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천 인터뷰 - 이명박의 출세신화, 문국현의 창조신화

대선은 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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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triana)등록 2007.11.05 18:07

 

 최상천 교수와의 두 번째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는 ‘왜 문국현인가?’라는 주제로 몇차례 계속될 예정입니다. <알몸 박정희>의 저자이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 사료관장을 지낸 바 있는 최상천 교수는 ‘문국현의 유한킴벌리 신화는 대통령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낡은 질서를 뒤집어엎을 만한 위력이 있다’고 예측하면서 ‘현재의 지지율의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면 10월 말이면 범여권 1위가 되고, 11월 말이면 이명박과 시소게임을 벌일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에 대해 최상천 교수는 ‘대통령직선제의 엄청난 괴력’을 들면서 ‘한국이 아직 민주사회가 못되고 문벌귀족사회에 머물러 있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늘 주권자혁명이 일어났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최상천 교수 특유의 독특하지만, 쉬운 언어로 설명한 문국현 현상을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약간 줄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문국현의 리더십이 현재 왜 필요한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와 함께 문국현 후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언급 역시 할 예정입니다)


지 - 최근까지 여론조사를 보니까 이명박은 50% 넘는데 문국현은 아직 부진합니다. 정말 양자대결로 가기는 가는 겁니까?

 

최 -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대선은 아직 워밍업 단계에 불과합니다. 본 게임에 들어가 보세요. 문국현의 유한킴벌리 신화는 대통령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정도가 아니고 낡은 질서를 뒤집어엎을 만한 위력이 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문국현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국현이 출마선언을 한 것이 8월 23일이니까 이제 겨우 40일 남짓 지났습니다. 그 사이 지지율이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출마선언을 했을 때는 겨우 0.1%였는데, 24일 만(9.17)에 4.4%로 뛰고, 40일 만(10.2)에 8.1%로 뛰었습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10월 말이면 범여권 1위가 되고, 11월 말이면 이명박과 시소게임을 벌일 정도가 될 겁니다.

 

지 -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세요?

 

최 - 대통령직선제! 이게 엄청난 괴력을 가진 놈입니다. 그걸 가장 잘 알았던 사람이 박정희와 전두환입니다. 그래서 총 들고 대통령직선제를 거부한 것 아닙니까.

 

한국은 절대로 민주사회가 아닙니다. 아직 문벌귀족사회를 못 벗어났습니다. 요직의 50%는 서울대학교 출신이 차지하고, 삼성 이씨 가문과 현대 정씨 가문이 경제를 양분하고,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대통령만큼은 서울대 출신이 김영삼 한 사람 뿐입니다. 재벌 출신은 아예 없습니다. 정주영은 출마했다가 화병만 얻었고 아들 정몽준은 헛물만 켰습니다. 대통령만큼은 문벌귀족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리라는 얘기죠.

 

지 - 왜 그럴까요? 무슨 징크스라도 있습니까?

 

최 - 대통령선거는 아주 특별한 공간입니다.

 

한국은 보통 때는 학벌, 재벌, 언벌 등 각종 문벌(門閥)들이 장악하고 있는 문벌왕국입니다. 장관, 고급 공무원, 국회의원, 사법부, 회사이사, 언론사 간부와 대학교수 등 국가와 사회 요직의 70% 가량을 일류대 학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문벌귀족사회라는 고려왕조보다 훨씬 심합니다. 서울대는 왕족보다 더 세고, 삼성, 현대, 조선일보는 거대 문벌이고, 연대, 고대는 떡고물 문벌이지요. 이런 형편이니까 한국은 고려왕조에다 대한민국 간판 달아놓은 꼴이지요.

 

보통 때는 고려왕조이지만 대통령선거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누구나 한 표를 가지는 민주 공간, 감춰졌던 정보가 드러나는 열린 공간이 됩니다. 정권 선택권이 시민의 손으로 넘어와서 온전한 ‘주권자의 나라’가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은 5년 중 4년 11개월은 고려왕국이고 대통령선거 기간 한 달 동안만 대한민국이 되는 거죠.

 

누구나 한 표를 가진 평등한 공간, 비밀이 통하지 않는 열린 공간에서는 문벌귀족도 맥을 못 쓰고 조중동도 위력을 잃어버립니다. 왜? 특권과 패거리가 안 통하니까요. 보세요! 조중동이 김대중과 노무현 죽이려다 죄 없는 이회창만 망쳤습니다.

 

서울대왕국에서 연거푸 상고 출신을 뽑고, 조중동이 결사반대하는 친북좌파를 뽑아버린 거, 이건 고려시대 천민의 난보다 더한 반란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반역을 품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반역이 바로 주권자혁명이죠.

 

지 - 이번 대선에도 반역이 일어날까요?

 

최 - 물론이죠. 민주화시대에 민주화신화를 가진 사람들이 바람을 일으켰듯이, 이번에는 인본화 태풍이 일어날 것입니다. 물론 태풍의 눈은 문국현입니다.

 

지 - 문국현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최 - 대단하다기 보다 특별하죠. 한국에서 이런 사람이 성공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깨끗하고 원칙 지키는 사람은 정말 견디기 어렵습니다. 고소득 전문직 중에 탈세 안 하는 사람 있습니까? 탈세, 비자금 없는 기업 있습니까? 그런데 문국현은 원칙 다 지키고도 성공을 거둔 사람입니다. 이것만도 특별한 예외입니다. 그런데 문국현은 원칙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혀 새로운 기업을 창출했습니다.

 

지 - 이번 대선이 경제신화의 대결이 된다면, 이참에 이명박과 문국현의 경제신화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최 - 그게 좋겠습니다. 이명박은 ‘박정희 신화’의 마지막 인물입니다. ‘박정희 신화’에는 빛나는 조연이 있지 않습니까. 현대의 정주영, 포철의 박태준, 대우의 김우중, 그리고 평사원 출신 CEO 이명박입니다. 이 네 사람은 ‘박정희 신화’의 조연이면서도 각자 ‘작은 신화’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에서 정주영은 세상을 떴고, 김우중은 감옥 가 있고, 박태준은 은퇴하고, 이제 이명박만 남은 겁니다. 이명박은 ‘박정희 계승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정희의 딸’에게 이긴 것만 봐도 그렇죠.

 

지 - 이명박이 ‘박정희 신화’의 조연 역할만 한 건 아니죠. 서울시장 시절의 업적이 있지 않습니까. 청계천 사업과 대중교통 조정사업은 훌륭한 성공사례 아닙니까? 전문가들은 문제가 많다고 합디다만, 대중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하거든요. 근래에 이런 성공을 거둔 인물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최 - 맞습니다. 이명박은 ‘박정희 신화’에다 자기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거죠. 그래서 50% 지지가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 - 이명박에 대해서는 대체로 평가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독단적이고 부패하지만 창의성과 능력은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런 인물 아주 좋아하지 않습니까? ‘박정희 향수’도 그렇죠. 독재나 부패를 몰라서 숭배하는 게 아니거든요.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이 ‘박정희 향수’를 낳은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명박은 현대 신화에다 청계천 신화까지 가졌으니 아무리 문국현이라도 적수가 되지 못할 것 같은데요.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너무 없구요.

 

최 - 지 선생,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죠.

 

이명박 신화의 핵심이 뭡니까? 평사원에서 출발해서 38세에 재벌회사 사장에 오른 것 아닙니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습니다. 재벌회사에서, 더구나 왕회장 정주영이 다스리는 현대에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사장에 오른 것 자체가 신화적 사건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건 경제신화가 아니고 출세신화거든요.

 

경제신화의 주인공이 되려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명박의 작품’이 있어야 합니다. 불후의 명작은 못 되더라도 ‘이명박 명품’은 있어야죠. 앙드레 김도 ‘그만의 명품’이 있는데, 경제신화의 주인공이 자기 작품이 없다면 말이 아니죠. 그런데 이명박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작은 정주영’이었을 뿐 작품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은 결코 신화의 주역이 아닙니다. ‘정주영 아류’이거나 ‘현대 신화의 조연’에 불과하죠.

 

이명박은 오랫동안 현대건설 사장, 회장을 지내고 현대그룹의 요직을 거쳤는데도 뚜렷한 족적이 없습니다. 출세신화만 있고 업적신화가 없는 겁니다. 업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얘기가 더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라크에서 공사대금 떼인 겁니다.

 

이명박이 회장으로 있던 1978년부터 1992년까지, 계속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수주를 했다가, 공사대금 6억 4천만 달러, 이자까지 합치면 16억 달러를 못 받았다는 겁니다. 15년 동안 헛수고를 한 겁니다. 현대건설이 2000년 10월에 부도가 나고 이듬해 워크아웃이 된 것도 그 근원은 이명박 식 회사운영이라고 합니다.

 

현대건설이 아닌 대한민국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바로 ‘IMF 경제위기’ 아닙니까? 더 심하면 국가부도(모라토리엄)가 나는 겁니다.

 

문국현의 유한킴벌리 신화는 다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국현이 창조하고 문국현이 주도한 문국현의 작품입니다. 모두가 부패경영에 빠져 있을 때 문국현은 윤리경영을 실천했고, 모두가 정리해고를 밥 먹듯 하는 ‘IMF 위기’ 때도 문국현은 한 사람도 자르지 않았고, 회사들이 파업과 해고의 악순환에 빠져 있을 때 문국현은 노경협력을 이끌어냈고, 모든 경영자들이 자본재 투자에 골몰할 때 문국현은 사람에게 투자했고, 그래서 기업을 미래형 지식기반기업, 노경이 함께 하는 동반자기업으로 바꿔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발상이고 전인미답의 경지였습니다. 문국현은 이렇게 기업혁명을 추진한 결과, 단 10년 만에 매출액을 2000억 원에서 1조 원 규모로 키웠습니다. 신화를 비교해 보니까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지 않습니까? 비슷한 경제신화 같지만 성격과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지 - 기업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고, 기업보다 더 큰 단위의 경영을 하게 되면 다르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요. 문국현 후보는 기업 경영 외에는 정치나 행정 등 다른 쪽에서 검증된 바가 없지 않습니까? 반면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를 경영해봤고, 항간에서는 상당히 업적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최 - 이명박의 현대건설 신화는 본질이 출세신화입니다. 경제신화를 이뤘다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현대건설 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서울시장으로 있던 4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전국 최하위인 연 평균 1.8%였습니다. 연 평균 4% 넘게 성장했는데도 노무현이 경제 망쳤다고 아우성인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이명박은 경제파괴범이죠.

 

문국현의 유한킴벌리 신화는 문국현 작, 문국현 연출의 창조신화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윤리경영을 실천했고, 회사를 지식기반기업, 동반자기업으로 바꿔냈습니다. 아마도 유일한의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고, 킴벌리클락이라는 다국적기업과 손을 잡은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가 킴벌리클락 안에서도 압도적인 최고 실적을 낸 것을 보면 문국현 개인의 능력이 크게 작용했던 것은 확실합니다. 검증이 안됐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지 - 청계천 신화는 이명박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최 - 이명박의 작품 맞습니다. 이명박이 고가도로를 없앤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연회복을 한 것이 아니라 관광명소를 만든 것이죠. 이 점에서도 문국현이 주도한 생명의 숲 운동과 대비됩니다. 문국현은 푸른 도시를 추구했고, 이명박은 토목공사를 한 겁니다. 이런 발상의 차이는 공약에서도 나타납니다.

 

지 - 경부대운하 공약 말씀입니까?

 

최 - 대표 공약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근본적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의 대표공약은 ‘대한민국 747 공약’과 경부대운하 공약 아닙니까?

747 공약은 이명박의 정체를 아주 잘 보여 주는 공약입니다. 매년 7% 경제성장을 해서, 10년 후에는 4만 달러 소득을 이루고, 7대 경제대국에 들어간다는 것인데, 5년 임기 대통령이 10년 공약을 내는 것부터가 어처구니없죠. 더 한심한 것은 747이라는 숫자인데요, 보잉사의 점보기를 의식한 숫자놀음이죠. 국가경제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겁니다.

 

747 공약에는 어떤 사회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은 없고 군대식 목표만 있습니다. 국가경영의 철학은커녕, 어디에서도 진지성과 합리성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주먹구구, 군대식 목표, 불도저 식 사업방식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경부대운하 공약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공약’이라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환경파괴에 대한 대책은 아예 없고, 골재를 파서 공사비로 충당한다는 봉이 김선달 식 발상을 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어나자 관광용이라고 둘러치고, 여론이 들끓으니까 계속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세계시장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동북아 질서도 군사대결에서 시장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식민지로 전락했던 경험을 잊지 말고, 세계시장체제에서는 성공을 거두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해서 세계로 진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물류문제도 새로운 발상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국내 물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대통령이라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물류구상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닙니까? 최소한 동북아 물류구상은 해야죠. 그런데 경부대운하가 뭡니까?

 

국내 물류를 위해서도 경부대운하는 시대착오죠. 첨단산업시대 물류의 핵심은 시간입니다. 전국이 반나절 유통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성이 확보되고 시간경쟁에서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고속열차, 비행기를 확충하고 활용해야죠.

 

운하는 농업시대 농민수탈을 위한 물류수단입니다. 도로 닦기 어렵고 우마차로 운송하던 시대에 농민한테 거둔 쌀과 공납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궁궐로 실어 나르는 방법이 조운(漕運)입니다. 그래서 왕국은 운하 건설에 매달린 겁니다. 이런 농업시대 물류방법을 21세기에 구현하겠다! 환상적인 시대착오죠. 세상은 오래 전부터 다품종 소량생산, 초미니 사이즈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품은 신속한 유통, 원스톱 유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느려터지고 다단계 유통이 될 수밖에 없는 선박운송은 전혀 안 맞죠.

 

지금 동북아는 새로운 세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위험한 상황은 중국과 일본의 양강(兩强) 대결체제로 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죽습니다. 어떻게든 한ㆍ중ㆍ일 3국 정립체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 특히 미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둘째 조선(북한)을 민족경제로 포괄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이루지 못하면 중ㆍ일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전환기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남북을 아우르는 민족경제 구상과 전략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민족경제 차원에서 보면 조선(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물류문제의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이명박은 경부대운하를 대표(!)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지 - 이명박이 왜 경부대운하 같은 황당한 공약을 내놓았을까요?

 

최 - 이명박은 아직 1970년대 현대건설에서 못 빠져 나온 것 같습니다. 대부분 발상이 군대식이고 토목공사 방식입니다. 기업주가 공사를 따와서 일꾼들을 먹여 살린다는, 철저히 자본가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겁니다. 노동자는 지휘 대상에 불과합니다.

 

지 - 이제 문국현을 보죠. 문국현의 대표 공약은 일자리 500만 개 창출인데요. 그야말로 공약으로 그치지 않을까요?

 

최 - 핵심은 이렇습니다. 일자리 500만 개 창출을 통해서 사회양극화를 극복하고, 그런 기반 위에서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체결한다는 겁니다.

 

공약의 초점이 사람과 사회통합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자! 둘째, 사회협약을 맺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 이것이 공약의 핵심 정신입니다. 문국현은 경제 자체를 목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는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수단’ 다른 말로 한다면 ‘홍익인간의 수단’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 발상에서 나온 구체적 대안이 일자리 500만 개 창출입니다.

 

지 - 일자리 500만 개 만드는 게 가능합니까?

 

최 - 충분히 가능하죠. 한국인이 일자리 나누기에 동의하기만 해도 일자리 500만 개는 물론이고 삼 년 이내에 한국식 무한경쟁체제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노동자의 일 년 노동시간은 대략 2500시간 정도인데, 미국과 일본보다 30% 이상, 유럽보다 50~80% 많습니다. 이것을 2000시간으로만 줄여도 산술적으로는 고용을 20% 늘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용도 늘어나지만 비정규직 문제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용이 늘어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면 35%에 이르는 자영업자를 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만 되어도 노동자는 고용안정을 얻고 자영업자는 무한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공무원, 교육ㆍ의료 등 공공영역 종사자가 선진국의 1/3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가계가 부담하게 되고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죠. 공무원, 교사와 교수, 의사와 간호사를 선진국의 반 수준으로만 늘여도 고급 일자리가 수십 만 개 늘어납니다. 이런 혁신을 통해서 일자리와 공공복지를 확대해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문국현이 제시하는 공약의 핵심이 이런 것들입니다.

 

농촌문제도 그렇습니다. 농촌에다 월 70만원 소득이면 잘 살 수 있는 교육ㆍ의료 복지제도를 구축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살기 좋은 농촌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합니다. 농촌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지와 유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지 - 그런 주장만 해도 ‘빨갱이’로 몰아붙일 걸요?

 

최 - 그러겠죠. 조선일보 안경을 끼고 보면 선진국은 모두 ‘빨갱이 공화국’입니다. 유럽은 새빨갛고 영국, 호주, 캐나다는 벌겋고, 미국과 일본은 불그스름합니다. 그러나 진짜 빨갱이가 지배하는 중국과 조선은 ‘빨갱이 공화국’이 아니고 ‘노랭이 공화국’입니다. 공공영역도 복지제도도 망가져버렸으니까요.

 

지 - 민주노동당도 문국현을 달가워하지 않던데요. 심상정은 문국현이 국가경제를 모른다고 비판했고, 당에서는 문국현이 이명박의 유한킴벌리 버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습니다. 민노동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나옵니까?

 

최 - 민노당은 20세기형 진보, 문국현은 21세기형 진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죠.

 

지 - 20세기 진보와 21세기 진보의 핵심적 차이는 무엇입니까?

최 - 20세기형은 보수나 진보나 소유 중심, 자본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사적 소유냐 사회적 소유냐? 이것이 핵심 쟁점이죠. 21세기형은 사람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고,  자본은 생산수단일 뿐이고, 국가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고, 기업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런 사고방식들입니다.

 

지 - 그렇다면 문국현은 새로운 가치관을 주창하고 있는 겁니까?

 

최 - 그렇습니다. 문국현은 단순히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을 선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지 - 새로운 가치관의 핵심은 무엇이고 실현방법은 무엇입니까?

 

최 - 새로운 가치관의 핵심은 사람 중심이고, 사람 중심 가치관을 실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유한킴벌리 모델이고, 나라 차원에서는 사회협약입니다. 유한킴벌리 모델을 다른 기업에 적용하면 사람 중심의 기업을 만들 수 있고, 동반자 원리를 나라에 응용하면 인본적 대한민국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지 - 이명박과 문국현의 대결은 아주 극적인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느냐, 미래로 나아가느냐? 자본 중심인가 사람 중심인가? 환경무시인가 환경친화인가? 결국 이번 대선은 이런 질문에 대한 선택이겠군요.

 

최 - 하나 더 있습니다. 주먹구구와 합리성의 대결이죠.

 

다음은 ‘문국현의 리더십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계속됩니다.

2007.10.10 17:3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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