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막아섰던 경찰 "기본권이라도 보장안해"

11·11 민중총궐기대회 강경진압... 경찰의 무차별 진압에 기자도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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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wieimmer98)등록 2007.11.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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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회 주최측인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 뿐만 아니라 각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날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짓밟았다"며 "앞으로 대규모 집회를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헬기 띄우고 상경 막고... 전례 없는 강경진압

실제로 전날 경찰은 전례가 없는 강경진압 행태를 보였다. 시위 현장이었던 서울 태평로 일대에는 경찰 헬기가 저공 비행하면서 시위대를 촬영하고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등 근거리에서 참가자들을 위협했다.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는 지역 농민들을 막고자 주요 도시고속도로 나들목에 진입하는 대형차량들을 제지하는 바람에 농민과 경찰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상경 저지로 애초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하려 했던 인원(5만~6만)이 절반 가량인 2만여명으로 줄었지만, 경찰은 세종로 일대와 서울광장 주변에 전·의경 216개 중대(2만여명)을 배치하고 전·의경버스 600여대를 동원해 시위를 원천봉쇄했다.

경찰의 이같은 강경진압은 예고된 것이었다. 주최 측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비정규직 철폐 ▲반전 평화 등을 주장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행정자치부 등 4개 부처 장관은 지난 9일 합동 담화문을 발표해 도심 집회에 대한 엄정 대처를 천명했다.

시위 주최측에 대한 선전포고였던 셈. 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집회 강행 의사를 밝혔다.

"기본권이라도 해도 제한해야"

경찰은 전날 집회에서 있었던 강경 진압에 대한 지적에 대해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집회에 많은 인원이 참가했음에도 최대한 안전하게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위대를 향해 "법치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결정을 수용해야지, 절차를 무시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일단 정부의 결정을 따른 다음 다른 정책적 구제수단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기본권이라고 해도 제한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무제한적으로 기본권을 보장해 줄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상경을 원천봉쇄한 것은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적법한 절차임이 증명됐다"며 "적법한 집행에 대해 수긍하지 않고 무시하면 사회 구성원이 어떤 법적 기준을 두고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은 가만히 있는 경찰을 각목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경찰은 안전을 위해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집회로 경찰쪽에서는 중상 3명, 경상 18명 등 총 2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찰에 대한 주최측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불만은 컸다.

주최 측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경찰은 11일 대회를 막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집회 신고부터 집회를 보장할 의사가 없었으며, 오히려 집회를 불법으로 만들어서 탄압하려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집회 참가의 자유를 침해하고, 차단벽과 살수 등으로 과도하게 진압했으면서도 되레 '주동자 처벌' '손해배상'을 운운하고 있다"며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 역할은 통제 아닌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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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박래군씨는 "이제부터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정부와 경찰을 겨냥했다. 그는 "어제 집회는 평화롭게 끝날 수 있었지만, 경찰이 농민들의 상경을 원천봉쇄하고 집회 공간 하나 내주지 않아서 생긴 마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는 것은 '불법을 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정부와 경찰이 도리어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민들의 상경을 봉쇄하고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를 쏘는 등 시위대를 자극한 것을 경찰"이라며 "차 벽으로 시위대의 행진을 막는 등 경찰의 자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어제와 같은 충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가 체결되는 등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민중들이 생존권을 정책적으로 요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꾸 무력으로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르려고 하니까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어제 집회의 경우 정부가 집회를 허용했어야 하는데도 사전에 이를 금지시켜서 생긴 문제"라고 물리적 충돌의 책임을 경찰에 돌렸다.

권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그들이 정작 해야 할 일을 방치한 채 통제에만 급급했다"며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 경찰은 신고된 참가 인원과 행진로 등을 감안해 교통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제처럼 도로를 단기적으로 차단시키는 바람에 경찰이 되레 교통체증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불법시위 전력상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경찰쪽 주장에 대해 권 변호사는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황적 근거 중 하나일 뿐이고, 집회 참석자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명백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폭력집회'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권 변호사는 전날 집회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농민들이 왜 지방에서 올라오는지,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조명하기보다 교통대란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무차별 폭력, 기자도 예외 아니었다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가 11일 주최한 민중 총궐기대회에서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취재기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오마이뉴스> 기자가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 앞에서 취재를 하던 중 경찰이 휘두르던 곤봉에 왼쪽 눈 위를 맞아 1cm 정도가 찢어지는 등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해당 기자는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던 전경 100여명을 피하던 중이었다.

해당 기자가 '취재중'임을 나타내는 '프레스 완장'을 오른팔에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경찰은 폭력을 휘둘렸고, 기자의 안경과 캠코더가 심하게 파손됐다. 기자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강북 삼성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께 병원으로 찾아와 "우선 치료비와 캠코더, 안경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직접 때린 전경을 찾아 대질할 수 있게 종로경찰서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당진군농민회 소속 곽영달(47)씨가 안국역 앞에서 경찰의 곤봉에 맞아 갈비뼈 3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10여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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