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뺏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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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go0330go)등록 2007.09.23 15:39
8살짜리 딸아이랑 있을 땐 내 남편은 내 남편이 아니라 딸의 남편이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빠만 너무 좋아했다. 오로지 아빠 품에만 안기고, 자다가도 내가 만지면 아이는 잠결에도 내 손을 뿌리쳐서 날 슬프게 했다. 아빠가 출근하는 길엔 맨발로 따라 나가 울며 아빠 마음을 아프게 했고 아빠가 퇴근하는 길목에서 아빠를 기다리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딸아이는 내 속도 썩히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서도 잘해내서 항상 안아주고 싶은 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는 내 품보다 아빠 품을 더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아빠 품에서 떨어지질 않고 아빠 곁에 절대 엄마를 붙여주지 않았다.

“아빤 내꺼야!”를 반복하며 엄마는 아빠를 좋아하면 안 되고 아빠는 자기 남편이라고 우겼다. 나도 농담으로 “제발 너 가져라”하며 아이 등을 떠밀었다.

내가 아이를 많이 때린 것도 아니고 딸아이에게 소홀한 것도 아닌데 아이의 사랑은 오로지 한 곳으로만 치우친다. 딸은 크면서 엄마랑 친구가 된다고 하는데 난 좋은 친구 하나를 뺏긴 것 같아 아쉽다.

아이가 5살 때, 출근하는 아빠를 잡고 놓아주질 않아 억지로 떼어놓았는데 아이는 멀어져가는 아빠차를 맨발로 따라가며 통곡을 했다. 그걸 본 동네 아줌마들이 이구동성으로 내가 분명 계모일 것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랑 있기 싫어서 아빠를 따라가려는 것일 거라 했단다. 이런 억울할 때가...

오늘도 나는 일하러 나왔고 아이는 아빠 곁에 달라 붙어있다. 남편을 뺏겨도 그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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