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철학 에세이>/조성오/개정4판 2005. 8.20/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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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minpower)등록 2007.12.27 15:02

철학에서이 <철학 에세이> ⓒ 민병욱

우리는 철학 하면, 어~흠, 헛기침 한번 하고, 폼 잡고 하늘도 한 번 올려 보아야 하는 줄로 안다. "철학하고 있네!"라는 말도 있다.

 

지은이는 이에 맞서 "철학은 사치품이나 장식물이 아니라 삶의 나침판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즉 철학을 한다 하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탐구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철학 하면 세계에 대한 근본 인식과 근본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때의 '세계'란 세계 지도라고 말할 때의 그것과 달리 '존재하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철학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근본 인식과 근본 태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 속에는 자연도 포함되고 사회도 포함되고 인간도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철학이란 자연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본 인식과 근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철학은 '세계관'입니다. 세계관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27쪽)

 

"기자는 견(見)하면 안된다. 관(觀)해야 한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구먼.

 

지은이 스스로 이 책에 대해 말하기를, "<철학 에세이>는 '이 땅에 태어난 모든 것은 변화한다, 모든 것은 관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도 변화하고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모든 사람, 사물, 자연은 서로 연관을 맺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외쳤고…."

 

이런 졸가리를 가지고 여덟째 마당까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쉽게 읽힌다.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듯이 글을 풀어서 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활에 밀접한 보기를 많이 끌어왔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글쓴이가 법학전공자이고, 더구나 이 책은 '변증법적 유물론'( 관련 서적들) 입문서에 불과하니 너무 많은 걸 요구할 수 없고, 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아쉬운 대목은 아쉬운 대로 별 미련 없이 책장을 넘겼다.

 

무릇 공부란, '콩나물에 물 주듯' 해야 한다. 콩나물 '다라이'에 물을 부으면 물이 줄줄 새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쑥쑥 자라지 않던가. 공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뿌린만큼 거두리라~!

 

알고 지내는 한 선생님께서는 "책에서는 자연현상의 예를 사회현상과 동일시했는데,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물질운동과 달리 사회운동은 '의식'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아무튼, 그동안 네 번의 고침(개정)판이 나왔으나, 지은이는 "근본적인 개정이라기보다는 내용이나 문맥에서 부적절한 것을 알맞게 고치고 독자층의 변화에 따라 더욱 이해하기 쉬운 예로 바꾸거나 하는 수준에서의 개정"이라고 설명한다. 활자도 더 커졌고, 삽화도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앗, 그런데, 243쪽에 오자가 있다('현상으에서')! 제대로 고친 거 맞나? 더불어 다음 고침판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의 일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덧붙여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이 책은 지난 1983년 5월, 처음 출간됐다. 당시는 엄혹한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이었다. 이 책 역시, 숱한 다른 책들과 함께 한동안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였다. 그 탓에 지은이의 이름을 밝힐 수 없었고, '동녘 편집부'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지은이 이름은 발간한 지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복권됐다.

 

요즘 대학생들도 <철학 에세이> 읽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선배들이 꼭 읽어보라고 했었는데…. 나도 후배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고, 책 선물도 하고 그랬다. 의식화를 위한 필독서였다. 특히 80년대 대학 다닌 분들, 이 책 읽고 엄청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요즘은 논술 교재로도 인기가 높다나, 어쩐다나…. 하여간, 여전히 많이 팔린단다.

 

진정한 베스트셀러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남도민일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7 15:0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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