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유혹하는 팝 아방가르드 재즈 디바가 온다

덴마크 재즈 아티스트 수지 힐가드, 새 음반 한국에 첫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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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mylove991)등록 2007.09.11 14:04

수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수지 힐가드의 다섯 번째 음반 ⓒ 굿 인터내셔널


사시사철 언제 들어도 좋은 것이 음악이긴 해도 상황에 따라 맛을 더하게 된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들라면 대게는 재즈를 떠올릴 것이다. 혼자여도 상관없고, 혼자여서 더욱 좋은 음악, 재즈는 고독을 합리화시키는 음악이다. 그래서 가을과 제대로 궁합이 맞다.

재즈 마니아들이야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수지 힐가드가 그의 다섯 번째 음반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12일부터 열리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유럽을 주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덴마크의 재즈 싱어 ‘수지 힐가드(Susi Hyldgaard)’의 무대가 16일 서게 된다. 그에 앞서 대학로 재즈 카페 ‘천년동안도’에서 재즈 비평가들을 위한 쇼케이스도 열린다.

1996년 앨범 <My Female Family>로 데뷔한 그녀는 유럽에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 팬들에게는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처음 인사를 하게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재즈에 익숙한 한국 재즈팬들에게 그간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재즈 사운드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험성과 팝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던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스탠더드 앨범이다. 그러나 딱히 스탠더드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또 다른 사운드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반 스탠더드와 달리 수지는 이번 음반에 일렉트로닉스의 활영하는 등 유럽의 팝 아트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수지의 매력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어울려 춤추게 한다는 점에 있다.

올해 발매된 수지 힐가드의 총 다섯 번째 앨범 <Magic Words To Steal Your Heart Away>는 독일의 유명 재즈 레이블 엔자에서 발표한 앨범이다. 유럽 언론에서 그녀를 묘사하기 위해 인용된 재즈 아티스트의 이름은 Bjork, Joni Mitchell, Tori Amos, Portishead, Bill Evans, Keith Jarrett 등으로 유럽을 대표할 여성 재즈 아트스트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수지 힐가드 ⓒ 굿 인터내셔널


스탠더드인 만큼 음반 수록곡들을 보면‘Love For Sale’, ‘When I Fall In Love’ 등의 인기 있는 스탠더드 곡들부터 밴 모리슨의 ‘Moondance’,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주제곡인 ‘Les Parapluies Des Cherbourg’ 등 대중적인 선곡이어서 익숙함과 낯섬을 고루 선사해주고 있다.

이미 귀에 익숙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수지의 음반을 듣는다면 우선 살짝 놀라게 된다. 기존 스탠다드의 느낌을 상당히 탈피하는데, ‘Les Parapluies Des Cherbourg’와 ‘Baby Its Cold Outside’에 는 프리 재즈 드러머인 알도 로마노의가 보컬로 참여하는 등 수지 힐가드의 실험성이 능률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역시 유럽에서 강세인 팝 아트의 경향 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1곡의 수지 힐가드의 음반을 몇 번씩 반복해서 들어야 했는데, 수지 힐가드의 재즈는 유혹성이 강했다. 팻 매쓰니의 off lamp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처럼 수지의 스탠다드는 톡톡 튀면서도 몽환적이다. 20세기 중반의 정서를 21세기 감각으로 통역한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백 번 말해도 한 번 듣는 것만 못하다. 음반사 <굿 인터내셔날>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수지 힐가드의 노래는 가을보다 한 발 앞서 우리를 짙은 갈색으로 이끄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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