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의 '장밋빛 전망', 현재로서는 '꿈'에 불과하다

핵폐기 검증 방법 있나?

검토 완료

허승욱(wwfjeff)등록 2007.08.30 09:58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29일(현지시각) "9월초 6자회담 전체 회의를 열고 올해 안에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이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힐 차관보는 미 국무부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분명하게 신고해야 하고 특히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신고가 선행되어야한다고 못 박았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진 미국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제기와 북한의 전적인 부정은 어느덧 2002년 이래 5년째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북한에 의혹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최근 이에 관련된 의혹을 해소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제외하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성실하게 신고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아니다. 이날 힐 차관보는 이에 따른 검증은 언급하지 않았다. 언급하지 않았다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이것이 모든 핵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이렇게 폐기할 것이다'고 밝힌다면 미국이 이를 믿고 자체적인 검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

이는 단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와 이를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결국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했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차 북핵위기를 막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IAEA가 사찰을 요구한 지역이 군사기밀구역이라는 점을 들어 마찰을 빚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금창리핵의혹사건이다. 1998년 미국의 도움 아래 거의 확실한 증거를 잡은 IAEA는 북한에 핵시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굴에 대해 핵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미국은 1999년 5월 3억 달러로 환산되는 쌀 50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고 IAEA는 그 동굴을 검사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건은 북한이 던진 미끼에 미국이 낚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궁까지 들여다보라고 허락한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과의 양자회담 혹은 6자회담에서 핵폐기를 약속하긴 할 것이지만, 절대 전 국토를 사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 세계가 어떤 보상을 하든지 북한의 자의가 아니라면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은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자의로 핵폐기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라크의 선례가 북한에게는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당시 내세운 주장들은 알카에다와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간의 관계와 특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이었다. 최근 나타난 증거들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했다는 것들이 아니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이와 관련된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들뿐이다.

결국 대량살상무기가 없으므로 최소한의 피해로 이라크를 장악할 수 있겠다는 심산 아래,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다. 더불어 대량살상무기 사찰로 이라크의 군사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한 덕분에 조지 워커 부시 미 대통령은 전쟁 발발 한 달여 후인 5월 1일 에어브러험 링컨호에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명된 북한이 군사기밀구역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가능성은 없다. 설사 군사기밀구역이 아닌 것이라고 해도 쉽사리 사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그때마다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29일 힐 차관보는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이를 불능화한다면 북미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이 고집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식의 핵폐기를 주장하지 않거나, 북한이 자의로 핵을 폐기하고 전 국토를 개방하지 않는 이상 꿈에 불과하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비극이 일어나거나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남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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