여 살펴 볼 내용은 1항과 2항이다.

 

                     1. 정부의 조직ᆞ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중앙일간지나 인터넷 언론 매체에 보도된 인수위에서 각 정부 부처에 인수위가 보냈다는 공문에는 모두 일곱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되어 있다.  기자가 보기에 그 중에서 법률에 규정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은 다음 여섯 가지다. ♦ 지난 5년간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 ♦ 부처별 주요 현안 ♦ 대통령 당선자 공약 실천 계획(연도별) ♦ 규제개혁 완화 방안 ♦ 예산 10% 절감 방안 ♦ 산하기관 합리화 방안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항의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작업은 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의료보험 당연지정제폐지, 대학자율화, 금산분리, 정부 기구 축소 등등 모두 정책 기조로 이미 설정되었고 집행만 남겨 놓았다. 단지 세부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할 뿐이라고 한다. 그럼 법률에 따라 정상적으로 인수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3항의 대통령의 취임 행사 준비와 1항의 정부의 조직ᆞ기능 및 예산 현황을  파악하는 것뿐이다. 현 인수위원 규모를 1/3 수준으로 줄여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해 관계 부처의 고견을 듣고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인수위가 정해진 정책 기조에 따라 세부 사항을 추진하고 있으니, 점령군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것이다. 매일 매일 신문 지상에 이런 정책은 안 된다고 언론에서, 시민 단체에서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인수위 활동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이렇게 국론을 낭비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이런 경우에 인수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하여 형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것이다. 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공무를 행해야 할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이런 직권남용에 찍 소리 못하고 질책을 당하며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히 자신의 정책을 빨리 펼치고 쉽다면, 이명박 당선인은 이런 저런 이야기 귀 담아 듣고, 정책 기조를 신중하게 가다듬어 대통령 취임식 하는 날 국정 방향으로 발표하면 된다. “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으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권과 관련된 당의 공천권에 신경 끊고, 국정 방향 기조 설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 것이 대통령 당선인에게 법이 부여한 직무다. 이제 이명박 당선인은 법을 지킬 것인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2008.01.04 09:39 ⓒ 2008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