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설경 전통 잇는 무속인 이규태씨

20여년째 수문설경 제작, 충남도문화재 지정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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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호(뮈토스)등록 2007.12.26 12:40
수문설경(手紋說經)이란 것이 있다. 칼을 이용해 손으로 경전의 내용을 하나하나 문양처럼 한지에 새기는 것. 설경은 그 자체가 경문과도 같은 것이면서 동시에 무신 역할을 담당한다. 나쁜 액을 막아내는 부적 기능을 가져 설경 없이 굿을 할 수 없을 만큼 충청 무속의 대표성을 갖는다.
제작에 상당한 정성과 기술이 요구되는 수문설경 대신 요즘은 기계가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설경이 자주 쓰이는 상황. 하지만 오늘도 지역에서 수문설경의 전통을 묵묵히 잇는 무속인이 있다.

수문설경 제작의 전통을 잇고 있는 이규태 법사. ⓒ 윤평호


1961년 천안에서 출생해 23세 되던 해 무속에 입문한 이규태(47·천안시 사직동) 법사. 무속협회 충남지회장과 천안지부장 등을 역임한 이 법사는 그의 외할머니인 안갑례 보살과 설경의 명인 최부환 법사로부터 정통경문과 설경 제작을 전수받았다. 기본적인 것은 외할머니에게서, 전문적인 것은 7년여 동안 최부환 법사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설경은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재주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야 문양을 제대로 낼 수가 있다. 또한 설경에는 복잡 다양한 수많은 종류가 있어서 각각의 문양들을 내기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서 설경 기법은 ‘신비법’으로도 불린다.
올해로 24년째 설경제작을 계속하고 있는 이규태 법사는 특히 섬세한 기법을 요하는 ‘원앙진’, ‘팔문신장’ 같은 설경에 빼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숙련된 요즘도 설경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는 2~3시간은 꼬박 걸립니다. 굿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 2·3일간은 작업을 해야죠.”
수문설경 제작에는 작업 특성상 예술적 재능 못지않게 시력도 좋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 시력이 감퇴되면 작업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규태 법사의 윗세대는 현재 고령으로 수문설경 제작이 어렵고 젊은 무속인들은 기계로 제작된 설경에 익숙해지며 수문설경 제작을 등한시하고 있다. 이 법사에게도 한명의 제자만이 수문설경을 익히고 있다.

이규태 법사가 제작한 수문설경의 모습. ⓒ 윤평호


충청지역 전통 설경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이규태 법사는 이제 혼자 힘만으로는 설경의 계승과 보존이 갈수록 버거운 처지.
수문설경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해 주변에서는 수문설경의 충남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의 현장실사도 이뤄져 다음달쯤 지정 여부가 발표될 예정.
양종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규태 법사는 전통적 설경을 전승하고 있는 주요한 인물”이라며 “이 법사의 설경이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규태 법사도 문화재 지정에 희망을 밝혔다. 이 법사는 “문화재 지정은 후진 양성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설경이 하나의 예술적, 민족적 자산으로 평가받는 의미도 크다”며 “모쪼록 문화재 지정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6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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