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한반도 평화체제 부적합 후보"

심상정의 MB검증6탄 '신한반도 구상'의 5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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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713sim)등록 2007.09.12 16:22
이명박 후보가 지난 10일 ‘신한반도 구상’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발표한 ‘비핵 개방 3000’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신외교안보 구상’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이고 있다. 북한이 복격적인 본격적인 핵폐기 단계에 진입하면 차기정부에서 남북경제공동체협력협정(KECCA)을 체결하여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은 소리만 요란할 뿐 있어야 할 건 없고, 없어야 할 것만 가득차 있다. 우선 신한반도 구상엔 '한반도의 통일 구상'이 없다. 반세기 분단체제를 극복할 통일 구상 없이 오직 남한에서 체화한 시장만능주의만 가득하다.

또한 북한을 호혜적 파트너로 바라보지 못하는 냉전적 동정적 사고가 버티고 있다. 특히 남북한 시급한 현안에 눈감고 오직 비핵화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역시,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평화, 통일, 경제가 부상하는 시대에 맞추어, 수구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픈 모양이다. 하지만 한반도 배를 가르는 대운하 구상이 토목경제 경험을 넘지 못하였듯이, 이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 역시 전통적 냉전사고 틀에 갖혀 있다.

결국, 이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엔 통일구상도 없고 평화체제를 향한 실천프로그램도 없다. 단지 시장만능주의에 흠뻑 빠진 흡수통합의 경제전략 구상만 담겨 있다. 그래서 이 후보는 반세기만에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프로세스에 적합한 대통령감이 못된다.

1. 이명박에겐 통일 구상이 없다

한반도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목표는 평화통일이다. 남한에서 한반도 정책을 구상하려면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한 청사진, 통일국가의 모습이 제시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들이 세워져야 한다.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지금이기에 한반도 미래를 향한 통일 구상은 더욱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평화와 통일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통일한국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 구상의 부재는 북한에 대한 강온전략을 반복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퇴보만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 이후보가 통일 구상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이 우려가 되는 이유이다. 이후보가 진정 한반도 평화체제 물결을 함께 타고 싶다면 한반도 통일 구상에 대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참고로, 심 후보는 종전선언기(전면적 신뢰회복체제), 평화협정기(전략대화체제), 통일시대(한반도평화경제공동체) 등 3단계 평화통일전략을 밝힌바 있다. 이러한 전략 위에서만 구체적인 경제협력, 평화체제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2. 이명박에겐 북한은 시장 일뿐이다.

이후보가 발표한 신한반도 구상엔 온통 시장이 가득 차 있다. 이전에 발표한 ‘비핵 개방 3000’도 그렇고, 이번에 발표한 신한반도 구상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시장을 통해 연결된다. 시장을 통해 공존공영하고, 시장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시장만능주의이다.
이후보가 ‘비핵 개방 3000’에서 주장한 북한의 수출주도형 산업형으로의 변화, 혹은 신한반도 구상에서 말하는 ‘북한의 올바른 선택’이란 다름 아닌 북한체제를 시장주도형 체제로 개방 개혁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보가 남북정상회담이 일방적 경제지원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인 개혁·개방을 위한 틀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결국 이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은 북한을 시장경제 체제로 유도하고, ‘한국의 4만불 시대, 북한의 3천불 시대’라는 포장으로 사회적 완충장치를 만든 후, ‘한국형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는 방안이다. 이후보의 북한 경제협력은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바 있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도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6.15 공동선언을 ‘민족경제의 시장화 발전’으로 왜곡하거나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후보는 ‘위험한’ 통일 구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3. 냉전적·동정적 북한관에 지배당하고 있다.

이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은 나름대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증진시키려는 점에서 그간 한나라당 의 대북정책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을 바라보는 사고는 냉정적이고 동정적이다.

그의 냉전적 북한관은 6자회담이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인권 및 납치자 문제 등의 일방적 해결을 주장하거나, 북한이 마치 항복하고 나오면 모든 것을 다해줄 듯이 말하는 그의 정책 전반에 퍼져있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로 지원하여 국민소득을 3,000불로 만들어주겠다는 주장 역시 북한을 상호 동등한 ‘협력’ 대상이기 보다는 동정적 지원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도 확인했듯이,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존관계가 아니나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다. 이제 국민 대다수도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후보는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두 주체의 동등함을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 남북관계를 비핵화에 종속시키고 있다.   

이후보는 ‘비핵 개방 3000’에서도 그러했지만, 신한반도 구상에서도 모든 것의 전제가 북한의 비핵화이다.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합의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기존 한나라당의 당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면에서 이후보는 현재 전개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외교안보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미 남북의 문제가 아닌 북미간의 문제로 인정되었고, 또 그렇게 합의되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북미간 그리고 6자회담 과정에서 해결되고, 남한과 북한은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

5. 지금 현안 해결에 침묵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이나 ‘비핵 개방 3000’ 어디에도 지금 당장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후보에겐 오직 북한의 비핵화만 있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문제는 비핵화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신한반도 구상을 발표했다면, 지금 그것을 가능케 하기 위한 실천 프로그램들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이다. 미래는 지금 현재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북 사이에는 여러 가지 현안이 덧쌓여있다. 군사적으로는 NLL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문제, 군비 축소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한 두개가 아니다.

법제도적 현안 해결도 시급하다. 이후보는 북한의 핵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비핵 개방 3000’ 구상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그것을 위해서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

이후보는 신한반도 구상, ‘비핵 개방 3000’을 제안하면서 왜 당면의 현안에 대해선 침묵하는가? 그것은 국가보안법 등 현재의 제도적 장벽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당장의 현안에 침묵하면서 먼 미래의 뜬구름 같은 일만 나열하는 것은 그가 밝힌 미래의 약속마저 사실 빈 ‘공약(空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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