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들 사이 대화단절 문제 심화

대학생 부자간의 대화단절

검토 완료

권오형(oh0e)등록 2007.12.04 10:19
권오형 기자는 순천향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직장인 48% 가족 간의 대화 30분미만’으로 시작하며 ‘쇼’를 하라고 말하는 이동통신회사의 광고가 있다. ‘쇼’를 하면 아들과 아버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비단 어린아이들의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 간의의 대화 단절문제를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으로 바라만 보았었다. 문제 해결이 이루어 지지 않고 성장하여 어른이 된 대학생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 단절 문제가 주목된다.

 

대학생 아들, 아버지와 대화 시간 얼마나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하루에 부모와의 대화시간에 대한 설문 조사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응답결과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아버지와의 대화시간이 10분 미만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와 단둘이 두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면서 한말이라곤 ‘다 왔다, 내려’ ‘네’ 이게 전부였죠” 대학생 김모(25, 남)씨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섭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지금까지도 쉽게 대화를 하지 못하고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김정규(26, 광광경영)씨는 "어렸을 때야 아버지와 목욕탕도 같이 가고 친했던 기억은 있지만 지금 그러지 못한다”며 “안타깝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머쓱해했다. 대부분의 아들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가로놓인 두터운 정서적 장벽을 느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아버지와 멀어진다. 많은 남자 대학생들이 아버지와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끝내 벌어진 ‘틈’을 못 메우고 평생을 살아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때서야 다들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참회한다.

 

자신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남성문화’의 피해자인 아버지들과 성인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아직 되어보지 못한 대학생 아들들의 대화문제는 ‘어느 집이나 다 똑같은 건데 뭘’ 이라면서 마음 한구석에 박아두기엔 대화의 장벽이 두텁게 나타났다.

 

가정에서 대화의 위기
 

대화의 부족이 어제 오늘일이 아님을 증명하듯 개그의 소제로까지 등장했다. KBS 2TV의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는 가족 의사소통 부재를 코믹하게 그려내 꾸준하게 사랑받는 코너이다.
 

대학생 아들과 어머니와의 대화도 많은 편은 아니다. 아들만 둘인 윤옥화(51, 고양시 일산구)씨는 집안에서 대화상대가 없어서 외롭다. 주변에 딸 가진 엄마들은 딸로부터 일상의 이야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듣고 대화하는데 아들들은 집에 와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에 앉는다며 한숨지었다. 그러면서 “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엄마들을 보면 정말 부럽고, 딸을 낳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석호(25, 광광경영)씨는 “어머니에게는 싫은 소리, 용돈, 밥 등 간단한 일상대화는 하지만 다른 얘기까지는 좀…”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들들은 아버지보다 대화에 익숙한 어머니와의 대화조차 단절이 심각하지만 아버지와의 대화단절은 그 이상이다.

‘어색함’이란 단어는 오늘날 아버지와 대학생으로서 성인이 된 아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다. 전재형(24)씨는 “다 커서는 아버지와 이렇다 할 대화의 기회가 없었죠, 어떻게 술 한잔 하고 싶어도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말했고 한민구(25)씨는 “아무래도 지금은 좀 어색하죠, 어렸을 때면 몰라도…”라고 했다.

 

가족이기 때문에

 “아들과의 대화가 부족하다고 해서 특별히 서운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죠. 그렇지만 아들과 대화 자주 없는 그런 관계가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죠. 그저 서로 대화가 없어도 내 아들이니까 믿는 거죠. 대한민국 어느 아버지에게 물어봐도 그건 다 같을 겁니다”라고 권영배(52, 공무원)씨가 말했다. 고마워, 미안해, 남들에겐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몇 마디조차 말 안 해도 알아주는, 그 이름만으로도 애틋하고 찬란한 가족이니까 이해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들의 고정관념이 오히려 대화단절을 심화시킨다. 순천향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최영안(심리학개론) 교수는 대학생 아들과 아버지간의 대화단절을 보면 대학생은 성장시기로 보아 정체감 혼돈시기이므로 시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남성은 관계를 경쟁적으로 관계를 맺고자하고, 여성은 관계 중심적이어서 대화를 할 때 상대방과 관계를 우선적으로 여기므로 대화의 단절이 적은 반면 남성은 관계보다는 독립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 경쟁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앓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이 되어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할 남자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이다. '나'의 시작은 가족이다. 가족에서 태어나, 가족에게서 배우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세상은 갈수록 가족이라는 단어를 어색하게 만든다. ‘가족이니까’ 대화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대화는 중요하다. '침묵은 금'이란 말이 있지만 부자관계에서의 침묵은 금이 될 수 없다. 단지 경솔한 언행을 경계한 얘기일 뿐,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침묵을 높이 사지는 않는다.

2007.12.03 21:17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