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심청이가 아버지의 장애를 이해 못하는 불효녀라구요?

동화 ‘청아 청아! 눈을 떠라’의 저자 공진하

검토 완료

김효정(chiemi)등록 2007.12.07 20:02
'청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허드렛일을 알아보러 다녔어. 아버지가 뒤따라 나올까봐 일부러 아버지가 잘 다니는 길에는 큰 돌을 가져다놓고, 길표시를 해놓은 줄을 다 없애버렸어.(24p)'

 

우리 전래 동화의 최고 효녀로 꼽히는 심청이가 한 동화에서는 불효녀가 되었다. 그리고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는 결국 눈을 뜨지 못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2006년 문화 진흥원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한 <청아 청아! 눈을 떠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심청전의 이야기를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의 시각으로 색다르게 각색한 작품이다. 이 책에서 효녀 심청은 장애인을 '장애를 가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편견을 그대로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마음의 눈을 뜨자는 것이 <청아, 청아! 눈을 떠라>의 제목이자 주제. 원작대로 심학규는 시력을 회복하지는 못하지만 '독경사'라는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고, 그것이 이 동화의 결말이다.


우리가 흔히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속의 등장인물이나 삽화는 또 어떤가. 백설공주, 흥부와 놀부, 콩쥐 팥쥐….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양한 배경과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신체적으로 온전한 사람들만 등장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동화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만큼 배제돼 있다. 

 

이러한 세상에 반기를 든 한 여성이 있다. 특수교사이자 동화작가인 공진하(37)씨다. "환상속의 동화가 아니라 실제 삶을 닮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공 작가는 지난 2000년부터 서울 중동에 위치한 우진학교(2000년 개교)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쳐오고 있다. 특별히 올해부터는 고등부 특별학급을 맡아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가 쓴 동화는 모두 3권.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그린 <왔다갔다 우산 아저씨>, 벽지 속 사내아이에게 '벽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로 털어놓는 한 아이의 이야기인 <벽이>, 그리고 이번 해에 출간 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청아 청아, 눈을 떠라’라는 책이다. 그녀의 동화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기쁨을 주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이 세상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의 동화작가와 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 특히, 장애아동을 소재로 한 동화를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진 학교에서 근무하기 전에 ‘한사랑 학교’라는 곳에서 있었던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많은 동화책을 구비해놓았었는데 막상 동화를 들려주면서 느꼈던 것은 장애인인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면서 사회를 배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허무했다. 자신을 주인공에 이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화공부를 시작했고, 책까지 펴내게 되었다.”


- 그 전의 책과는 달리, ‘청아, 청아, 눈을 떠라!’는 원작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어떤 계기로 심청전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하게 되었는가

   “우선, 심청전을  소재로 삼은 점은 판소리를 좋아하는 시어머니 덕분이다. 저절로 관심이 가게 되더라. 원본에는 심학규가 참 나쁜 시각장애인으로 나온다. 쉽게 말해서 그의 부인과 딸인 청이를 엄청나게 고생시킨다.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이러한 방식으로 그리고 싶지 않아서 ‘청아 청아, 눈을 떠라!’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 기존의 심청전과는 이야기 장치들을 다르게 구성했다. 예를 들면 ’청이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라는 점, 또 막상 ’심학규가 눈을 뜨는 것이 아닌 것‘ 등등 그 외에도 원작과 다소 구성을 다르게 점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도 자신이 원하고 잘하는 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심학규의 집을 마을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위치시켰다. 왜곡된 선악적 종교적 믿음에 대해서도 꼬집어보고 싶었다.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지만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밖을 나가다 보면 가끔씩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아이는 벌을 통해 단련시키기 위해서 신이 장애를 준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동화에서는 ‘공양미를 바치면 죄가 씻기고 나을 수 있다’라고 속이는 종교인을 통해서 진정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자 했다.“

 

- 이번에는 특수 교육의 환경에 대해서 의견을 알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아동들끼리 묶어서 교육을 시키는 분리교육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이 함께 일반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더 낫다고 한다. 어떠한 것이 옳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나?

 

“통합 교육을 지지하는 편이다. 일반 학교 교사들은 이를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교사라는 것은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것, 부족한 부분을 치료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한 아이의 인격, 인성이 올바르게 자라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학원 강사와 구분되는 점일 것이다.  모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공간 속에 장애아동도 함께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담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되려면 학급 내 정원을 좀 더 줄여야 하겠지만 통합교육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한편, 장애아동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일반학급에 가게 될 경우 마음의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특히 장애 아동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경우 분리교육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다. 결국, 통합교육이든 분리교육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다.”

 

- 작년 여름 정부에서 발표한 ‘안마사 쿼터제’(기존에 시각장애인들만 할 수 있었던 안마사를 비장애인들에게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놓고 많은 사회 단체와 시각장애인들이 맹렬한 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앞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무조건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을 해주기보다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고용의 폭을 넓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기존의 직업교육, 즉 시각장애인은 안마사, 청각장애인은 제빵사, 지체장애인에게는 금은세공사 등 한정된 영역의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에는 직업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도우미를 붙여서 불편한 부분을 도와주게 하는(예를 들면 화장실 도우미) 경우가 있다. 이처럼 활동 보조인 제도를 실시해서 안정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고 본다. 또한, 현재는 장애인들에 대한 임금이 매우 낮은 편인데 장애인들이 이동을 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서 임금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작가 공진하는 특정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기보다는 장애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 속에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단다. 동화 삽화에도 휠체어를 탄 사람, 케인을 짚고 다니는 사람이 군데군데 등장했으면 좋다고 한다.


    장애인들은 옳은 것이 아닌  ‘틀린’ 존재가 아니다. 우리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존재이기에 특별한 것. 또 한 번 펼쳐질 그녀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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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위민넷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07 19: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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