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서 현실을 맛보다...홈에버 월드컵몰점 농성 주변모습 이모저모

6기 인턴기자 첫 현장 취재기

검토 완료

김미정(con302)등록 2007.07.20 15:01

전경들의 모습 ⓒ 김미정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지하철 안에서 내가 한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홈에버 정문 안으로 더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홈에버 정문 앞 벤치에는 시민들이 전경의 모습을 불안한 듯 또는 흥미로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손녀딸과 함께 산책나온 할아버지, 그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시는 아저씨 등 전경과 시위대가 아닌 시민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만은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시위대와 경찰병력간의 치열한 몸싸움은 상상할 수 없었다.

홈에버 사태를 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우리는 홈에버 사태를 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김성수 씨는 "나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손녀와 함께 하늘공원에 오려고 버스를 타고 왔는데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며 "뉴스에서 홈에버에 관한 내용을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며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손녀와 함께 하늘공원에 산책 나온 김성수씨. 그는 이랜드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 김미정



하늘공원에서 남편과 함꼐 운동을 하고 나오던 주민 조유숙 씨는 "이 주변에 살고 있는데, 홈에버 외에도 근처에 농수산물 시장, 하나로마트 등이 있어 장보기에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서로 양보해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몇 시간 후면 이곳에서 맨유와 FC 서울의 경기가 있을텐데, 지금의 사태가 주는 영향은 없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오늘 경기 때 음료를 팔기 위해 새벽부터 왔는데, 상황이 이러해 분통이 터진다"며 "우리도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사람들인데 오늘 장사는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점거 중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없는 사람들이 더 먹고 살기 힘들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의 1번출구 앞. 이은환 역장이 출구앞에 나와 있었다. 진압이 벌어지면서 이용객에게 다른 출구로 나갈 것을 안내하고 있다는 그는 "시설물이나 혹시 다칠 수 있는 사람들을 대비해 관리하고 있다"고 하였다.

홈에버 사태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다른 출구로 나갈 것을 안내하는 이은환 월드컵 경기장역장 ⓒ 김미정



현장에는 경찰 관계자도 많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마포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하였다. 전경들이 현장에 동원되는 것에 불만은 없냐는 질문에 "특별히 반대하며 주장하는 목소리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남의 사업장에 20일 넘게 점거하여 항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측과 노조측이 대화를 했으면 해결되었을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사태가 장기화되고, 투쟁양상을 띄게 된 것은 노조측이 100%를 얻기를 바라는 민주노총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료, 기업인, 국회의원의 세 주체가 저지른 만행"... "비정규직 법안 재개정 해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전경들이 많이 모여있는 정문으로 갔다. 가는 중 우리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급하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분을 발견했다. 홈에버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나온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한상(연세대 법대 교수)씨였다. 그는 "사측과 정부에 대한 강제진압을 규탄하고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왔다"며 "생존권 보장에 대한 항의가 있을 때 국가는 인내를 갖고 최대한 입장을 조절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공권력이 앞장서 사측의 폭력과 사측의 비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본적으로 정부가 경기 부양을 바란다면 비정규직 철폐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는 관료, 기업인, 국회의원의 세 주체가 저지른 만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가 11시에 열 '뉴코아-이랜드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이어,12시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사진 : 두 장 붙여 주세요

홈에버 사태를 규탄하는 김한상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 김미정




'뉴코아-이랜드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 모습 ⓒ 김미정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우리는 우연히 홍세화(한겨레 기획위원)씨를 발견했다. '아. 우리가 정말 기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급박한 사태에서 책으로만 봤던 인물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터뷰 가능여부를 묻자 그는 잠시만 기다려 주기를 바랐다. 홈에버 사태에 대해 홍세화씨는 "주부 노동자가 하루 8시간씨 서서 한 달에 80만원의 월급을 받는 열악한 상황임에도 이들의 고용을 안정시켜 주지는 못할망정 공권력을 투입하여 진압한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참여'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민주적 정권의 말기증상이다"라며 "여성 노동자를 설득하여 대화를 전개하려는 노력도 없는 정부가 어떻게 참여정부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 850만 명을 양상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상황의 개선 노력이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홈에버 사태야말로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여실히 증명하는 사태"라고 단언하며 "정치권은 어서 빨리 이런 사태를 불러온 스스로를 성찰하고 진정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을 개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세화씨는 이번 사태로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 김미정



홍세화씨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취재를 마친 후.월드컵경기장 역으로 들어서며 우리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 우리가 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현장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순간, 상암에 도착했을 때에는 떨려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신영복의 글을 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네 손은 내가 잡고 내 손은 네가 잡고"

월드컵경기장 역 2,3번 출구 앞의 신영복 선생 글 ⓒ 김미정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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