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바보, 알면 무대포"

'경부운하 공약검증 유권자대토론회' 사회 맡은 '엘리트 개그맨' 노정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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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wls8118)등록 2007.11.06 12:51
"(경부운하에 대해) 모르면서 하는 것은 바보고, 알면서도 하는 것은 무대포다. 어느쪽도 유쾌하진 않은 것 같다"

노정렬(37. 방송인) 사회자는 토론회의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9월 12일 2007대선시민연대가 주최하는 '경부운하 공약검증 유권자대토론회'가 '경부운하 과연 타당한가'란 주제로 흥사단 강당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진홍(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비롯한 각 지역 시민단체 대표와 기업인이 참석해 '판을 벌여 판을 흔드는'유권자 지정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엘리트 개그맨'이라고 불리는 노정렬씨가 맡았다.

노정렬씨는 서경석, 이윤석씨와 더불어 '엘리트 개그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94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96년 MBC공채 7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현 웨딩업체인 노체의 대표이사로 있으며, CBS 라디오의 시사개그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박진섭(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씨의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발제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 되기 전이었다. 노정렬 사회자는 "박 부소장님의 제의를 듣고 보니 (경부운하 건설이)축복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다"며 "이명박 후보쪽에 참모들이 참 많으시던데, 박형준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이라도 와서 열띤 토론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축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지 않은 것 같다"며 이 후보측의 불참을 아쉬워했다.

유권자 외에도 전직 대통령들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토론에 대해 한 마디씩 던졌다. 박정희, 전두환을 비롯한 양 김과 노무현 대통령, 고 정주영 회장, 도올, 이승엽 선수 등 많은 인사들이 노정렬씨의 입을 빌려 각각 찬 반 논쟁을 벌였다. 노씨는 중간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성대묘사 시사개그를 했다.

그는 진행 중 "사회자는 비교적 중립성을 맞춰야 한다"며 "경부운하는 작은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공약이며, 이 후보가 대선후보 수위를 달리기 때문에 자리를 마련한 것. 절대 성토회 아니다"며 언론을 의식했다.

실제로 토론자들의 발언이 격해지자 "혹시 조중동에서 오신 기자분 있나요?"라며 "이 분들이 기사를 쓰면 일부 시민들을 매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회자는 객관적 중립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경부운하 '철회'보다는 '폐기'해야

이광우(한강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외협력국장)씨는 "이 후보측을 초청했는데도 이곳에 나오지 않는다"며 "차라리 박 부소장이나 노정렬 사회자에게라도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일방적인 토론회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자 노씨는 "저는 언론이 제일 무섭습니다.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간부보다도 언론사 국장, 사장이 더 무섭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경부운하는 '긁어 사망?'"이라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의 개그맨 답게 날카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한 유권자의 "경부운하를 '철회'해야 한다"라는 발언 중 "'철회'라는 말은 문제가 없던 것을 그만 둘 때 사용하는 것이다"며 "잘못된 것을 없애는 것은 차라리 폐기를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가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 하는 것은 주판을 팅기더라도 (경부운하가)아니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토론회가 끝난 후 노정렬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경부운하 토론회의 사회를 맡으셨는데, 이 공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는 '하면 된다'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물론 하면 되죠. 그리고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 내에서, 원칙과 상식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좋은 공약들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선택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은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을 어렵게 하고', '(공약에서)얻는 것이 적다'라고 하면 과감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폐기처분 하는 것도 통 큰 생각이라고 여겨집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자료를 보고, 그 동안 (경부운하가)흘러왔던 경과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다. 또한 이 공약에 대해 국민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대묘사 사전에 준비 했나?

- 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0년만에 맡게 된, CBS 라디오의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다른 토론을 통해서도 몇 번 나왔기 때문에 농담이지만 각계각층의 찬반 양론을 그 분들의 캐릭터에 담아 본 것입니다. 뭐 이정도는 즉석에서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김병기 사회부장님과 함께 취재했습니다. 김호중 선배 동영상도 같이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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