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도 아니고 화려한 휴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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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blueblu)등록 2007.08.31 14:48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봤다. 방학이었다면, 1년전이었다면, 어림없을 선택인데 난 봤다.

애들 개학과 동시에 영화가 보고 싶었다. 격렬한 논쟁으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디워도 아니고 봐줘야 한다 생각했던 화려한 휴가도 아니고 별 관심없었던 이 영화로 나를 끈 사람은 엄정화였다. 우연히 칼잡이 오수정을 보게 됐는데 뻔한 얘기지 생각했던게 의외로 재미있었다. 가끔 보는 9회말 2아웃도 대사나 남주에서 뒤지지 않는데 여주의 매력을 엄정화가 더 잘 살리고 있었다. 역시 연기력은 연륜과 자라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웬지 인간 엄정화도 연기력만큼 좋을 것 같은게 호감이 생겨나면서 이왕이면 엄정화 나오는 것 하다 영화 예고편을 봤다. 거기서 이동건을 보고 그대로 결정했다.

가까운 구로 cgv시간을 보니 하루 딱 두 번 상영하고 있었다. 늦어도 애들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는 집에 있어야 하니 조조를 보러 갔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예상외로 관객이 많았다. 관객의 다수가 여자인 것은 맬로 영화니 당연하다 싶은데 희한하게 ,3 40대 아줌마보다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의 연령대가 많았다.

영화는 좋았다. 다소 상투적인 부분이 있고 실소가 나온 순간도 있었지만, 들어갈때 예상했던 결말과 다른 의외의 앤딩이 신선했다. 주연 배우 네 명 다 좋았는데 특히 박용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영화로 날 끌었던 엄정화나 이동건의 경우 기존 이미지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데 반해 박용우는 달랐다. 영화관에서 보는게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다감하고 따뜻한 극중 배역이 주는 매력일 수도 있고 여하튼 내가 보기로는 극중 연기력이 가장 좋았다. 돌아오는 내내 박용우가 생각날 정도로.

여러 단편적인 생각들이 왔다갔다 한다. 사랑밖에 걱정할게 없는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그들이 부럽다 싶고, 왜 한국영화는 꼭 욕이 들어갈까 하는 불평이 나오기도 하고. 욕이 아니면 다른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인지, 왜 그렇게 욕을 넣는지 제발 욕좀 넣지 않고 만들수는 없는 것인지...

지금은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 세대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해서는 안 될 것 해야 할 것, 사회가 제시해주는 지점을 벗어난다는 것은 심각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예전 김혜수 주연 몇 몇 영화들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다. 혼자가서 19세 관람가 영화티켓을 사면 판매원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극장에 들어갈때 쑥스럽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이 너무 의식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없었다.
매사가 그렇다.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지 생각은 하면서도 나는 절대 해야 해 이런 류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도식적인 패턴에서 벗어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런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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