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

[길을 벗어난 불안, 길을 찾는 자유 - 대안학교 지도 그리기⑦]

검토 완료

김단비(a_arain)등록 2007.12.14 17:39


지난 11월 23일과 30일 ‘길.찾.자(길을 벗어난 불안, 길을 찾는 자유)팀’은 두 번에 걸쳐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이우학교를 방문했다. 처음 이우학교를 방문하던 날, 버스를 타고 집에서 출발하면 30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글쓰기팀과 공연단 ‘촌닭들’이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센터에 모여 함께 출발하려니 15인승인 그레이스는 비좁았다. 더군다나 ‘촌닭들’의 공연 악기들이 그레이스의 반을 차지하고 있어 그 곳에 끼어 앉아 가야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그레이스를 타고 가면 2시간정도 걸린다는 소리에 3명의 친구 지하철을 타고 이우학교를 향해 먼저 떠나버렸다.

 

도착한 학교는 축제 진행으로 분위기는 모두들 정신없어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몇몇은 처음 와보는 낯선 공간이라 멍하니 본관건물 앞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쨌든 재밌게 놀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흩어져 준비된 부스를 구경하며 다녔다.

 

각 반마다 꾸며놓고 진행되었던 동아리 부스들은 5시가 되자 정리되었다. 우리는 공연을 위해 학생회관 지하에 있는 강당으로 갔다. 저녁시간을 틈타 오늘 오후 공연을 할 팀들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촌닭들’도 대기실 한쪽에 악기들을 세팅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지하강당은 졸업논문 발표, 축제, 공연, 뮤지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우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좁은 공간이라 축제 외에는 공간에 모여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했던 그 날은 중고등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서도 오셔서 그동안 공연을 준비한 학생들의 공연을 보느라 이미 강당은 만원사례였고,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러면서 ‘강당’ 공간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 결국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촌닭들’의 공연이 끝내고 악기를 그레이스로 옮겼다. 아직 축제의 공연이 다 끝나지 않아 서 남은 이우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싶다는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며 그레이스를 타고 하자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이우학교를 방문한 11월 30일. 지난주와는 다르게 학교는 조용했다. 코앞으로 기말고사가 다가와 다들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학교는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중학교 건물과 고등학교 건물이 있었고, 건물들은 다리로 이어져 오가기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편하긴 하지만 돌아서 가면 되는데 왜 다리를 만들었는가라고 묻자 장애 학생의 이동을 고려해서 각 건물마다 다리를 놓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본관건물에서 학생회관으로 가는 다리에 여럿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다. 그곳에 서서 햇살을 쬐고 있던 우리들에게 “이우학교에는 고3학생들이 수능 보는 날 김장담그기 행사가 있다. 전교생이 이곳에 모여 정성스럽게 김치를 담그고, 그 김치는 급식시간 때 우리가 먹게 된다.” 이소중(이우고등학교 3학년)학생. 김치뿐만 아니라 가끔 된장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학생회관 지하에는 지난주 ‘촌닭들’이 공연했던 강당이 있었고, 1층에는 든든하게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학생식당이 있었다. 3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이 그대로 유리창을 통과하고 들어 따로 온풍기를 틀어놓지 않아도 따뜻했다. 아니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 학생식당은 하자작업장학교의 스낵바(식당)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굉장히 컸다. 거의 4배정도의 크기였다. 하긴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포함 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밥을 먹으려면 그 정도는 돼야한다는 것을 줄을 서면서 느꼈다. 아마 식당입구에서부터 배식대까지 20분정도 기다린 후,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으며 이우학교의 학생들을 쭉 둘러보고 있는데 모두들 식판이 깨끗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 축제가 끝나고 학생식당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설거지통에 접시를 넣고 있는데 음식을 남긴 나를 보며 ‘이우학교의 학생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은 한 급식실 아주머니의 말이 기억이 났다. 이미 배는 가득 찼지만 또 혼나기 싫어 식판을 깨끗이 비어먹었다 .       

 

학생회관에서 나와 넓은 운동장을 내다보았다. 큰 운동장 가운데 서 있는 정자 ‘들마루’는 이우학교의 학부모님께서 학생들의 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직접 나무를 운반하고 뚝딱뚝딱 만드셨다고 한다. 정자가 거의 완성될 때 지붕에 얹은 기와에 학생들 이름이 모두 적혀있고, 지난 축제 때 공연이 거의 끝나고 악기를 그레이스에 옮기고 있었는데, 이우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축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축제는 자주 열린다. 여름에는 ‘들마루’에서 진행했었다. 조명기구가 없어서 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재밌게 공연하면서 놀았다”고 들마루에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시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부러워하며 하자에도 그렇게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놀 장소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정자 ‘들마루’는 이우학교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장소가 되었고, 아무래도 부모님들이 직접 만들어 주셔서 학생들에게 최고의 자랑거리인 것 같았다.

 

정자 ‘들마루’가 있는 큰 느티(운동장) 옆에는 비닐하우스 2동이 있었다. 이우학교 방문에 앞서 비닐하우스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왜 비닐하우스가 있을까? 혹시 이곳도 농사를 짓는 곳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과는 반대로 ‘이우하우스’라 불리는 비닐하우스A동은 일반학교에 있는 대강당 + 체육관의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입학식과 방학식 그리고 개학식을 진행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전교생이 모일 때 사용 되는 등 학교 행사에 없어서는 안되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평소에는 탁구대를 설치해 점심시간마다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B동은 도자기공예와 목공예를 하는 곳이었다. 사용이 뜸한지 먼지가 꽤 많이 날리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덕분에 구경하러 들어간 필자를 포함한 여럿이 기겁을 하기도 했다. 특히 B동 한구석에 설치된 싱크대를 보며 “장화홍련에 나오는 싱크대 같아!”라고 외치며 뛰쳐나가기도 했다.  

 

학교를 한바퀴 둘러보고 우리는 고등학교 2교시 시간표에 맞춰 ‘세계사’ ‘영어’ ‘국어’ 이렇게 3개의 반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교실은 굉장히 조용했고, 교실의 창문은 베란다 창처럼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그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뜻했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눈은 자꾸 감겼다. 주변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짝꿍과 함께 교과서를 같이 보면서 공부하는 친구도 보였고, 졸고 있는 학생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물건이 있었다. 학생들이 편히 앉아있던 의자였는데 폭신폭신한 쿠션도 깔려있었고 보기만 해도 편해 보이는 그래서 무척 탐나던 의자였다. 어느 정도 교실을 살펴보다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못 이겨 나도 모르게 뒤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는 사이 수업은 끝났고 학생들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학생회관의 뒤편으로 산책을 갔다. 학부모님들께서 만들어주신 정자 옆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원래는 이우학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환경친화적 3단 수도 정화 시스템의 첫 번째 단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낙차를 예상하지 못해 실패하였고 지금은 학생들의 편의시설중 하나가 되었다고 했다. 보통 학교에 있는 연못하면 학생들이 버린 쓰레기도 많고 이상한 냄새가 풀풀 풍겨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간인데 이우학교의 연못은 냄새도, 쓰레기도 없이 깨끗했다. 더군다나 학교 뒤쪽이라 조용해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었다.

 

산책을 마친 뒤, 학생회관에 있는 대강의실에서 좌담회가 진행되었다. 이야기가 중반까지 흐른 가운데 다른 학년의 수업이 잡혀서 과학실로 장소를 옮겨 나머지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과학실 특유의 약품냄새와 차가운 냉기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처음 이우학교를 방문했을 때 찾았던 과학실에서는 학생들이 라이브카페를 열어 음식과 함께 찾아온 손님들께 아카펠라로 노래선물을 해주기도 했다. 그 때만해도 푯말만 과학실이었지 ‘가사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실에 가면 보이는 흔한 비커도, 실험용액도 보이지 않으니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좌담회장소로 다시 갔던 과학실은 학생들의 실험을 하고 난 흔적도 남아있어 그제서야 진짜 과학실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학실에 대해 석자은(이우고등학교 2학년)학생은 “과학실은 학생들의 과학수업, 실험을 할 때 쓰는 곳이다. 하지만 대규모의 인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사회의, 학생회 회의 등 회의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우학교에서 회의공간이 적기 때문에 회의장소로 자주 이용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학교 방문에 앞서 이우학교 브리핑 시간을 가졌었다. 이우학교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대안학교 탐방을 떠나기 전 졸업생좌담회에 참여한 졸업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교이름과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귀족학교’라는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코앞으로 이우학교탐방이 다가오자 선입견에 휩싸이기 보다는 다른 학교에 있는 또래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기대를 하며 학교방문을 하게 된 것 같았다. 2번의 방문을 통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오히려 ‘어라? 우리와 별로 다른 게 없잖아?’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07.12.14 17:4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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