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에 침묵하는 국정브리핑

청와대가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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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철(gladduck)등록 2007.11.04 21:36

삼성비자금에 침묵하는 국정브리핑
청와대가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있잖아요.


11월 1일 국정브리핑은 31일 있었던 진주지역 주요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행한 발언을 전하고 있다.

 

국정브리핑 홈페이지 11월 4일까지도 국정브리핑은 삼성비자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 배희철

 

[[ “민주주의 필요 없다 부패해도 좋다 무능보다 낫다”는 말이 일각에서 주장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제가 추구해 왔던 모든 가치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시대 5년을 지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사라지고 부패해도 좋다는 사회로 되돌아가면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참 간절하게 해보고 싶은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다른 것이 아니라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정책과 자신과의 이해관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지나고 보니 속았다는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능동적 시민, 생각하는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소중하고, 그러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능동적 시민, 생각하는 시민이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런 발언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듣기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국민을 속이는 경제권력(삼성비자금)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심지어 직접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공권력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이 속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내용은 국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연봉제까지 도입하여 행정부를 통제한 참여정부의 노력을 너무도 가혹하게 조롱하고 있다.

 

경쟁, 서열화, 수월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울 때, 대한민국 정부를 능멸하며 비교내신제를 도입했던 사립대학에 검은 거래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견했던 일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부 퇴직 후에 사립 재단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그런 여론 무시하고 교육 관료와 사립 재단의 공생 고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연대 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단호한 조치는 뒷북을 치는 것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 행정부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행정부를 만들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5년간의 노력과 치적을 한 순간에 수포로 돌려버린 ‘삼성 비자금’ 사태에 청와대 국정브리핑이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을 탓하기 전에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수호해야 할 헌법 조항이 너무 많아 지키기가 어려웠다면, 최소한 헌법 1조 1항은 지켜야 하지 않았는가. 지금 누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말할 수 있는가. 온건하게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은 삼성제국 아닌가.

 

민주주의의 핵심 시스템인 3권 분립을 조롱한 삼성비자금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보다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집단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가?  

2007.11.04 21:3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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