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으면 가라! 어딜 총학생회장자리를 넘봐?

총학생회 선거, 그 화려한 모습 뒤의 실체

검토 완료

김우진(shout27)등록 2007.12.05 13:52
김우진 기자는 성공회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대학사회가 뜨겁다. 각 학교 총학생회 선거 유세자들이 이른 아침 학교 앞에서부터 강의동 앞까지 포진하며 유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긋방긋 웃으며, 혹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인사하는 후보들을 보면, 이들의 정책도 궁금하고 활기찬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각 건물의 게시판 및 대자보의 부착장소 역시 이들의 홍보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홍보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과거의 홍보물들은 모두 단색 인쇄였는데, 지금은 아주 화려한 컬러 인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컬러 홍보물은 그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그 후보의 색깔을 잘 드러내주는 시각적 효과를 갖기도 한다.

 

대학 선거 컬러 홍보물 과거의 흑백 홍보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이런 컬러 홍보물로 후보자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 김우진

 

 

또한 색색의 단체 티셔츠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후보의 지지자들의 모임, 이른바 선거본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과 후보가 맞춰서 입는 것이다. 역시 유세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이다.

 

단체티를 맞춰 입고 유세하는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색색의 단체티를 맞춰입고 유세를 하는 풍경은 이미 친숙해져있다. ⓒ 김우진

 

그렇다면 이러한 비용은 어디서 충당하는걸까.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일정량의 선거자금을 공정히 지원한 후, 그 지원금에 맞춰 선거비용을 꾸리는 방법, 후보자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모금을 하는 방법, 각 후보 개인의 사비로 충당하는 방법 등이다. 이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모금방법과 자신의 사비로 충당하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라도 팔자!”

선거자금의 마련과, 학교측의 규정 사정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성공회대학교 23대 총학생회 선거 출마자 두팀을 만나보았다. (이하 기자는 ‘오마이’, 출마자 두팀은 '후보1', '후보2'로 칭함)

오마이 : 선거가 경선이라서 아무래도 단선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현재 어느정도

            의 비용이 쓰였는가.
후보 1 : 11월 21일~12월 3일까지가 유세인데, 12월 2일 현재 총 60만원 정도가 쓰여졌다.
후보 2 :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오마이 : 학교측에선 얼마를 지원해주었나?
후보 1 : 학교측에선 지원금 10만원과 정책자료집과 리플렛에 소요되는 비용만 지원해

           주었고, 나머지는 각 후보의 자구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후보 2 : 마찬가지다

 

오마이 : 현재 쓰인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선거자금을 확보했는가?
후보 1 : 우리팀은 공개모금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고, 그 총액이 60 만원정도이다.
후보 2 : 우리팀은 개인사비로 충당하였다. 나는 오토바이까지 팔았다.

 

실제 성공회대학교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성공회대학교는 총 재학생이 1500여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임에도 저만한 금액이 쓰이는데, 다른 규모가 큰 학교는 위의 비용보다 작게는 몇배의, 크게는 십수배의 비용이 쓰인다는 점이다. 역시 이것은 각 후보의 주머니에서 충당된다.

 

우리는 심심찮게 어떤 한 대학교의 총학생회장이 학생회비를 유용하여 자신의 빚을 갚는데 썼다가 적발되었다는 기사들을 읽을 수 있는데, 이 ‘빚’이라는 것은 대부분 자신의 선거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 쓴 것이다. 적게는 50만원에서 크게는 400~500 만원, 심하게는 1000만원까지의 빚을 지고 있는 각 학교 총학생회장, 혹은 총학생회장 선거 낙선자들을 볼 수 있다.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총학생회장은 무슨...’
이런 점을 공개된 곳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 했을때, 학우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무슨 총학생회장을 하느냐’ , ‘사회의 선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 '돈없고 모금도 안되는 후보는 총학생회장 하지 말라는거냐' 등등 이러한 선거문화를 옹호하는 학우도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학우도 있었다.

분명 사회의 선거와 대학교의 선거는 그 구성방식이나 절차 등이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가장 다른점은 대학생은 거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에 묶여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주말알바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말알바를 해서 버는 돈은 자신의 차비 혹은 용돈으로 쓰는 데에도 빠듯하다. 대다수의 대학생이 자신의 용돈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투표중인 한 학우 한 학우가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 김우진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선거자금을 충당한 후보는 총학생회장에 당선이 되어도 빚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결국 학생회비를 유용해 자신의 빚을 갚는데 쓰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되었고, 이는 벌써 대학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주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가난한 후보자는 모금도 하고 이곳저곳 손 벌려서 어렵게 선거자금을 마련하면, 다른 후보는 쉽게 부모님의 힘을 빌려 목돈을 턱 마련한다. 과연 이런 것이 공정한 선거를 위한 방편이며, 이런 것이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을 배운다는 대학교에서 행해져야 할 일인가?

 

이러한 잘못된 선거의 행태는 분명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더 이상 한 대학교의 대표인 총학생회장들에게 채무의 짐을 짊어지워선 안 되겠다. 대학교는 어디까지나 사회의 절차와 순기능을 배우는 곳이지, 사회의 악습을 ‘답습’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7.12.04 20: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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