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방암 켐페인] 핑크리본의 허와 실

시민들의 관심유발 대성공, 지나친 상업화 경향은 개선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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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경(aimone)등록 2007.12.07 15:49
배영경 기자는 서강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매년 10월은 국제적으로 정해진 유방암 켐페인의 달(Breast Cancer Awareness Month)이다. 1993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데 로더(Estée Lauder Companies)에 의해 처음 제시된 이래로, 유방암 켐페인 기간 동안에는 유방암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많은 여성들에게 알리고, 유방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며,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기 위한 많은 행사들이 세계 각국에서 행해져 왔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유방암은 여성들의 사망요인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으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 매년 500,000명 에 달하는 전세계의 여성들이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매년 10월에 행해지는 유방암 켐페인 활동은 참으로 그 중요성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유방암 켐페인의 달 10월, 미국은 온통 핑크바람
유방암 켐페인 활동이 가장 성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이다.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유방암 켐페인 활동이 벌여졌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활동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유방암 마라톤(Race for the cure)이다. 이 마라톤 행사는 1983년,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유방암 재단 (Susan G. Komen for the cure)의 창시자 Nancy Brinker에 의해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처음 이 유방암 마라톤은 미국의 몇몇 주(Dallas와 Texas)에서만 개최되던 지역 행사였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150만 명이 참가하는 전 세계적인 행사가 되었다. 참가자들은 분홍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티셔츠 뒤 등판에는 ‘~을 기념하며 (In Celebration of )’라는 문구를 달고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다. 그들은 이 마라톤을 통해서 유방암을 이겨낸 생존자들과 현재 유방암을 투병중인 환자들, 그리고 이미 유방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념한다. 그리고 유방암 마라톤을 통해 거둬진 수입은 유방암 연구나 유방암 치료 프로젝트 등을 위해 쓰여진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미국 내의 유방암 켐페인 활동은 바로 핑크리본(유방암 켐페인의 상징)의 상업화다. 10월, 미국의 각 상가와 백화점에는 핑크리본의 바람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폰 줄, 가방, 물컵, 티셔츠, 모자, 인형, 책, 볼펜, 메모지부터 초콜렛 바, 캔디, 껌, 부엌 용품, 전자기기, mp3 커버,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자주 소비하는 제품의 상당부분에 핑크리본의 무늬가 새겨지거나, 핑크색으로 디자인 된 제품들이 출시되었다. 유방암 켐페인 용으로 만들어진 분홍색의 관련용품들은 상가와 백화점 한쪽 부분에 잘 정리되어 10월 내내 배치되어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유방암 켐페인 용품들은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핑크리본의 상업화는 성공적이었다.

 

미국의 각 대학교에서도 유방암 켐페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행사들이 펼쳐졌다. 한 예로, 미주리 주(州)에 위치한 세인트 루이스 대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조성하고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핑크리본을 나눠주었다. 또한 유방암 캠페인 기금모금을 위한 자선파티도 열렸다. 학교 내의 서점에서는 메모지, 볼펜, 핸드폰 고리, 체육복 등 학생들이 자주 소비하는 학용품들이 핑크리본 무늬로 디자인 되어 판매되었다.

 

핑크리본의 열풍은 사이버 세상에서도 뜨거웠다.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인 페이스 북 내에서는 친구들끼리 핑크리본 아이템을 공유하고, 유방암 켐페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관련 사이버 클럽을 만들어 사이버상에서 켐페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와의 약속, Susan G. Komen for the Cure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유방암재단은 바로 Susan G. Komen for the cure이다. 1982년에 Susan G. Komen의 여동생인 Nancy Brinker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재단은 거의 1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유방암에 대한 연구와 교육활동을 위해 투자하였다. 현재 이 재단은 약75,000명의 자원 봉사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만 47개의 주(州)를 거쳐 122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Susan G. Komen for the cure재단의 창시자 Nancy Brinker의 언니 Susan G. Komen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3년 만에, 서른 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몇 번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거쳤지만, 유방암이라고 진단받을 당시 그녀의 암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아무런 통증도, 증상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유방암이었기에 가족들은 수잔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언니가 죽은 후 동생 낸시는, 살아 생전 유방암 투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자신과 같은 병원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던 여성 환자들을 도와주고 싶어했던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재단을 설립했다.

 

2007년 올해, 이 재단은 창립 25주년을 맞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며, 재단의 이름을 변경(Susan G. Komen for the cure은 변경된 이름)하고, 재단의 상징인 핑크리본도 새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의 유방암을 근절하고자 하는 재단의 창립 이념(to end breast cancer forever)은 그대로이다. 이 재단은 앞에서 소개한 유방암 마라톤을 비롯하여, 유방암과 관련한 강연회, 전국 캠퍼스 투어, 길거리 집회, 핑크리본 제품의 온라인 판매 등 여러 활동을 통하여 미국 사회내의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해 왔다. 유방암에 대한 초기 증상, 자가 진단법, 치료법 등에 관한 정보를 되도록 많은 여성들에게 알림으로써, 유방암으로 인한 여성들의 사망을 최대한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재단의 목표이다.

 

핑크 리본,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유방암 켐페인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핑크리본에 대한 지나친 상업화이다. 핑크리본으로 디자인 되어 유방암의 달에 출시되는 제품들의 수입은 유방암 연구나 환자들을 위해 쓰여진다. 하지만 어떤 회사들은 제품의 수입을 실제 기부에 쓰지도 않으면서, 유방암 켐페인을 빙자하여 핑크리본 관련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앞서 소개된 Susan G. Komen for the Cure재단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 재단은 핑크리본 제품생산과 관련하여 여러 회사와 협력을 맺으면서, 매년 약 3천만 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모든 기금들이 실제로 자선활동을 위해 쓰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제기했다.


핑크리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의 구매를 켐페인 활동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보다는, 하나의 유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가와 백화점 등에서 핑크리본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그 제품들의 출시 의의나 켐페인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유방암 켐페인의 달이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이 ‘즐기기 위한’ 하나의 가벼운 시즌으로 그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이 핑크리본의 상업화가 하나의 유행이나 표면적인 관심유발에서 그친다면 유방암 켐페인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란 어려울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켐페인, 이대로 괜찮은가
유방암으로 인한 여성들의 사망은 비단 서구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의대 유근영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25세에서 49세 사이의 유방암 사망률은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3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의 유방암 켐페인은 너무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다. 가령 유방암 켐페인 활동의 하나로 유명가수들을 초대하여 공연을 가지거나, 여성 연예인들로 이뤄진 유방암 홍보 사절단을 통해 켐페인 활동을 했던 것은 시민들의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는 있었지만, 유방암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유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유방암 켐페인의 중요성과 의미를 깨닫고, 시민들의 진정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켐페인 활동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유방암 켐페인을 벌여온 미국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유방암 켐페인 활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2007.12.06 16:5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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